배미향의 저녁스케치 - podcast cover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art19.com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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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s

2023/04/11 <미리 아파했으므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미리 아파했으므로 정작 그 순간은 덜할 줄 알았습니다. 잊으라 하기에 허허 웃으며 돌아서려 했습니다. 그까짓 그리움이사 얼마든지 견뎌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미리 아파했으나 그 순간은 외려 더했고, 웃으며 돌아섰으나 내 가슴은 온통 눈물 밭이었습니다. 얼마든지 견디리라 했던 그리움도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없어집니다.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정하 시인의 &lt;미리 아파했으므로&gt; 예견됐던 이별도 막상 마주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시련의 파도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해일이 되어 밀려옵니다. 알기 때문에 겁이 나고, 더 쓰라린 상처가 되지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건가 봐요. 그러니 그대, 미리 아파하지 말아요. 미리 앓는다고 슬픔의 무게가 덜어지지 않으니까. 조금만 아파야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

Apr 11, 20232 min

2023/04/11 <이웃>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불화가 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이웃끼리 그 정도 양해도 못해주고 사나 하며 남의 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은 이웃들과 서로 배려를 해주며 잘 지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아래층 사는 아저씨가 우리 집 소음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야간 근무를 하고 와서 자야 하는데, 천정에서 긁히는 소리가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번 주는 야간 근무니까 청소는 오후에 하시면 안 될까요?" 아저씨는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다고 하고, 저는 미처 몰랐다며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밤새 일하고 왔는데, 우리 집 청소기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니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청소를 몇 시간씩 하는 것도 아니고 .. 이 정도 생활 소음도 이해를 못하나? 더군다나 그 아저씨가 언제 야간 근무를 하는지 어떻게 알고, 내가 일일이 청소 시간을 맞출 수도 없잖아' 미안했다가...

Apr 11, 20233 min

2023/04/10 <파이팅>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풍암저수지 둘레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가 수줍은 말의 공을 툭 던집니다 파이팅 갑작스레 받아 든 말의 공 전혀 모르는 이인데 왜 그러지 한참 기억을 뒤집어 봅니다 그 뒤로도 가끔 마주치는 파이팅, 그이를 여전히 모르는 채 그저 목례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부끄럽게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파이팅이란 공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가끔 매운 계절을 견뎌내는 장미가지나 얼어붙을 시절 거뭇해진 얼굴 물푸레 나무에게 마음 한구석만 툭툭 던져보곤 했습니다, 파이팅 이름 모를 호의 한겨울에 만나는 동백꽃 같아서 쓸쓸한 내가 초조한 나에게 꽃 한 송이 툭 던져줍니다 파이팅 김군길 시인의 &lt;파이팅&gt;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추임새도 되었다가, 그래, 끝까지 한번 가보자며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 파이팅! 슴슴하면서도 톡 쏘는 동치미 같은 그 말. 고구마 수백 개를 먹은 듯 답답한 모든 일들이 시원하게 뻥 뚫리길 바라는 마음...

Apr 10, 20233 min

2023/04/10 <내리사랑>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통신사 재계약하고 상품권을 한 장 받았습니다. 무엇을 할까 이것저것 기분좋은 상상을 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봄도 되고 해서 딸이 사회생활 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딸을 불러 상품권을 주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온통 꽃이잖아~ 너도 이번 기회에 노오란 개나리 같은 원피스 하나 사 입어. 너같이 꽃다울 나이에는 화사하게 입어줘야 해~ 우리 딸이 꽃처럼 예쁘게 하고 다니면 나도 좋거든" 그러자 딸은 그냥 엄마 쓰지...하면서 못 이기는 척 받습니다. 그리곤 바빠서 딸이 옷을 샀는지 확인도 못했지요. 그런데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 시어머님이 내게 상품권을 내미시는 겁니다. "에미야~~지난 30년이 넘도록 너에게 늘 받기만 했지 내가 너에게 해준 게 없더라.~~이거...너 써라~" 하고 주시는데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았습니다. 혹시...해서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하니 "사실 지영이가 며칠 전에 우리...

Apr 10, 20234 min

2023/04/07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시어머님은 성격 정말 좋으십니다. 옛날 분 이신데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많이 이해해주십니다. 원래 성격이 좋은 신데다 역지사지를 항상 하시니 뭐...주위에 우리 시어머니 같으신 분을 못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어머님도 이제 한 5년 가족으로 지내다 보니 가끔 실수를 하십니다. 저희 친정엄마를 "너거 엄마" 라고 불쑥 말씀하시는가 하면 반찬 싸 주시면서 제가 감사하다고하면 "지금 내가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나중에 네가 다 할 건데 뭐.." 이러시기도 합니다. 울 아들이 할머니를 참 좋아합니다. 워낙 아무한테나 잘 가는 아이이기도하고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이 잘 따르는 스탈인데다가 첫 손주라서 너무 좋아하시니 어머님은 자신감이 넘치십니다. 아이가 5개월인가..그때부터 사람들만 만나면 ‘항상 얘는 제 엄마한테 안가고 나한테 와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그러십니다. "저 봐라 나한테 오려고 계속 쳐다보네."...

Apr 09, 20234 min

2023/04/08 <왕소금 남편>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알바 일을 마치고 날씨도 화창해, 하천 산책길을 따라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벤치부근으로 눈길을 돌리는 순간 책 한 권을 들고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남편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왕소금 남편이 웬 일이래. 비싼 커피까지 먹고 낡은 자전거 바구니엔 딸기 한 팩과 커피 잔이 있었습니다. 평소 남편은 전기 아껴라, 가스 아껴라, 물을 아껴라. 음식은 남지 않게 작은 냄비에 조금씩만 조리해라. 등등 잔소리가 많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정년퇴직을 한 뒤 산으로 다니면서 자연보호 한다고 쓰레기도 줍고 봉사활동도 하지만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져 있고, 내색은 안하지만 많이 외로워 보인다 싶었습니다. 졸고 있는 남편 얼굴엔 주름살도 늘고 부쩍 흰머리도 많아 보입니다. 남편의 왜소한 몸이 더 작아 보여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화사한 꽃그늘 아래 졸고 있는 남편을 그냥 모른 체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Apr 09, 20234 min

2023/04/06 <아내를 위한 죽을 만들었네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평소에 아내는 감기한번 안하고 잔병치레는 해본 적이 없는 아주 건강한 편이었는데 얼마 전에 회사에 취직을 해 출근을 하면서 몸살이 났습니다. "열도 나고...몸이 으슬으슬 춥기도 하고..몸이 쑤시고 아프네." 하면서 아내가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갑니다. "자기야..많이 안 좋아? 조퇴하고 병원을 갔다 오지 그랬어? 우선 밥 좀 먹고 자~" 했더니 "입맛도 없고..그냥 먹는 것보다 잠을 좀 자고 싶어. 나중에 일어나서 밥 먹을 테니까 아들이랑 둘이 밥 먼저 먹어.." 하더니 침대에 눕자마자 5분도 안 되어 잠이 듭니다. 생전 골지 않던 코까지 골면서 자는 아내를 보는데 마음이 찡했습니다. 원래 자기가 했던 일은 경력단절로 취업이 안 되고 7시간동안 내내 서서 일을 하는 힘든 일을 시작했습니다. 늘 씩씩한 아내는 ‘힘들어도 열심히 할 거야!! 몸을 움직이면 살도 빠지고 좋겠네.’ 하면서 일을 했는데 불면증이 ...

Apr 06, 20234 min

2023/04/05 <첫 아르바이트>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회사에서 서랍 정리를 하다 지우개가 여러 개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주위 분들한테 인심 쓰듯 하나, 둘 나눠줬죠. 그러다가 문득 어린 시절 지우개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국민 학교 4학년 때. 하루는 큰집에 누나와 놀러 갔는데 큰어머니가 지우개 부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수량과 종류가 다양한 지우개를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릴 때 문구류에 집착이 좀 강한 거...새 학기되면 괜히 아직 쓸 만한데도 엄마 손 이끌고 문구점 가서 새 문구류 구입하고...친구들과 가위, 바위, 보로 지우개 따먹기하고... 조금 쓰다가 다시 새 걸로 쓰고...친구들한테 인심 쓰듯 나눠주고... 그리고 주말이면 큰집에 가서 한 번씩 큰어머니 일을 도와드렸죠. 그때 큰어머니가 주로 하시던 일은 지우개를 튼튼하게 싸는 종이에 바를, 하얗고 끈끈한 풀을 만드는 일 이었고, 전 아무 무늬 없는 밋밋한...

Apr 05, 20234 min

2023/04/05 <뻥튀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말도 안 돼요! 길고 깡말랐던 가지에 저렇게 예쁜 것들을 숨겨 놓았다고요? 긴긴 겨울밤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다 열받아서 그랬다고요? 말도 안 돼요! 그래서 그렇게 하얗게 폭발했단 말인가요? 그 소리가 가슴을 때려서 내가 소음이라고요? 말도 안 돼요! 난 식었던 마음을 팽창시키는 사랑의 기계라니까요! 말이 된다고요? 그럼요, 뻥이 아니라니까요 어때요? 올봄에 사랑의 뻥튀기 같이 드실래요? 맹태영 시인의 &lt;뻥튀기&gt; 오랜 침묵 끝에 ‘뻥’하고 터져 나오는 뻥튀기. 하지만 입 안에 넣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지죠. 그렇게 기나긴 겨울 끝에 팡팡 피어난 봄꽃이 봄비에 그만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져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 사랑 뻥튀기 장인 아니겠어요. 꽃이 진 자리마다 사랑을 팡팡, 행복한 봄을 만들어가기로 해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pr 05, 20232 min

2023/04/04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복효근 시인의 &lt;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gt; 이쁠 땐 뭘 해도 이뻐요. 하지만 사랑은 미울 때조차 꼭 껴안아 얼어붙은 마음에 꽃을 피우는 일이 아닐까요. 사랑한다면 가장 아플 때 곁에 있어 주고 슬픔 속에 있을 때 더 사랑해주세요. 그 사람이 지지 않는 꽃이 될 수 있도록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pr 04, 20232 min

2023/04/04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한 동안 서로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고 문자만 주고받았는데 친구에게 안부 겸 전화를 했습니다. ‘은주야 잘 지내니? 추위 다 지나갔는데 얼굴한번 봐야지. 몸은 건강하지?’ 했더니 한숨을 푹~~쉬며 "별로 잘 못 지내. 너도 우리 딸 결과가 궁금해서 연락 한 거지? 그냥 재수하고 있어." 그럽니다. 난 속으로 아~맞다. 딸아이가 작년에 고 3이었지..학업스트레스로 많이 괴로워해서 친구까지도 작년에 거의 얼굴을 못 봤습니다. 난 잠시 침묵하다가 한마디 했습니다. "내 친구 딸 안부 말고, 난 내 친구 안부가 궁금해. 은주야. 너 어떠냐고, 네 딸 말구~" 갱년기가 한창이라 잠도 못자고 또 어깨 오십 견이 와 팔도 못 움직이고 직장 다니면서 주말마다 시어머니 간병하느라 고생하고 입시 준비하는 딸 뒷바라지에 자기 몸도 마음도 못 챙기는 나의 친구는 그제 서야 ‘나 괜찮은지 나조차도 궁금해 하지 못했는데 역시 친구가 제일이다....

Apr 04, 20233 min

2023/04/01 <4월의 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이해인 시인의 &lt;4월의 시&gt; 꽃이 좋아지는 건 꽃 피우기까지의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알기 때문이라지요. 저마다의 아픔이 꽃으로 피어나는 4월. 우리 모두가 꽃이 되는 오늘. 가장 아름다운 날도 지금, 소중한 시간도 지금. 그러니 지금을 놓치지 말아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Apr 03, 20233 min

2023/04/04 <"괘안타 괘안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현수 담임입니다. 현수가 아직 학교엘 안 왔습니다." "어머나, 제가 아침밥까지 먹여놓고 교복 입고 있는 것 보고 나왔는데,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어머니 50분까지 등교하지 않으면 무단지각이 됩니다. 꼭 확인해 보내주세요" 중 2인 아들 녀석은 요즘 들어 아침잠으로 힘들어합니다. 사무실을 지하철 5정거장을 앞두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어제 운동하다 다리를 삐끗해 학교 끝나고 병원엘 가봐야겠다던 아들 말이 생각나 담임선생님께 병원 방문으로 지각사유서를 제출하기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근데 아들을 깨워 줄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최단의 시간도 1시간이 걸립니다. 일가친척도 집 근처에 한분도 없습니다. 문득 최근 탁구장에서 만난 동네 언니가 생각났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언니는 내 상황을 듣더니 ...

Apr 03, 20234 min

2023/04/04 <지금부터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비바람 치는 날 무수히 찍은 물음표들 수 없이 넘어지면서도 견디고, 견디고 이겨내니 새소리 바람 소리 햇살 속삭임에 걷히는 어둠 그래 지금부터다 손톱 밑 벌겋게 버둥거리며 떠날 것은 보내고 머물 것은 남기니 숨, 조금씩 조금씩 놓고 싶은 마음에서 일어난다 흔들리는 대로 정처 없이 한 가닥 지푸라기마저 가슴 태우는 숨기고 움켜쥔 고단 속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아 제 몫을 견디며 온전하게 비우니 스멀스멀 피어나는 여유 그래 지금부터다 강보철 시인의 &lt;지금부터다&gt; 한 번이라도 쓰러져본 사람은 압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한 번이라도 모든 것을 잃어 본 사람은 압니다.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다시, 다시... 주문을 외며 일어나지요. 그래요. 힘들지만 우리,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봐요. See omnystudi...

Apr 03, 20233 min

2023/04/02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마다 아픈 생채기 하나씩은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사나 봅니다. 꺼내면 터질 것 같아 무섭고, 안 꺼내면 농익은 그 상처가 고름투성이가 되어 가기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그런 상흔 말이지요. 며칠 전 여동생이 점심을 같이 먹자기에 회사근처에서 만두전골을 시켰습니다. 전골에 딸려 나오는 칼국수 면을 보니 일찍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던 손칼국수가 최고였지" "그니깐 이제껏 그 맛을 제대로 느껴 본 곳이 그 어디에도 없어" "맞아...아버지가 드시고 난 술병으로 칼국수 반죽을 밀었지." "아홉 식구가 먹을 칼국수를 엄만 막내까지 업고서 만드셨는데..." "아무리 우리가 어렸어도 엄마를 도울 생각을 그땐 왜, 못했을까? 그지? 우리 엄마의 하루는 25시간 이었어. 단 한순간도 엄마의 시간이 없었지..어휴.“ 만두는 팔팔 끓어가며 국물은 졸아들고, 칼국수 면 사리는 어느 새 불어 가는데 ...

Apr 03, 20234 min

2023/04/01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늘 바빠 방치되고 있던 관리비 내역을 이모저모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귀퉁이 [에너지 절약 실천 방안] 이라며 냉장실의 음식물은 60%만 채우고, 냉동실은 가득 채웁니다. 냉장고 문은 여닫는 횟수를 줄입니다. 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냉장실 음식을 적당히 채우는 거와 냉장고 문 여는 횟수를 줄이는 건 알겠지만 냉동실은 가득 채우라니 혹시 프린트가 잘 못 되었나 싶었죠. 저는 이제껏 냉동실은 절반 정도만 채워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냉동실은 가득 채울수록 냉기가 더 잘 전달될 것 같고 오래 보존되어 에너지 절약에 맞다 싶어 ‘그러네...’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앞으론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냉동실에 더 채워야겠다 하면서 그냥 지나칠만한 관리비 고지서 귀퉁이에 있는 작은 문구에도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귀가 있다 싶습니다. 제가 이런 습관이 있는 건 중학교 시절 역사 시...

Apr 03, 20233 min

2023/03/31 <빛>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pr 03, 20232 min

2023/03/31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몇 달 만에 친정 나들이를 했습니다. 반가움도 잠시!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엄마가 반겨주시는데 어색 그 자체였습니다. 염색을 하지 않은 엄마의 머리카락은 하얗고, 허리도 잘 펴지지 않는다고 구부정하게 걸으시는데 우리엄마가 맞나 싶었습니다. 집안을 들어서자마자 12첩 밥상이 차려져있습니다. 저는 밥상을 보자마자 엄마에게 화를 냈습니다. "엄마! 누가 밥 먹는다고 했어? 이 많은 음식 뭐하러했어?" "먹으려고 한 거지!" "그냥 대충 먹으면 되지. 이렇게 많이 누가 먹는다고!" 사실 엄마는 저희가 온다고 하면 늘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 하십니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리 화가 나고 눈물까지 나던지...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겉으로 내뱉은 말은 엄마에게 상처 되는 말이 나옵니다. 밥을 먹는데 평소 같음 웃음이 많았건만 아무 말도 없이 먹기만 했습니다. 남편은 "당신 장모님한테 왜 그래? 평소답지 않게.." "나도 몰라 ...

Apr 03, 20234 min

2023/03/30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랜만에 온 딸의 얼굴은 많이 해쓱해 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물어도, 애써 웃으며 아무 일 없다고 하지만 힘든 일이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아픈 손가락이지만 유독 이 큰딸은 더욱 애잔합니다. 가난한 농사꾼의 맏딸로 태어나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 돌보느라 자신을 위한 생활이 없었고 어려운 형편에 대학도 중퇴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동생들 공부시키고 결혼할 때는 집수리에 보태라고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딸이 클 때 보는 사람들마다 맏며느리감이 라고 칭찬 했는데 타고난 운명인지 맏며느리로 시부모와 함께 사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보니 맏며느리 자리는 아무리 좋은 시부모라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딸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내가 많이 반대했지요. 내 걱정과 달리 그래도 딸은 슬기롭게 잘 하며 살았고 어른들께 예쁨도 받았습니다. 딸이 김치만두를 만들어 먹자고 하길 레 묵은 김...

Mar 30, 20234 min

2023/03/30 <그냥>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세상이 안달이 나 서로 지지고 볶을 때에도 내가 가진 가장 한미하되 꿋꿋한 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같이하지 않아도 끄덕끄덕 혼자서 자라는 말 누군가에겐 영양가 하나 없는 헛것 같아도 공기처럼 마시지 않으면 못 살겠는 말 남몰래 길러온 그 가슴 그 설렘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무심코 툭, 던져오던 말 너에 기대어 내 오랜 서성임은 미지의 꽃잎을 꿈꾼다 기다림 속 나는 언제나 꽃 피우고 있다 김군길 시인의 &lt;그냥&gt; 많이 보고 싶었다는 말도 그냥 보러 왔어. 참 힘든 하루였단 말도 그냥 그랬어. 널 위해 준비했단 말도 그냥 해봤어. 딱히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때도 그냥. 복잡한 마음을 간결하게 끊어낼 때도 그냥. 가벼운 듯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말에 오늘도 잠깐 기대어 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30, 20232 min

2023/03/29 <드디어 청첩장을 받았어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봄다운 봄이 3년 만에 우리 곁에 왔네요. 여기저기 순서에 맞게 꽃 피우려 아우성치는 나무들의 분주한 움직임, 겨울동안 꽁꽁 숨겨둔 꽃들을 내놓기 위해 막바지 공들이는 이름 모를 풀들의 수고스러움이 느껴지는 봄이 드디어 오고 있는데....올 해 50인 우리 시누이. 드디어 모바일 청첩장을 꽃소식과 함께 보내 왔습니다. 7살 많은 나를 언니라 부르며 유난히 나를 좋아했던 눈이 예쁜 우리 시누이, 평생 동반자를 찾아 이제 결혼을 한다니 우리 딸이 결혼하는 듯 설레고 고맙고 가슴 벅차고 구름위에 떠다니는 듯 이리저리 마음이 바빠집니다. 신랑은 10여 년 전 부터 시댁과 잘 알고 지냈던 점잖고 성실한 분이신데 무엇보다도 우리 시누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졌습니다. 기왕 할 거 10년 세월 뜸들이지 말고 더 젊은 모습으로 식을 올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

Mar 29, 20233 min

2023/03/29 <젓가락을 놓으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십 원짜리 지폐 두 장이 오천 원이 넘도록 반백 년을 넘게 비워 온 짜장면 한 그릇 시커먼 춘장 돼지기름에 달달 볶아 양파며 감자 고기 몇 점 고소하게 씹히던 그 옛날 맛은 아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아버지가 사주시던 기억에 가끔은 애틋해지고 이제는 그때의 당신보다 더 늙어버린 씁쓸히 웃으며 비우는 오늘 또다시 짜장면 한 그릇 이상길 시인의 &lt;젓가락을 놓으며&gt; 그렇게 싫었던 흔한 음식들이 별미가 되고 특별한 날 먹던 음식이 흔한 음식이 되고. 세월 따라 그 위상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은 언제나 마음을 울리고 코끝을 맵게 하죠. 푸성귀밖에 없다며 투정하던 봄 밥상이 부모님이 떠오르는 아련한 밥상이 된 지금, 그 알싸한 맛에 추억을 쓱쓱 버무려 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29, 20232 min

2023/03/28 <우리 다시 만나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메일을 하나 보냈습니다. 수신인은 예전에 시드니에서 근무할 때 저의 상사였던 미세스 로다 (Mrs. Rhoda). 특별한 용건은 아니고 그냥 안부메일 이었는데 내용은 아주 평이했습니다. "미세스 로다, 건강하시죠? 저는 잘 지냅니다. 요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는 게 마치 드라마나 연극 같다는 생각도 간혹 듭니다. 문득 시드니에서 살던 시절과 모습들이 떠올라 소식을 전합니다. "메일을 보낸 지 한 달쯤 지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답장이 왔습니다. "미스터 정이 호주를 떠난 지 이십년이 넘었군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은 깊어간다는 뜻이며, 미스터 정은 잘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늙어서인지 나는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고 힘이 들지만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볼 날이 있겠지요? 그 때 우리 다시 만나요." 답신 메일을 읽다보니 이십년 전 호주를 떠나...

Mar 28, 20234 min

2023/03/27 <행복 예약>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도 눈 부신 햇살이 반길 것이고 좋은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행복하게 할 것이다 바쁜 일과에도 커피 한 잔이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줄 것이고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작은 노트에 새겨 넣을 어느 시인의 감성 글 한 줄이 행복하게 할 것이다 문득 누군가가 떠올라 전화하고 목소리로 전해지는 편안에 안도하며 싱긋 웃을 것이다 사는 건 이런 거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인생을 행복으로 채운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든다 오늘 행복 예약 무조건, 무조건 조미하 작가의 &lt;행복 예약&gt; 산다는 건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라 하루하루 치열하게 나 자신과 싸워야 하지만, 소소한 행복들이 있어 그래도 살만하단 생각이 들곤 해요. 누군가가 건넨 커피 한 잔에 피곤함이 달아나고 수고했단 말 한마디에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지니까요. 그러니 부지런히 행복을 예약해두기로 해요. 살아있단 것만으로도 이미 자격은 충분하니까. 무조건 행복해야 해요...

Mar 27, 20233 min

2023/03/27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간만에 어머니와 근처에 사시는 이모님 모시고 외곽으로 나가 바다와 산과 들을 맘껏 구경했습니다. 두 분은 89, 91세로 지난 겨울을 몹시 힘들어 하셨습니다.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가 불편했고 두 분이 화상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목소리만 들었습니다. 따뜻한 지방이라 유채꽃은 만개했고, 수선화, 진달래, 개나리도 예쁘게 피어서 사진도 찍고 맛 집에 들러 향토음식도 먹었습니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야산으로 접어드는데 이모님이 차를 잠깐 세워 보라 하십니다. 어머니와 손을 잡고 내리시더니 진달래꽃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두 분이 대화를 나누시는데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 지요. 한참 후 저에게 비닐봉지를 가져 오라고 하시더니 진달래꽃잎을 따서 넣으십니다. "응, 쓸데가 있어, 집에 가서 알려 줄게." 두 분은 한 잎, 한 잎 정성껏 따서 비닐에 넣었습니다. 집에 오자 어머니와 이모님은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팬과 식용유를 준비하고 자...

Mar 27, 20234 min

2023/03/24 <운 좋은 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선물로 받은 백화점 상품권 10만 원짜리가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있을만한 곳이 없습니다. 가만히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 정리하면서 박스를 버렸는데 아무래도 그 속에 섞여 들어 간 것 같습니다. 박스 둔 곳을 봤더니 깨끗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경비실에 가서 박스 치운 곳을 물어보며 이유를 말했더니 아무래도 못 찾을 거 같다면서 박스 정리해 모아둔 곳을 알려주십니다. 박스 모아 둔 곳에 가니 산더미 같은 박스 속을 어찌 찾을까 ~포기하려고 하자 언제 옆에 왔는지 경비 아저씨가 도와준다고 높게 쌓인 박스 위를 올라갑니다. 자잘한 종이를 모아서 넣어둔 박스 안을 몇 개 뒤져봐도 그 속에는 내가 버린 종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약 30 분을 지나서 박스 한 개를 뒤져보니 눈에 익숙한 종이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금빛 봉투가 반짝하고 보였습니다. 백화점 봉투 속에 10 만원 백화점 상품권이...

Mar 26, 20233 min

2023/03/24 <꽃향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무심히 지나가는 길가에 바람 타고 한들한들 피어있는 꽃 이름도 모르고 관심 있게 들여다봐 준 적도 없는데 지친 발걸음 멈추게 하고 찌들은 얼굴에 꽃향기 흠뻑 뿌려 주네 어느새 밝아진 맘속 꽃들의 맑은소리 향긋향긋 들려오고 웃음 활짝 피어난 얼굴 꽃보다 예쁘다며 정겨운 꽃향기 코끝을 살살 간지럽히네 김인숙 시인의 &lt;꽃향기&gt; 봄이라는 말엔 향기가 가득합니다. 그 단어만으로도 우린 싱그러운 풀내음, 풋풋한 흙내음, 달콤한 꽃내음이 어우러진 작은 숲을 만들어 내지요. 봄, 봄, 봄. 그 향기로운 숲길을 따라 걸으며 한들한들 불어오는 꽃바람에 흠뻑 취해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26, 20232 min

2023/03/26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래전부터 사진 개인전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미루다가 내일 모레 28일부터 개인전을 합니다. 사진들을 정리하고 편집을 하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맴돌아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내 곁에 머물다가, 외국으로 떠난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무기력의 터널에서 길을 해매 던 어느 날부터 남편의 출장에 동행을 하며 나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에서 만난 풍경은 출렁이던 나의 내면을 고요 속으로 이끌어주어 황량한 겨울나무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려 넣었고,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에는 밀려오는 헛헛함을 새겨 넣었습니다. 살림만 하던 제가 사진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고 십년을 넘게 담아온 사진들을 모아 전시 준비를 하려니 모르는 것도 많고 자신감도 떨어져 개인전 하는 걸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65세 이 나이에 사진을 찍고 제 이름 석자 들어가는 개인전을 하는 제 자신에게 한편으로는 칭찬을 해주고 싶기...

Mar 26, 20234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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