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5 <첫 아르바이트> - podcast episode cover

2023/04/05 <첫 아르바이트>

Apr 05, 20234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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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descriptio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회사에서 서랍 정리를 하다 지우개가 여러 개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주위 분들한테 인심 쓰듯 하나, 둘 나눠줬죠. 그러다가 문득 어린 시절 지우개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국민 학교 4학년 때. 하루는 큰집에 누나와 놀러 갔는데 큰어머니가 지우개 부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수량과 종류가 다양한 지우개를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릴 때 문구류에 집착이 좀 강한 거...새 학기되면 괜히 아직 쓸 만한데도 엄마 손 이끌고 문구점 가서 새 문구류 구입하고...친구들과 가위, 바위, 보로 지우개 따먹기하고... 조금 쓰다가 다시 새 걸로 쓰고...친구들한테 인심 쓰듯 나눠주고... 그리고 주말이면 큰집에 가서 한 번씩 큰어머니 일을 도와드렸죠. 그때 큰어머니가 주로 하시던 일은 지우개를 튼튼하게 싸는 종이에 바를, 하얗고 끈끈한 풀을 만드는 일 이었고, 전 아무 무늬 없는 밋밋한 지우개 속 알맹이에 상표 종이를 잘라 붙이고, 그 위에 투명 비닐을 입혀서 밑단은 선물 포장하듯 접어서 풀로 마무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으로 모두들 지우개 담을 상자를 선대로 접어 상자 곽을 완성한 뒤 하나씩 차곡차곡 담았지요. 다 포장한 수십 개의 상자를 누나랑 동갑내기 사촌형과 작은 수레에 싣고 지우개 공장에 갖다 줬습니다. 반복되는 작업에 힘들었지만 우리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 했다는 것도 그렇고... 문구점에 나와 있는 지우개를 보면 혹 우리가 만든 물건이 아닌가 싶어 눈길이 가곤 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의 첫 아르바이트 비로는 참 적은 금액이었지만 연세가 있으신 큰어머니는 낮에 무료하지 않아서 좋았고 우리는 때론 숙제는 좀 뒷전이었지만.. 큰어머님을 도울 수 있어서...그리고 이색적인 아르바이트라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쯤 누군가도 열심히 지우개를 포장하며. 꿈을 접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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