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 podcast cover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art19.com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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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s

2023/06/30 <골목길>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골목길 하나 울고 있다 ‘김가네 김밥’ ‘적십자 헌혈의 집’ ‘밀레니엄 컴퓨터 랜드’......사이에서 떠도는 입맞춤들 떠도는 등불들 핼쑥해진 간판들 너는 ‘**헤어팜’ 앞에 나와 앉은 빨래처럼 펄럭펄럭 걷는다. 너는 푸른색 페인트로 쓴 ‘돼지국밥 전문’ 밑에 나와 앉은 창백한 빈 통처럼 걷는다. 너의 가슴은 도장처럼 붉게 파였다. 네 그림자가 문을 두드렸다 떠도는 등불들 떠도는 입맞춤들 핼쑥해진 간판들 사이로 골목길 하나 그림자 한아름 꽃다발처럼 가슴에 안고 똑똑 눈물 떨구고 있다 큰길 뒤에서 강은교 시인의 &lt;골목길&gt; 저녁이 되면 골목길은 가로등을 켜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긴 한숨을 내쉬며 서성이는 사람, 통화 내내 고개 숙이는 사람, 헤어짐이 아쉬워 돌아서지 못하는 연인, 무거운 발걸음에 가다 서길 반복하는 사람. 그 그림자들이 사라질 때까지 따스한 불빛으로 배웅하죠.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을 나누며 ...

Jul 02, 20233 min

2023/06/30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감자 필요하신 분" "콜!!!!" 같이 근무하는 중학교 직원들 중 절친 베프 들이 4명. 교무실 행정실 도움반 인쇄실, 55살, 53살 ,43살, 41살 나이는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마음은 찰떡궁합~잠시 잠시 업무 덜 바쁠 때 가끔 번개 티타임. 코드가 너무 잘 맞아 눈만 마주쳐도, 말만 척 던져도 까르르~접시가 깨지고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느라 배가 아프답니다. 경희 씨가 "친정엄마가 너무 부지런하셔서 드넓은 당근 밭, 감자밭 수확하는 곳 다니시며 한 자루씩 이삭줍기를 해 오십니더. 저희 혼자는 다 못 먹겠어서 나눠먹으려고 갖고 왔심더~" "땡큐 땡큐~주시면 너무 고맙지 예. 이런 거 다 사야 하는데" 그렇게 감자 한 소쿠리, 당근 한소쿠리, 양파 한소쿠리 받아서 양손에 들고 퇴근합니다. 다음날 출근하니 언제 다녀갔는지 상추, 방아 잎, 아삭이 풋고추, 부추가 한 웅큼 씩 담긴 쇼핑백이 책상위에 놓여있습니다...

Jul 02, 20234 min

2023/07/01 <형에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사촌 형이 푸드 트럭에서 꼬치 요리 장사를 하는데, 새벽부터 재료 준비를 하고, 저녁 늦게 까지 장사를 하느라, 많이 힘들어 해서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이동 할 때 운전을 해주는 게 다이긴 하지만, 그때라도 형이 쉴 수 있다며 엄청 고마워합니다. 저도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막막하던 차에, 며칠 형을 따라 다니면서 보니,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보였더니, "장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난 세상에서 월급쟁이가 제일 부럽더라! 넌 취업 준비나 잘해" 점심시간에 사원 증 목에 걸고, 커피 마시며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럽다가, 요즘엔 또 형처럼 장사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다들 열심히 사는데, 저만 계속 너무 오래 준비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요. 초조해 하는 저에게 형이 새 메뉴를 맛보라고 했습니다. "이 소스 만드느라 고추장을 얼마나 먹고, ...

Jul 02, 20233 min

2023/06/29 <장맛비가 내리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올해의 장마는 역대 급 일거라는 기사가 나오길 레 장마에 대비해 제 나름 준비를 했습니다. 온 식구가 양파를 워낙 좋아해서 통 양파 장아찌를 한~통 담갔고요. 마늘도 한 접사다 까서 장아찌를 담그고 오이지는 언니가 한 통 담가줬고요. 애호박 몇 개 사다가, 절반은 된장찌개용으로 반달썰기 하고, 또 절반은 부침개용으로 채 썰어 냉동실에 넣었지요. 식용유를 넉넉히 큰 거 하나 사다 놓고, 부침가루, 튀김 가루도 사다 놓고 냉장고에 김치도 넉넉히 들어 있는 걸 보니 안 먹어도 배부른 거 같습니다. 이맘때면 제 어릴 적 어머니도 각종 장아찌를 담그고, 양파며, 감자며 이런저런 먹 거리를 갈무리 해 놓으시고는, "아이구우~ 이제, 비가 오든 어쩌든 난 몰르겄다. 내 할 일 다 한 거 같으니께!!"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12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칠 때는 김장을 한 200포기정도 담그시고, 광 속에 연탄 몇 백 장을 쌓아 놓으...

Jun 29, 20234 min

2023/06/29 <심야버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언뜻, 핀잔처럼 스치는 빗방울 바람이 취객의 겨드랑이를 부축하다 팽개치고 먼저 버스에 오른다 전광판 즐비한 도시를 관통하는 버스 속 쏟아지는 빗줄기에 순간, 불빛이 번져 차선이 휘어진다 차도를 메우고 택시를 포위한 사람들 인도 위의 여자가 뒤집힌 우산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빠진다 하루의 갈증을 비에 떠넘기고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을 공중의 나뭇잎이여, 어느 뻘에 풀어 놓았느냐 특색 없는 얼굴 등받이에 기대고 내 생도 막차를 탄 게 아닐까, 습관적으로 중얼거리며 우줄우줄 졸며 가는 자정 넘어 어두워진 빗길 플라타너스 잎사귀 맺힌 생각 털어내며 달리는 심야버스 강신애 시인의 &lt;심야버스&gt; 혹여나 놓칠세라 뛰고 또 뛰어 겨우 막차에 올라 물 먹은 솜방망이 같은 몸을 의자에 던지고 나면 오늘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한숨 돌리고 나면 꾸벅꾸벅 조는 청년도, 취기에 몽롱한 아저씨도, 아침 찬...

Jun 29, 20233 min

2023/06/28 <마지막 출근>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매일 아침이면 현관 앞에서 "다녀올게" 하며 출근을 하던 남편이 35년 동안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단 한번도, 지각, 결근, 조퇴 없이 충실하게 달려온 세월이 어느새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오랜 시간이 흘러 어느새, 검은머리가 하얗게 반백이 성성한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남편역할, 아들역할, 아버지역할 거기에 직장인으로 네 가지 역할에 충실하면서 살아온 남편이 그저 감사하기만 합니다.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두 자식 잘 키워내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남편. 이제는 쉼표를 찍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바빠서 다니지 못했던 여행도 다니고, 좋아하는 음악도 하고,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라고 열심히 뒷바라지 해줄 작정입니다. 아들들과 저랑 셋이서 남편몰래 퇴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근무했던 35년 동안을 보상하는...

Jun 28, 20233 min

2023/06/28 <쿨하게 보내 줄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모둠에서는 &lt;진달래꽃&gt;을 우리 버전으로 재해석해 봤어요. 만약에 내가 싫어서 가 버리겠다고 하면 그냥 쿨하게 보내 줄게. 게임머니나 데이터 선물해 줄게. 내가 보낸 데이터 많이 많이 쓰면서 나를 잊어버려도 괜찮아. 내가 싫어서 가 버리겠다고 하면 그냥 쿨하게 보내줄게. 이번엔 쫌 오래갔으면 했지만. ‘만약에’라는 말로 나를 떠보지 마. ‘만약에’라고 했지만 ‘가 버리겠다’는 말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기 시작했어. 참, 이상하지? 말 한마디가 우리 사이에 어떤 파도를 일으키는지. ‘만약에’라는 말도 ‘내가 싫어 가겠다’는 말도 나를 향해서 함부로 내뱉지 마. 나도 ‘쿨하게 보내 준다’는 말 절대 꺼내지 않을게. 어, 이거 누가 썼어요? 우리 모둠에 이별의 아픔을 겪은 시인이 썼어요. 누구죠? 비밀이에요. 남의 아픔을 이용하려 들지 마세요. 양영길 시인의 &lt;쿨하게 보내 줄게&gt; ‘고이 보내 드리오...

Jun 28, 20232 min

2023/06/27 <우정의 온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컵을 씻다 컵 속에 컵이 끼었다 딱 붙어서 빠지질 않는다 우격다짐으로 떨어트리자면 둘 다 상처를 입겠지 빠져나오려 기를 쓰는 동안 금이 가거나 긁힌 흔적들이 내 손에까지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지 안쪽 컵엔 찬물을 붓고 바깥쪽 컵은 뜨거운 물 속에 담가 둔다 바깥쪽은 열기로 풀어지고 안쪽은 냉기로 오므라들면서 그 사이에 틈이 생기길 기다린다 더러는 서로 다른 온도가 필요하다 컵 속의 컵이 풀어지고 있다 손택수 시인의 &lt;우정의 온도&gt; 사람과 사람 사이엔 틈이 필요해요. 여러 감정이 자연스레 흐르게끔 마음의 바람길을 두는 것이지요. 불타올라 재가 되어 사라지지 전에 너무 차가워 얼어붙어 깨지기 전에 자연스레 온도 차가 생길 수 있도록 마음을 추스르며 숨 돌릴 수 있도록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n 28, 20232 min

2023/06/27 <세월의 무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로 2년째 "학교 지킴이" 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에너지를 느끼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 이혼에도 누나, 형과 같이 조금도 구김 없이 "저, 잘 왔어요." 하고 인사하는 아이, 항상 최고의 멋을 부리며 익살스럽게 개구쟁이 짓 하는 4학년 준이, 사슴 눈망울에 매일 예쁘게 머리를 다듬고 등교하는 은이. 매일 일찍 등교 해 축구공과 뛰는 4학년 경이, 그 중에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 2학년 한 학생. 작년 입학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할아버지가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손녀 손을 잡고 등교 길을 도우십니다. 학교 정문에서 손녀 손을 놓고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시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가십니다. 어느 날, 저의 작은 공간으로 모시고 와 커피 한잔을 대접했습니다. 5년 전 할머니와 이별 후 홀로 지내...

Jun 28, 20234 min

2023/06/26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한 달 전부터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에는 집 안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생각 했는데 날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서 다음날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은 갱년기 증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쉰도 되지 않았고 갱년기의 증상인 신체적인 변화도 없기에 이번에는 관절 전문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역시 관절엔 이상이 없으며 갱년기가 온 것 같다고 하십니다. 아니, 갱년기라니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거지? 어떻게 갱년기 통증을 이겨 낼까 등등 마음이 복잡해지니 우울감이 밀려와 급기야 앓아누워 버렸습니다. 마침 언니처럼 챙겨주는 오랜 지기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힘없는 제 목소리를 눈치 채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고 최근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 몸도 마음도 힘들어 한다고 했더니 언니가 나도 그 나이 때 똑같은 증상을 느꼈다면서 나 역시 갱년기 증상을 받아...

Jun 26, 20233 min

2023/06/26 <소나기 지나가시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렇지 마음도 이럴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소나기 한줄금 지나가시고 삽 한자루 둘러메고 물꼬 보러 나가듯이 백로 듬성듬성 앉은 논에 나가 물꼬 트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물꼬를 타놓아 개구리밥 섞어 흐르는 논물같이 아랫배미로 흘러야지 속에 켜켜이 쟁이고 살다보면 자꾸 벌레나 끼고 썩기나 하지 툭 타놓아서 보기 좋고 물소리도 듣기 좋게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논물이 흘러 내려가듯이 요렇게 툭 타놓을 때도 있어야 하는 거라 송진권 시인의 &lt;소나기 지나가시고&gt; 많은 비가 내려 물이 고였을 때는 물론 적당한 시기에 물꼬를 내 논물을 빼야 벼가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듯, 쌓인 감정들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올 땐 무조건 비워내야 해요. 소나기가 지나간 후 떠오르는 찬란한 무지개처럼 가벼워진 마음에도 행복 무지개가 뜰 수 있도록 말이죠. See omnystudio.com/listener...

Jun 26, 20233 min

2023/06/25 <함상 공원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남편과 대명항으로 향했습니다. 한산하리라 생각했던 포구는 의외로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포구 옆 함상공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해군 군함으로 바다를 지켜오다 퇴역한 운봉함을 활용해 조성된 공원은 안보 교육 현장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전시실로 들어갔습니다. 영상관, 선실 체험 공간, 한국전쟁 홍보관, 한주호 준위 추모관 앞에선 마음이 숙연해짐과 동시에 이념의 차이로 남과 북이 아직도 대치 상황임을 실감케 하는 현실은 고통이었습니다. 상갑판을 지나 조타실, 전탐실로 올라갔습니다. 군인들이 생활했던 공간이 보였습니다. 막냇동생이 해군하사관으로 입대해 오랫동안 군복무를 했기에 그들이 생활했던 공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군장을 메고, 풀고 좁은 계단을 신속하게 오르내리며 출동 준비를 했을 그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들 속에서 바삐 움직였을 동생의 동선을 그려보는데 고...

Jun 25, 20234 min

2023/06/24 <참말로 벨일이여>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비는 왜 한번도 안 온다냐, 여즉 논에서 일하는겨? 오째 이리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 하늘 깊어진 걸 보니께 벼 벨 때가 된 것 같기는 헌디, 암만 그려도 엄니 얼굴 잊어부리믄 안되지, 참말로 벨일이여. 아무 말도 못하고 처마 그늘만 만지작거렸다 치매 걸린 할머니가 한번씩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아버지를 찾는데, 울안에 번개 맞아 쓰러진 향나무 저승 간 지 오래라고 차마 말도 못하고 그저 틀니 빠진 주름진 입안에 아, 하고 사탕 하나 넣을 뿐이다 박경희 시인의 &lt;참말로 벨일이여&gt; 오랫동안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친구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치매가 와도 감정은 기억한다고. 누가 섭섭하게 했는지, 누가 잘해줬는지, 그래서 맘 상하게 했다간 혼쭐난다고. ‘아주머니, 아주머니’ 해도 ‘네~어르신’ 하며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제일 잘한 일이었다고. 혹시 부모님이 기억을...

Jun 25, 20233 min

2023/06/24 <소중한 인연이 쭉 이어지길 바라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8년 가까이 동호회를 모티브 삼아 가족처럼 지내며 회원 하나하나를 살뜰히도 챙겼던 동갑내기 친구가 이사를 간다고 하네요. 그 동안 회원들의 대소사는 물론이고, 동호회 관련된 일이라면 언제나 솔선수범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고, 지금까지 동호회가 유지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기에 진정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건, 전 회원들의 공통된 마음일 거라 생각됩니다. 지난 송별회 때에만 해도 바쁜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전 회원이 참석할 정도로 그 친구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 데다 아직은 헤어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모두들 얼떨떨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다행히 멀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가기에 당분간은 중간지점에서 만나 함께 운동을 즐기긴 하겠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같은 아파트 입주민으로 살 때와는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새벽부...

Jun 25, 20233 min

2023/06/23 <이게 꿈인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에 큰맘 먹고 오대산으로 등산을 나섰습니다. 승용차로 50분. 월정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산을 올랐습니다. 오대 천을 따라 40분 정도 지나니 갈증이 나 물을 꺼내 마시고 있는데 한 사람이 혼자 오르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디까지 가시냐고 묻는데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해 이것저것 물으니 광주 포병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수료 후 바로 같은 침상에서 동기로 입대한 전우였습니다. 어디 사느냐고 했더니 30여 년 전 부산에서 이사를 와 오대산 인근 평창에 거주한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털썩 주저앉아 간식을 주고받으며 휴대폰 전화번호도 주고받고 50여 년간 어찌 살았냐고 하다 보니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엊그제 같이 기억이 점점 살아납니다.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에서 포사격 훈련 나갔을 때 함께 방카에서 화약연기를 마시며 그때 우리는 나는 계산 병으로, 그 친구는 수평 통제 병으로 업무를 수행...

Jun 25, 20233 min

2023/06/23 <그런 저녁이 있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개천의 물무늬며 하늘 한구석 뒤엉킨 하루살이떼의 마지막 혼돈이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바람이 푸른 빛으로 지나가는 소리며 둑방의 꽃들이 차마 입을 다무는 소리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비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넣으며 가만 가만히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 하나 옹이로 박힐 때까지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나희덕 시인의 &lt;그런 저녁이 있다&gt;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세상은 언제나 유유히 흘러가는데 나만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디에도 맘 둘 곳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게, 저녁놀 속에 맴돌 때가 있지요. See omnystudio...

Jun 25, 20233 min

2023/06/22 <녹음이 짙은 나뭇가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사랑은 한 포기 꽃처럼 피었다 시들면 떨어지는 꽃잎 같지만 꽃 피고 잎 모양 무성할 때 보이지 않던 나뭇가지 살포시 고개 들며 굿 굳이 자태를 뽐내는 요즘 비바람 흔들려도 쉽게 꺾이지 않는 너만의 힘을 자랑하듯 사계절 견디어 가지 사이 달 뜨고 별 반짝반짝 삶 속에서 하루하루 나이 먹고 모자람이 터질 듯 욕심 없이 산 다 는 게 녹음이 짙은 나뭇가지와 같다. 오석주 시인의 &lt;녹음이 짙은 나뭇가지&gt; 모든 계절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묵묵히 배경이 되어주는 나무들. 그렇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살다 곱게 단풍물 머금고 미련 없이 떠나는 그 초연한 모습을 무척 닮고 싶었지요. 나무처럼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편해질 텐데 그게 늘 어찌나 어려운지. 고민, 고민하다 결국 알아볼 수조차 없는 티끌만한 욕심 하나, 먼저 내려놓아 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

Jun 22, 20233 min

2023/06/22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가 선생님을 다시 찾게 된 건 고2 시절 선생님이 학문도 가르쳤지만 인생의 바른길을 늘 깨우쳐 주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잊고 지내다 10년 전 친구가 선생님을 어렵게 어디 계신지 알아냈습니다. 다행히 같은 부산에 살고 계셨고 은퇴 후 산행과 바둑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담임을 하신적도 없는데 우리의 얼굴을 기억해 주셨고 수업시간 우리가 다른 애들보다 더 또렷한 눈빛으로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그때의 감성과 모습으로 여전히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참 신기하기도 했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후 우리는 선생님을 찾아뵙고 학부형으로서 일들도 상담 하며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로 3년을 만나지 못했고 5월 스승의 날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3년 만에 만난 선생님은 청력이 좀 안 좋아지셨을 뿐 그대로셨습니다. 나에게 ‘너는 얼굴...

Jun 22, 20234 min

2023/06/21 <꺾어야 사는 인생>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십견 의사가 말한다 “꺾어야 삽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어리둥절한 나에게 그는 씩 웃고는 어깨에 주사 한 대 놓고 일주일 치 근육 완화 약 처방을 준다 그러고는 물리치료 받고 가란다 물리치료 받으며 나는 의사의 말귀를 알아차린다 오늘도 나는 오십견이 온 오른쪽 어깨를 뒤로 꺾어본다 근육이 아픈 듯하다가 시원해진다 인생도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을 한번 뒤로 꺾어보자 아플듯 하지만 누가 아는가? 시원해질는지... 하은혜 시인의 &lt;꺾어야 사는 인생&gt; 누구에나 인생의 벽을 느끼는 순간이 있지요. 어느 날 팔이 올라가지 않는 오십견처럼, 아무리 애써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저 마음 한 번 꺾으면 되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버티고 또 버틴 날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겠기에 결국 꺾어야 산다는 말을 가져다 고쳐 써봅니다. 살다 보면 꺾일 수도 있다고, 한 번 쯤은 꺾여도 괜찮다고 말이죠....

Jun 21, 20232 min

2023/06/20 <울보는 빗소리가 좋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생계유지 목적이 우선이라는 핑계로 놀거나 쉬는 일은 알지도 못했고 가족과 다정해 볼 틈도 없었다 반복되는 우여곡절도 겪어야 했기에 빗소리가 나에게는 음악으로 들리고 그 소리를 들어야만 마음이 안정되는 울보는 장마철 세찬 빗소리가 마냥 좋았다 한 때 어려운 시기가 있었을 뿐인데 그런 이유로 자존감을 잃어가며 살고 마음이 여린 소견은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가 힘들었고 보통 사람들보다 눈물 많은 울보였다 안영준 시인의 &lt;울보는 빗소리가 좋다&gt; 부모님 속상할까 봐 애써 괜찮은 척 아이들 얼굴에 그늘이 질까 싶어 참고 또 참고 만만하게 보이기 싫어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버티다 그만 맥이 빠져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습니다.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을 보고 울컥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다가도 주룩주룩 덩달아 눈물을 흘리는 울보가 되곤 하지요. 근데, 그렇게라도 실컷 울어요. 눈치 보지 말고. 그래야 힘이 ...

Jun 20, 20232 min

2023/06/20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결혼을 앞둔 사촌 남동생이 예비 신부를 데리고 인사를 왔습니다. 뒤에 따라온 예비 신부를 보고 저는 살짝 놀랐습니다.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었고 키도 컸습니다. 사촌 동생은 20대 중반부터 탈모가 왔습니다. 그래서 친구도 잘 만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작은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셨지요. 직장은 가발을 쓰고 다녔지만 여자 친구를 만들 용기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몇 번의 소개팅이나 선 자리에 나가도 머리 관련 얘기를 꺼내면 여자 분들이 다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사촌 동생은 비 혼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녀석이 10년이 넘는 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까지 골인시켰으니 이 얼마나 놀랄 일인지요. 궁금해진 저는 여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두 사람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얘기합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게 된 둘은 처음엔 그냥 눈인사만 나누는 동료였다...

Jun 20, 20234 min

2023/06/19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프기 전에는 제가 전혀 보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해 친구들이 절 더 특별히 생각해주고 보살펴준 생각도 납니다. 한번은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때 제가 쓰러져 친구가 절 업고 양호실로 간적도 있습니다. 그땐 몰랐지요. 친구도 가족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같이 친하게 지낼 땐 이 행복이 영원할 거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각자 자기 갈 길로 가다보니 서로에게 신경을 못 썼습니다. 그래서 아프고 나니까 친구들이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병원에 누워 생활할 땐 가족의 소중함이 이리 큰지를 몰랐습니다. 가족 이란 서로 다투다가도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 없이 다시 말붙이고 장난도 치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그러잖아요. 특히 엄마가 제 곁에서 절 많이 보살피셨는데 가족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볼까 싶습니다. 혼자보다는 둘...

Jun 19, 20233 min

2023/06/19 <길을 걸으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길을 걸으면 앞만 보고가서 좋다 길을 걸으면 한발짝 한발짝 내 영역을 넓혀가서 좋다 길을 걸으면 지금 아니 걸었으면 못볼 사람도 만나고 매연과 싸우는 편백나무 하나의 가치를 느껴서 좋다 생각없이 길을 걷다 돌아보면 벌써 이 만큼 길을 걸으면 숨겨진 나의 부지런함을 봐서도 좋다 길을 걸으면 찾아갈 곳이 있어 좋고 길을 걸으면 돌아갈 집이 있어 좋다 최명조 시인의 &lt;길을 걸으면&gt; 걷다 보면 가벼워지는 몸만큼 무거운 생각도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마음의 잡음이 하나둘 사라지면 삶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생의 속도도 느껴지죠. 그러니 걸어요. 우리. 걷기만큼 좋은 처방전은 없다니까. 힘들고 지친 몸도, 괴로운 마음도, 걸으면 걸을수록 좋아질 거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n 19, 20232 min

2023/06/18 <따뜻한 영화 한편을 본 듯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에 차가 고장이 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일을 보러 나갔습니다. 출근시간이 지난 한산한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 안은 승객들이 많지 않아 앉아서 갈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류장에 버스가 섰고 할머니 한분이 승차를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들을 뵐 때면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이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예쁜 옷도 사 드릴 텐데..." 하면서 일찍 하늘로 떠나신 엄마를 그리워하곤 하지요. 그 할머니께서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계시는데 저보다도 한걸음 빨리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할머니께 다가가서는 "할머니 제가 잡아드릴게요. 천천히 올라오세요." 하면서 할머니를 부축해 자리까지 안내 해주셨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서 그 두 분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자리에 앉으신 할머니는 또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 고마워요. 다리가 아파서 이렇게 여러 사람을 귀찮게 하네요. 복 많이 받으시기를 제...

Jun 18, 20233 min

2023/06/17 <밀양을 향해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대학동기 친구들과 선후배가 모임을 시작한지 벌써 40여년이 되어 갑니다. 엄혹한 시대였지만 우리들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모임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 친구의 외동아들이 결혼을 하여 친구들이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야~저 녀석, 그렇게 말썽부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장가를 가는 구나.” “야! 말도마라! 저 녀석 돌 무렵인가 어찌나 사납던지 형들인 우리 아들들 하고도 엄청 말썽피우더라고” 장가가는 녀석의 옛 얘기가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날 혼사 이후 뒤풀이엔 결국 작년에 얘기 하다가 만 올해의 모임이었습니다. “이번엔 함양으로 가볼까?” “수도권 친구들이 내려오는 교통편이 조금 어려울 수 있어. 밀양이 어떨까? 거기는 경부선 기차가 정차하니 기차로 오기가 쉽거든” 창원 사는 친구의 말에 “그래? 그럼 우리 이번에는 밀양에서 한번 뭉쳐보자” 이렇게 해서...

Jun 18, 20233 min

2023/06/17 <말도 안 돼>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빠는 거짓말쟁이다. 아빠는 고등학교 때 머리가 너무 길어서 학교에서 싹둑싹둑 잘렸대. 세상에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 믿을 거 아냐, 그치? 엄마는 거짓말쟁이다. 고등학교 때 치마가 너무 짧다고 반성문을 쓰고 벌 청소도 했대. 또, 엄마가 대학생 때 찢어진 청바지 입고 다니니까 할머니가 바늘로 다 꿰매 버려서 할머니한테 대들었다가 할아버지한테 맞았대. 세상에 말도 안 돼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준비물이 없으면 복도에 꿇어앉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긴 하지만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추억처럼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어. 말이 되는 소릴 해야 믿을 거 아냐, 그치? 양영길 시인의 &lt;말도 안 돼&gt; 요즘 아이들은 절대 믿지 않을 거짓말 같은 일. 말도 안 되는 그 추억들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 눈곱만큼의 일탈도 봐주지 않았던 부모...

Jun 18, 20232 min

2023/06/16 <하루의 끝>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밤은 깊고 전철은 오지 않는다 벽에 기대어 흐린 눈을 감았다 뜬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하루여 너는 어디쯤 서서 남은 시간을 기다리는가 말 못할 하루를 나는 살았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나 꽃잎 한 장 펴보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입다무는구나 갑자기 맑은 웃음소리 들렸다 사내 둘과 여자애 하나 내 앞에서 수화로 부지런히 말을 주고받는다 오 즐거운 일이 있었을까 황홀한 사건이 벌어졌을까 그렇게 기쁜 표정을 본 적이 없다 반쯤 뜬 눈 조금 더 열고 보니 선로 건너편의 청년도 이쪽을 향해 두 손으로 신나게 웃으며 마구 말을 건네온다 그토록 기쁨에 넘치는 얼굴들이 열심으로 열심으로 하루의 끝을 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박해석 시인의 &lt;하루의 끝&gt; 걸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퇴근길. 나보다 땀을 한 바가지는 더 흘렸을지도 모를, 나보다 더 일진이 사나웠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힘찬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Jun 18, 20233 min

2023/06/16 <부족함>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나 하고 받았는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였습니다. "하도 전화를 안 받길 레 번호가 바뀌었나 했네. 잘 지내지? 한번 보자! 언제 시간 돼?" "좀 바빠서.. 나중에 연락할게." 언니에게 유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기억은 없고 힘들기만 했던 곳에서의 일들이 다시 생각나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회사 사람들 연락처를 다 지워버리고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언니의 전화를 그렇게 끊은 건 마음이 영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언니, 오늘 시간 되는데.." "그래? 그럼 당장 만나자! 이사 안 갔지?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언니 우리 얘기만 하자! 여전히 속 좁다고 흉 봐도 할 수 없지만, 회사 얘기는 안 듣고 싶어" 그렇게 미리 약속을 받았습니다. 언니와 밥을 먹으면서 씩씩한 척, 잘 지내는 척을 했습니다. 내 얘기를...

Jun 18, 20234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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