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낯선 곳에서 뜻밖의 상황에 부딪쳤을 때 누군가에게 받은 친절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게 되죠. 회사에서 경주로 1박2일 교육을 갔습니다. 늦게까지 교육을 받고 호텔에 짐을 풀고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경주 보문호수 길을 걸었습니다. 장마철이라 변화무쌍한 날이란 걸 알았지만 갑자기 쨍쨍한 날에서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세어 졌고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나는 앞만 보고 달렸고 분명 같던 길을 그대로 왔다 싶은데 도착하니 내가 묵고 있던 숙소 아닌 다른 호텔의 주차장이었습니다. 비 맞은 몰골로 호텔로 들어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마침 주차장에서 우산을 꺼내는 한분이 계셨습니다. 나는 염치없이 다가가 남는 우산이 있으면 하나 빌려주시면 쓰고 돌려드리겠다고 했더니 여분의 우산이 없다고 하며 하지만 회사가 바로 앞이라 내가 들어가면 가져가라고......
Jul 1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소문에 당첨 잘 된다는 복권 명당 소를 찾아갔더니 줄 사탕, 비엔나소시지처럼 늘어졌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람들은 불확실한 당첨에 행운을 걸듯 제집처럼 드나든다 선택한 번호를 외우고 보물인 양 지갑에 넣어 다니며 아이가 소풍을 기다리는 것처럼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는 희망을 품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추첨하는 날 ‘꽝’ 결과에 괜스레 허탈하지만 땀방울 없이는 내 것이 아니라는 깨우침을 갖는다 로또 망상의 종이를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며 허황한 꿈에 욕심내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맹세를 놓는다 도현영 시인의 <행운이 올까>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복권을 사는 건, 잠깐이나마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부쩍 힘겨운 날이면 복권 한 장을 사선 소박한 희망과 함께 지갑 깊숙이 넣어두곤 하지만, 우린 잘 알고 있어요. 최선을 다하는 하루, 그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 대박을 만든...
Jul 1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거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심재휘 시인의 <행복> 어떻게 하루하루가 매일 만족스럽고, 보람차고, 의미 있을 수 있겠어요. 더러는 운 없는 날도 있고, 일이 풀리지 않아 세상이 내 편이 아니구나 싶은 날도 있는 거죠. 그런 날은 애쓰는 일을 잠시 멈춰보세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을 때 찾아오는 행복도 있으니까, 이따금씩은 조금 싱겁고, 슴슴하게 하루를 보내도 괜찮아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16,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기다란 두 개의 의자에 할머니 몇 분이 앉아 계십니다. 그날따라 많이 걸었던 탓에 다리가 아파 빈자리가 있나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비닐봉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옆에 앉아 계신 할머니가 산딸기주인으로 보였지만, 치워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휴대폰 벨이 울려서 받게 되어 잠깐 통화를 하고 끊었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며 큰소리가 납니다. 버스가 와서 딸기 봉지를 든 할머니가 오르려는데 한쪽 다리가 올라서지 못해 버스가 출발하지 못했던 겁니다. 지켜보던 버스기사분이 퇴근시간 배차 시간 지켜야 한다고.. 큰소리가 났던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겨우 버스에 오를 수 있었고,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들의 얘기소리가 들려옵니다.“아이고, 나는 저렇게 안 살란다. 돈 벌어서 자식 줄 필요 없고, 기...
Jul 1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1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종일 궂은비 내린다 빵은 젖어서 질척질척하다 가도 가도 마을이 먼발치로 보이는 아득한 진창길을 한 아낙이 우산도 쓰지 않은 채 터벅거리며 간다 옆을 스치다 슬쩍 보니 그녀는 울고 있었다 비 젖은 얼굴인 줄 알았는데 한 손에 보퉁이 들고 무엇 때문일까 나는 솟구치는 궁금증을 못 참고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동순 시인의 <진창길>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솔직해집니다. 애써 감춰오던 감정을 숨기지 않지요. 주룩주룩 빗물 같은 눈물을 흘려도, 아무리 큰 한숨을 쉬어도 빗소리에 묻힐 테고, 무엇보다 우산 속에 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엔 안부를 더 자주 묻게 됩니다. 잊고 있던 슬픔의 통증으로 아파하고 있지 않길, 빗속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13,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중학교 때 신발 앞쪽이 쫙 하고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속상한 마음도 잠시, 새 신발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엄마가 퇴근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엄마가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엄마에게 벌어진 신발을 보여드렸습니다. 엄마는 방에 있던 아빠에게 “이 앞부분 순간접착제로 붙여줘~”그 순간 들뜬 마음은 짜증으로 바뀌어,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얼마 전, 현관에 들어서다 우연히 엄마 신발을 보았습니다. 뒤 굽이 헤질 대로 헤졌고, 낡을 만큼 낡은 신발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께 부끄럽기도 하고 숨기고 싶기도 하였을 텐데, 내색한번 안하고 그 신발을 신고 다닌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엄마를 모시고 백화점 신발코너에 갔습니다. 엄마는 지금 신발도 몇 년은 더 신을 수 있다고, 굳이 사줄 거면 시장에서 사자며 완강히 거부하였습니다. 그런 엄마의 등...
Jul 1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치매에 걸려 아버님 없이는 하루도 생활하기 힘든 어머님을 보고 있으면 가족을 위해 늘 음식을 만드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님은 정말 깔끔하고 매사가 분명하신 분이었습니다. 집은 늘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이불빨래를 하셨죠. 그런 어머님에게 서운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둘째를 낳고 난 뒤였습니다. 남편이 장손이다 보니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셨나봅니다. 어머님은 정말 냉정한 얼굴로 남편에게만 “너 배고프지? 나가서 밥 먹고 오자. 밥을 먹어야 간호를 할 거 아니니?” 신생아얼굴도 보고 싶지 않으신지.. 그렇게 두 분은 나가고 간호사가 딸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아이에게 수유를 하면서 덩그라니 앉아 있으니 눈물이 났습니다.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고 나도 애썼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얼마 후 어머님이 다시 오셨는데 내 눈을 보시더니 “아니 내가 니 남편만 데리고...
Jul 12,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식사를 끝낸 널찍한 식탁 위 하얀 LED 불빛을 위로하고 아내가 글씨 작은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코끝에 걸터앉은 도수 높은 돋보기가 읽어주는 글씨를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마디 굵은 손으론 열심히 쓰며 힘든 살림 고된 직장 생활이 많이 힘들 텐데 감기는 눈 비벼가며 요즘 애들이 잘 쓰는 말로 열공하고 있다 즐겨 시청하던 TV 드라마 예능 프로도 멀리 한 채 뭔가에 열중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원하는 결과까지 얻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텐데 그 멋진 결과를 위해 나도 기도 할게요 박광현 시인의 <멋진 당신> 제2, 제3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출발점에 선 그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를 거예요.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은 말아요. 눈도 침침하고, 돌아서면 깜박깜박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걸요. 물론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답...
Jul 12,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제야 알았네. 수업 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첫눈 온다고 창밖만 바라보던 정근이, 꼴찌가 좋다며 툭하면 수업 빼먹던 민철이, 부모 몰래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져 여섯 달 꼬박 병원 신세 지던 동준이, 부모 이혼하고 난 뒤에 학비조차 내지 못하던 순식이...... . 그 못난 것들이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말이야, 틈틈이 못난 스승을 찾아와 위로하고 간다는 것을. 그 못난 것들이 하나같이 땀 흘려 일해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린다는 것을. 서정홍 시인의 <못난 것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한 명의 위인이 아닌 눈에 잘 띄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입니다. 못났다, 참으로 못났다 해도, 그 못난이들의 따스한 마음 덕분에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곤 하죠. 그건 아마도 이해와 공감 때문이겠지요. 오래도록 방황하고, 많이 아파해본 사람일수록 다른 이의 아픔도 깊이 헤아릴 수 있으니까요. See omnystu...
Jul 11,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시골태생인 남편은 작은 텃밭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습니다. 각종 채소를 직접 키워 바로 따서 식탁에 올리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설 레이고 가슴이 뛴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쁜 직장생활에 치이고 더구나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텃밭 가꾸기는 언감생심. 그러더니 별안간 아쉬운 대로 베란다 텃밭이라도 만들어봐야겠다 며 화분 몇 개와 모종삽, 호미를 사오더니 거름 섞인 좋은 흙을 구해서 청경 채, 상추, 깻잎, 고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우선 상추, 깻잎만 키워 보고 잘 되면 다른 채소도 심어 보자고 했지만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서 분리수거 하는 날 내놓은 쓸 만한 화분을 주워 와서 오이모종도 심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심다보니 베란다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베란다를 온통 푸성귀로 채울 작정이야? 아이고~ 정신없어 죽겠네." 라며 툴툴거렸지만 남편은 인터넷으로 공부를 해 가며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Jul 11,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지난달에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은 곳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 지리산 천왕봉(1915m)을 다녀왔습니다. 50대 중후반. 체력이 뒤받침 되어 줄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2박 3일 일정을 짜고 숙박지로 출발하였는데 날씨는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 등산 당일에는 전날 늦은 밤부터 줄기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포기하고 마지막 날에 강행하기로 했습니다.새벽 4시에 일어나 식사, 간식 등을 준비하고 나서는데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가득 한 흐린 날이었습니다. 백무동계곡에서 시작하는 등반길은 처음부터 깔딱고개, 안개 낀 등산로, 습도 높은 기온, 뒤에 쳐진 남편...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앞질러 가던 젊은이들이 계단에 앉아있는 동료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길 레 물으니 발을 접질렸다고 해 준비한 파스를 주었습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뒤로하고 대망의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안개와 운...
Jul 10,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길목 뿌연 밤안개가 끼고 어두운 밤하늘 생각과 마음에서 공허함이 허공에 머물 때 스쳐 간 시간 머물던 미소가 가려진 달빛과 별빛에 한 영혼이 멈춰 선 자리 콧날이 시큰거린다 먼 길 사랑해야 했지만 상처의 몸을 지탱하며 서성이며 가다가 멈춰 선 자리 길목 어귀 짐 내리고 덜 석 주저앉아 가슴을 펴고 한숨 몰아쉴 때 한 줄기 바람 다가와서 달래주네 잠시 쉬어가라고 바람 바람은 누가 보내었을까 고마워 고마워라 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힘내고 가야 하는 길 가리다. 김영주 시인의 <길목에 지쳐 머물 때> 답답할 때 바람이 불고, 울고 싶을 때 비가 내리면 아무도 몰라주는 마음을 하늘은 알아주는구나 싶어 고마운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렇게 바람에 기대었다가, 때론 내리는 비와 함께 울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이 나곤 하지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
Jul 1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점심시간 분산된 통장들을 싸리로 빗자루 묶듯 묶어주기로 몇 발짝 건너 은행을 찾았으니 시간은 쉴 틈 없이 간다만 병아리 직원의 낯설은 업무가 꾸물꾸물 진도는 제자리 밥 시간 다 가겠네 서두르라 너스레 떨고 싶다만 여기 묻고 저기 묻고 애타는 그 마음은 오죽할까 마주치는 눈 미안할 정도로 얼마나 애잔하던지 눈앞에 상사의 얼굴 성난 황소의 모습처럼 스쳐가 말할까 말까 하는데,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에 아침 새침하게 나가던 딸아이 얼굴이 최순명 시인의 <역지사지> 갈 길 바쁜데 누군가의 서툰 일 처리에 부아가 끓어오를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생각해요. ‘못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분명 누군가는 화를 냈을 것이고, 재촉하면 잘하고 있던 것도 놓칠 테니 웃자. 누구에게나 서툴고 실수투성이었던 처음이 있으니까. 언제나 역지사지. 그래야 참 어른일 테지.’ 하고 말예요. See omnystudio.com/...
Jul 09,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전 18대 종손으로 본가는 경남거창입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할머님이 일본 분이라 그분 손에서 아주 천하의 독불장군처럼 자랐습니다. 학생 때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까지, 대학은 일본 오사카 대학과 한국서울대학원으로 운이 좋게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종손이라는 압박은 대를 이어 안한다는 것 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허나 팔자에 자식이 없는 듯, 지금은 두 살 연상인 사람과 연을 이어가고 있고 대는 자연히 끝나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젊은 혈기로 카톨릭 집안이라 신부가 되려고 교육까지 받고 곧 되려는 찰라 할머님의 통곡에 그것마저 이루지 못하였네요. 그동안의 수많은 필름이 지나가는 듯 한 시간들......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편안한 마음과 편안한 시간들입니다. 그리고 후회는 없습니다. 비록, 조상 볼 면목은 없지만 우리 두 사람 60세가 넘은...
Jul 0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0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수건 좀 꺼내 줘, 거기 세 번째 서랍에서.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마, 여기 속옷밖에 보이지 않는데? 하고 말했다. 엄마는 대뜸 거기 세 번째 서랍 맞아? 하고 물었다. 으응, 수선화와 유채 같은 속옷만 가득! 그러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위로 살짝 겹쳐 높아지는 소리 아니 거기 말고, 위에서 세 번째! 아아 밑에서 세 번째 서랍은 서럽다. 때로 엄마와 나 사이에 세 번째 서랍에 대한 기준이 없다. 한상권 시인의 <오 단 서랍장으로 바꾸어야겠다> 부탁을 들어줬는데, 그게 아니라는 핀잔을 들으면 진짜 억울하죠. 그렇다고 그럼 본인이 직접 하지, 왜 나한테 그러냐고 말하면 괜히 다투게 되고 마음만 상해요. 그냥 위에서 세 번째, 밑에서 세 번째, 그렇게 콕 집어서 말하면 됩니다. 내게는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나완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
Jul 09,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릴 적 엄마는 내가 공부를 잘하면 만족해하셨습니다. 그래서 난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엄마가 나에게 집착한 이유는 아버지가 유부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여고 때 알았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있고 내 위에 언니와 오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 가셨습니다. 엄마는 시장에 나가서 일하셨습니다. 난 S대 들어갔고 교사가 되었습니다. 나도 이제는 사춘기 딸을 둔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아버지도 없이 나를 혼자 감당했는데 나는 남편이 있어도 딸의 사춘기가 너무 버겁기만 합니다. 딸은 일단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대답을 해도 노라고 답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는 내가 원하는 것과 다 반대입니다. 영어 학원대신 무용학원을 가고 싶다하고 수학 학원대신 기타를 배우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퇴를 하겠다고 합니다. ...
Jul 0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장마가 온다는 소식에 배낭을 메고 경동시장에 갔습니다. 각종 말린 나물을 사고 견과류 파는 곳으로 가는데 앞에서 "아니! 누님 아니세요!" 하며 다가오는 남자는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동생이었습니다.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누나는 어떻게 지내? 갑자기 연락이 끊어지고 전화 통화도 안 되고 해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 너를 이렇게 만나게 되었구나!" 하자 친구 동생은 "누나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나 위암 걸려서 수술하고 지금 방사선 치료중이예요!" 합니다. "어떻게 나한테 말을 안 할 수가 있니? 어느 병원이야?" 저는 식사를 잘 못한다하여 흑임자죽을 보온병에 넣고 친구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습니다.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마음 굳게 하고 갔는데도 친구 영옥이가 모자를 쓰고 누워있는데 서로 손을 잡고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힘들지?" 하자 친구는 "아니! 안 힘들어...
Jul 0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삶의 숙제인지 모른다 바람도 맞고 비도 맞으며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얻어지는 인생의 수익 하루가 전쟁이다 복잡한 거리엔 교통 전쟁 달달 외운 단어처럼 입버릇처럼 하는 말 진심 없는 인사말 전쟁 속엔 독기 품은 사람도 밀치고 넘어지는 입씨름 전쟁은 늘 혼자 한다 치열하게 싸우다가 다시 내일을 향한 후퇴 일과 싸우다 일과 사귀고 마는 전쟁통 산다는 것은 전쟁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천애경 시인의 <산다는 것> 사는 내내 우린 싸워야 합니다. 일과도 자기 자신과도. 때론 운명과도 말이죠. 이 싸움이 어려운 건 정답도 없고,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모두 끈질기게 싸워 나갈 테지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내는 우리니까. 오늘도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내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
Jul 0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원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도 그립지만 누워있기만 해도 온몸이 시원해지는 고향집 대청마루가 더욱 그립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집 대청마루는 언제나 윤기로 반들거렸지요. 그 비밀은 마루 닦기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제일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나름 순서를 지켜야했습니다. 대청마루를 닦을 때에는 우선 걸레에 물기를 없애야 합니다. 왜냐면 대청마루의 마루판은 세월만큼 삶의 때를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기 많은 걸레로 닦으면 그러한 때가 벗겨지고 속 깊은 윤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겉치레로 빨리 닦은 마루판은 즉각 그 증거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 순간 뒤통수에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습니다. 때문에 대청마루 닦이에서 조급함은 금물입니다. 게다가 마른걸레질의 경우 최대한의 힘을 집중해야 하는데, 힘없이 닦으면 도리어 때를 묻히는 꼴이 되기 십상이...
Jul 0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게는 저보다 6살이나 많은 아랫동서가 있습니다. 시동생이 연상과 결혼하는 바람에 족보가 이상해진 거죠. 전 걱정이 많았습니다. 호칭도 문제지만 어떻게 동서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우리 시댁은 종가집이어서 시댁에 자주 모이는데 동서에게 "언니~" 라고 불렀다가 시어머니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계시면 동서~ 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만나다보니 우리 아랫동서가 어찌나 서글서글하고 성격이 좋은지 명절에 시어머니가 "이번 설에 식혜를 해야 하는데 큰애가 해 와라. 내가 물김치 담그고 만두준비 하려면 바쁠 것 같아." 하시니 우리 동서가 "어머니 제가 어제 엿 질금 사다가 놨는데 식혜 제가 해 올게요. 그리고 야채도 많은데 잡채도 할게요." 그러자 시어머님이 "그럴래? 그럼 그렇게 해." 하셨습니다. 사실 전 음식을 잘 못했어요. 그런 내가 종가 집 맏며느리니 하...
Jul 05,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람의 속 마음 끄집어 내어 보여줄 수도 없고 내가 그 사람 속에 들어갈 수도 없고 입에서 입으로 나온말 다시 입으로 속에 것을 뱉어내어야만 알 수 있는 진실 내진실을 오해로 받아들이는 저 마음 그의 한마디에 마음 상해 아파하는 나의 심장 결국 사람은 가까운 듯 먼 듯 그런 관계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린 아직도 꼬마 아이의 미성숙한 그 자리에서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은 김정남 시인의 <오해와 진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잖아요. 내 마음도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겠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걸요. 어쩌면 우린 고슴도치 사랑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뾰족하게 모난 서로에게 다치지 않으면서도 온기는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그런 거리에서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
Jul 05,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습관처럼 먼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는 내 가슴 속에서, 언제나 그대를 기다리는 애끓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길을 걸어가는 연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그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는, 아픈 그리움의 눈빛이었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비 내리는 날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내 몸짓이,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대 모습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김정원 시인의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어딘가를 지날 때, 차를 마시다 문득, 무심코 바라본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떠오르곤 해요. 참 별스럽다며 대수롭잖게 넘기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사람과의 추억 속으로 깊이 빠져들 때면 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구나... 깨닫게 되지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
Jul 04,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결혼한 지 10년 만에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살던 집에 있던 가구들을 옮기다가 아버지가 신혼 초에 사주셨던 에어컨을 두고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없는 살림에 딸이 더워할까 큰 맘 먹고 사주신 에어컨을 볼 때마다 아버지의 마음인 것 같아 차마 놓고 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고민하다 부모님 댁에 있던 낡은 에어컨을 버리고 아버지가 사주신 에어컨을 부모님 집에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하고 보니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도 설치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신랑이 몇날 며칠을 영상으로 공부를 하더니 결국 에어컨 설치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못가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고 선풍기바람이 나옵니다. 냉매를 충전하고 또 하고... 벌써 세 번 째 충전입니다.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고생하는 남편에게, 배관을 새로 하자. 전문가에게 맡기자. 라고 차마 말을 못하겠네요. 남편 말로는 이번에야말로 새는...
Jul 04,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7월 어제는 비가 온종일 내렸지요. 청포도밭에 청포도 쑥쑥 자라라고 7월 어제는 햇볕이 너무 뜨거웠지요. 청포도밭에 청포도 탱글탱글 속살 여물라고 7월 어제 아이가 시험을 보고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왔어요. 엄마는 청포도 한 송이 건네주며 순수하고 맑은 청포도처럼 동글, 동글 살아가라고 격려해요. 7월에는 꿈이 커갈 수 있도록 연둣빛 전등을 아이의 가슴에 달아주세요. 청포도의 사랑은 엄마의 사랑이에요.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에는 우리 아이 미래도 꿈과 희망으로 주렁주렁 영글어 가요. 강사랑 시인의 <청포도>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퍼붓는 장맛비 속에서도, 짧디짧은 밤사이에도, 이름 모를 풀들의 키가 한 뼘씩 자라나고, 달콤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7월. 그렇게 바라는 일도, 상처 난 마음도 더 단단히 영글어 가는 7월이 되길 바라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
Jul 0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할 형편도 아니고 상업학교도 다니지 않아 취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보고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20살의 나이, 직장이 처음이니 잘하지 못해 자책과 열등감으로 상처받으며 적응하고 견디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나한테 맞지 않는 건가해서 고민도 많이 하고 그래도 새로운 일을 찾을 때까지 다니자고 했죠., 그 후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새 직장을 찾았고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정말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으나 경제 적 여건이 안 되서 더 다니기로 했고, 직장에서 국외 대학원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기에 4년을 낮에는 일하고, 퇴근해서는 얘들 유치원에서 데려와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난 뒤 밤에 열심히 공부해서 소원대로 국외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 둘 데리고 친정 엄마랑 외국에서 2년 반을 유학생활 할 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잊을 수...
Jul 0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태어나서 처음으로 네일숍 엘 갔습니다. 대학생 딸이 저의 생일, 결혼기념일을 맞아 알바 한 돈으로 선물을 해주겠다고 갔습니다. 결혼 전에는 집안일도 하지 않았고, 핸드크림에 매니큐어도 발랐지만 결혼하고 난 후에는 손을 치장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손이 못난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딸과 함께 네일숍에서 막상 내 손을 누군가에게 내민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웠습니다. 손을 내밀며 어색하게 말했죠. “손이 참 못 났죠?” 직원은 “무슨 말씀이세요. 따님 손이 어머님을 닮아 예쁜 거였군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직원분이 어찌나 정성스럽게도 손질해주었는지 마치 마법을 부린 듯 손톱이 멋지고 화려하게 변해있습니다. 보고 또 보고.. 화려하게 꾸민 손을 보고 있자니 문득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본 엄마는 잠시라도 편히 쉬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시골 농부에게 시집와서 엄마...
Jul 02,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02,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하늘이 높고 널따란 것은 그대의 은혜가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어서입니다 계절 따라 피어나는 꽃처럼 나의 마음이 향기로운 것은 거기에 그대가 살기 때문입니다 한해가 지나갈 때마다 먹는 나이가 쌓여가도 동심인 것은 아이 같은 해맑은 그대의 미소가 나를 향하는 덕분입니다. 장종섭 시인의 <덕분에> 좌절 앞에 있는 내게 다시 한번 해보자던, 햇살처럼 웃으며 무조건 할 수 있다던 그대. 무모하리만큼 희망만 말하는 그대를 그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삶의 등대가 되어 지금껏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줬지요. 이제 와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지만 그대라면 어디에선가 듣고 있지 않을까 싶어, 모두 덕분이라는 뒤늦은 인사를 전해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02, 2023•2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