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시어머니와 통화를 한 남편이 "여보 나 300만 원 정도 필요해!" 그래서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하니 "시골에 엄마가 창고를 짓고 싶으시데! 최소 300은 들것 같아!" "그래?" 나는 시어른들에게 아낌없이 뭐든 해드렸습니다. 가전제품이며 정미기, 여행을 보내드리는 일까지.. 창고 역시 시어머님이 원하신다니 나는 알았다고 했습니다. 휴가까지 내고 시골에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죠. 아들들까지 동원해서 가니 아이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너희는 아빠보다 젊고 힘이 세니까 힘쓰는 일은 네들이 좀 해라.’시골에 가기로 한 하루전날 아이들에 신랑까지 어머님이 밥을 다 해먹이려면 힘드실 텐데 싶어서 열심히 장을 보았습니다. 장을 봐서 집에 오니 땀이 비 오듯 합니다. 남편은 소파에 누워있었습니다. "여보 장봐온 거 식탁위로 좀 올려줘요" 하지만 남편은 티브이를 보며 히득히득 웃고만 있었습니다. 난 더 크게 도와달라고...
Jul 31,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젖은 빨래를 반듯이 펴서 차곡차곡 포갰다 널면 다림질 안 해도 새 옷처럼 반듯하지 양말도 대충 걸지 말고 짝 맞춰 나란히 사소한 일을 정성껏 흙 씻어 낸 호미를 헛간 벽에 걸 때 할머니는 호미 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으시지 휙휙 집어 던지지 않으시지 개켜 놓은 이불 위에 베개를 올릴 때도 수저를 식탁에 놓을 때도 설거지한 그릇을 포갤 때도 호미와 벽은 평화롭고 가만히 이불 위에 내려앉는 베개는 포근하고 나란히 걸린 양말은 사뿐사뿐 하늘을 걷지 수저도 그릇도 주인처럼 정갈하고 고요하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런 어느 날 우린 햇볕을 품고 바람에 나부끼는 시간을 알게 되겠지 젖은 마음일 때도 천천히 주름을 펴는 법을 알게 되겠지 나를 함부로 동댕이치지 않고 살게 되겠지 최은숙 시인의 <거룩한 일상>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해도 정성껏, 무던하면서도 세심하게 일상을 살아요. 일이 꼬여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지겨워도...
Jul 3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장사20년차입니다 가게에 30분 일찍 와서 커피와 다과로 남편과 소소한 행복을 나눕니다. 10시가 되면 오픈과 동시에 라디오를 틉니다. 그리고 즐길 태세를 갖춥니다. 음악에 따라 엉덩이도 살짝살짝 흔들고 ..고객이오면 친척이 온 것처럼 반갑습니다. 어쩜 친척보다 더 반가운 손님도 많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함께 2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점도 많지만 가끔씩 작은 일에 불같이 화를 내서 손님들 앞에서 창피할 때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남편만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음을 다독이며 즐겁게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가끔 이럴 때는 속이 상합니다. 장사란 뭘까??부부란 뭘까! 남편은 오늘따라 많이 힘들어서 그랬겠지요? 많이 참았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마음이 아프다고도 예기해야겠습니다. 저도 남편도 오랫동안 많이 지쳤나 봅니다. 날씨가 더우니 더욱 그렇고...젊었을 땐 남편의 성실함에 반했었습니다. 그런데 너...
Jul 3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인생은 완행열차다 아주 느리게 점점 빠르게 음악에 맞춰 내리고 오른다 불행을 맛보기도 하며 행복한 날들을 만나기도 하며 때로는 죽을 만큼 아픈 상처를 받기도 한다 역마다 다른 색깔로 단장하니 그 또한 살아 볼 만한 세상 아닌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간이역은 쉬는 날이 없다 아름다운 날을 추구하며 내일 희망을 거는 것도 꿈이 숨쉬기 때문이다 간이역 가락국수 맛에 반하기도 하며 호화로운 색깔에 유혹을 당하기도 한다 살면서 어찌 바른길만 갈 수 있는가 늪에 빠지면 나오는 길도 있을 것이다 천애경 시인의 <인생 간이역> 인생이 초고속 열차처럼 달릴 때는 답답하기만 했던 기다림이 완행열차처럼 느려진 지금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간이역처럼 때가 되면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겠지, 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게 되는 요즘. 이젠 꽃도 보고, 구름도 보고,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천천히 사는 맛을 알아가려 ...
Jul 3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내와 같이 산지도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내의 행동 중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내는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항상 제일 처음에 '보' 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부부는 사소하게 귀찮은 일들, 예를 들면 커피타기, 과일 깍기, 밥 좀 더 퍼오기, 간단한 설거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 내오기 등등을 할 때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하는 걸로 묵시적 합의를 해왔습니다. 며칠 전 점심 먹을 때의 일입니다. 새로 올라온 호박볶음이 입맛에 잘 맞아 금 새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 빈 공기를 아내 앞에 턱하니 놓자 아내는 결연히 오른손 주먹을 치켜 올립니다. 밥 더 퍼오기 가위 바위 보를 하자는 거죠. 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주먹을 들어서 가위 바위 보를 외치면서 엄지와 검지를 천천히 펴면서 가위를 내밀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힘차게 보자기를 냈고요. 이내 아내는 귀여운 ...
Jul 3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부터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욱신욱신 찌릿찌릿..그냥 별스럽지 않게 넘겼는데 이 불쾌한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며칠 뒤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 요즘 증상을 털어놓으니‘너 건강검진은 언제 한 거야? 당장 병원가게 일어나!’그날 친구 손에 이끌려 병원엘 갔습니다.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모두 마치니 왼쪽에 꽤 큰 혹이 있다고 합니다. 그날 바로 조직검사라는 걸 했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딸, 남편, 엄마아빠 그리고 친구.. 어떡하나..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혈을 위해 조직 검사한 부위를 압박붕대로 싸매고 돌아오는데 친구가 나를 꼭 안아줍니다. 조직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직검사 결과 듣는 날..너무 떨리고 무서웠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긴장 내려놓고 들으세요.’ 친절한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내가 그토록 맘 졸였던 악성은 아니었습니다. 양성...
Jul 3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30,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제 유여사가 해주는 맛있는 점심 먹을 수 있는 날이 며칠 안 남았네? 정말 아쉬워요." "늘 맛있게 드셔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어르신들 점심상 차려드리는 일을 시작한 지 어느새 두 달을 넘고, 이 일은 세 달이면 계약이 끝나는 일이라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 망설였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컴퓨터 작업을 하는 일은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에 무작정 시작을 했지요. 집에서 가족들 먹을 밥상이나 차려봤지 5~6명이 함께 드실 점심상을 공식적으로 차려보진 않았거든요. 식단을 얼추 짜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따끈한 밥에 매일 국과 반찬을 차림 하니 살짝 버겁기도 했지만 40년 아줌마 경력이 그냥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몸이 알아서 척척해내는 거 있죠. 남편의 말처럼 싱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밥상을 차림 하니 어르신들도 너무 좋아하셨습...
Jul 2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느 날 문득 그리움에 젖어있는 마음의 창가로!! 은은한 커피 향처럼 설렘으로 다가와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그저, 무덤덤하게 바람결 따라 흘러가는 구름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왠지,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새삼스레 말을 하지 않아도 묵은지처럼 구수하게 느껴지며 한 줄의 추억 속에 남겨두고픈 어쩌면 눈빛 하나만으로 빈 가슴 사랑으로 가득 채워 줄 그대는 딱히, 꼬집을 수 없는 그냥 좋은 사람입니다. 이우만 시인의 <그냥 좋은 사람> 아무 말 없어도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엔 내내 미소 짓게 하는 사람 멋진 풍경을 보면 함께 보고 싶은 사람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 누가 왜인지 이유를 물으면 그냥...하고 얼버무리게 되는. 그런데도 너무 좋은 그런 사람이 있지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27,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화장실 샤워기를 쓰고 난 후 항상 바닥에 내려놓고 변기를 사용한 후에는 덮개를 올린 채 나가버리고 목욕 후 수건을 쓰고서 새로 걸어 두지 않는다 다 써서 비어버린 휴지 걸이 채우는 법이 없다 다음 사람을 위해 좀 올려놓으라고 내려놔 달라고 새 수건을 걸어달라고 휴지 좀 끼워 달라고 고쳐지지 않는 습관을 끊임없이 지적하는 잔소리는 나의 고질병 그러다가 세상에서 젤 맛있는 커피는? . . . 남편이 타 주는 커피 식후에 타 주는 커피 한 잔의 서비스는 ‘그래, 보이는 사람이 하면 돼지’ 슬며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서금순 시인의 <배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해도 사소한 거 하나만 신경 써주면 되는데, 진짜 한끗 차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싶어 섭섭할 때가 있지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것만 빼면 또 곧잘 해요. 또, 시간 차가 있을 뿐 부탁은 잊지 않고 들어주죠. 그러니까 ...
Jul 2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 두 명이 있습니다. 중학교 동창인데 늘 같이 붙어 다니며 도시락도 까먹고 등교나 하교 길에 팔짱을 끼고 깔깔깔 웃으며 다녔지요. 늘 그렇듯 우린 늘 함께였고 셋이 있을 때 가장 빛났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따로 배정되면서 우리는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가서도 꼭 연락하자고 굳게 다짐했건만 공부에 쫓겨 정신없이 앞만 보며 내달렸습니다. 그렇게 우린 20대가 되었고 그 때 한 번 마음 편하게 만났나 싶으네요. 다들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에 들어갔는데 저만 봉제공장 에 취직을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오히려 저를 위로해줬고 마음 따뜻한 말을 많이 해줬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대학 얘기를 하는데 저는 도저히 대화에 낄 수가 없었습니다. 일종의 소외감 같은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저를 데리고 이대 역 거리도 가고 홍대거리도 가고 서울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에 저를 늘 ...
Jul 2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네가 내 속에서 울고 있네 하라는 것 안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하는 너 가라는 곳 안가고 가지 말라는 곳만 가는 너 네가 내 속에서 울고 있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하는데 안하겠다 하는 너 네가 내 속에서 울고 있네 좋아요 사랑해 용서하라 하는데 못한다고 하는 너 네가 내 속에서 울고 있네 믿고 참으라 하는데 안 믿고 못 참겠다 하는 너 네가 내 속에서 울고 있네 멈추고 내려놓고 비우라 하는데 계속하고 움켜잡고 채우려고만 하는 너 네가 내 속에서 울고 있네 홍성기 시인의 <울고 있는 나에게> 우리 마음엔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가 있어요.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며 맘을 굳게 먹으면 꼭 삐딱선을 타게끔 마음을 흔들어 놓지요. 그래 놓고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목청 높여 우는 마음속 청개구리. 그럴 땐 그 청개구리에게 말해요. 실컷 울자. 눈물이 마를 때까지. 그리고 한 번 더 힘을 내어 보는 거야. 내일...
Jul 26,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강릉에서 경기도내 몇몇 도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 기사입니다. 며칠 전 아침이었습니다. 강릉에서 여주를 경유해 이천으로 가는 운행을 앞두고 출발 10분전 승차장 출발 홈에 버스를 주차 후 대기를 하는데 여주 행 운송장이 적힌 큰 박스 하나가 출발 홈에 놓여 있습니다. 화물칸에 실으려고 박스를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무거웠습니다.“도대체 무얼 담았기에 이렇게 무거운 거지?” 속으로 투덜거렸습니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고개를 넘고 1시간 반쯤 걸려 중간 경유지인 여주터미널에 도착을 했습니다. 보통은 탁송을 수령하시는 분께서 먼저 대기하고 계시다 바로 찾아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매표소 앞으로 옮겨놓고 운송장에 받는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강릉에서 탁송가지고 온 버스기사입니다. 터미널에 안 계셔서 일단 매표소 앞에 두고 가니까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드리고 다음 목적지인 이천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이천에 ...
Jul 2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뒤에 알았다 보이는 길만이 길이 아님을 길이 아닌 곳을 걸어간 그 누군가의 뒤로는 길이 되었다 아닌 길을 걸으며 길을 만드는 이가 있고 길 위에서도 길을 헤매는 이가 있다 인생이란 길을 걷다가 또 길이 아닌 곳을 걸어가는 누군가에 의해서 새길이 열리듯이 값진 인생은 그냥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없는 길을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는 길이 멀다고 해도 하염없이 걷는 것이 사는 길이며 그것이 쉼 없이 걸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조한직 시인의 <삶의 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인생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 하지 말아요.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린 삶의 개척자였던 걸요. 어떤 길로 갈까 망설이지 않아도, 자꾸만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아도 됩니다. 멈추지 않는 한, 삶의 길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24,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친구들이 딸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어릴 때도 엄마한데 조잘 조잘 이야기도 잘하고 독립을 하거나 결혼을 해서도 여전히 엄마에게 살가운데다 전화도 자주하고 대화 시간도 길다고 하는데 저희 딸은 어릴 때도 그렇고, 결혼을 해서도 살갑게 이야기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문자로 ‘응’ 또는 ‘오케이’등 너무 짧게 끝을 낼 때가 많아 속이 상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가 좋은 공연이 있어서 같이 보자고 티켓을 예약해 놓았다고 해서 그럼 ‘점심은 내가 살께’ 라고 했습니다. 마침 공연장이 딸이 근무하는 회사 근처라 딸에게 문자로 "딸, 엄마랑 지야 아줌마랑 내일 공연 보러 점심 때 너희 회사 근처 가는데 근처에 맛 집 식당 있니? 있으면 추천 좀 해줘" 라고 보냈더니 몇 시간 뒤에야 딸에게서 달랑 맛 집 메뉴와 위치를 보내 주었습니다.‘엄마, 여기 뭐가 맛있어요. 이 메뉴 추천해요.’ 라든지 ‘엄마 공연 ...
Jul 24,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는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걸 보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복지관도 다니고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낮에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저녁이면 혼자라 말할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 내게 옆집 형님이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다고..저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옆집 형님이 자식들이랑 여행을 가야하는데 강아지를 좀 봐주면 안 되겠냐고 했습니다. 나는 사실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사정을 보니 어쩔 수 없는 듯 해 그렇게 뭉치와 동거가 시작되었다. 집이 바뀌어서 눈치만 보고 있더니 곧 경계심을 풀고 마치 자기세상처럼 다닙니다. 괜히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에 먹을 걸 챙겨주고 예쁘다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흔들며 나를 따릅니다. 집 마당으로 뛰어가더니 좋다고 펄쩍펄쩍 뛰는데 얼마나 뛰어 다녔는지 하얀 털이...
Jul 2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동네 작은 무인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해 친구보다 10분 빨리 도착해서 앉아 있는데 우리아파트 청소부 아주머니 두 분이 아까부터 기계에 카드를 넣었다 다 하시며 설명서를 보시다가 급기야는 기계를 손으로 툭툭 치시는 겁니다. 아마도 기계 사용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했더니 달달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데 기계를 못 다루셔서 시간을 끌고 계신 거였습니다. 카드로 기계 사용법도 알려 드리고 달달한 커피 한잔도 사 드렸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고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느 젊은 부부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대뜸 "거기 아주머니 두 분! 지금 일하는 시간에 이렇게 밖에 나와서 커피 드셔도 되는 겁니까? 우리가 낸 관리비로 월급 받으면서 이러면 안 되죠" 하는 겁니다. 아주머니들이 정당하게 휴게시간을 사용하시는걸 알았 기에 그 젊은 부부에게 "저기요, 지금은 아주머니들 휴게시...
Jul 2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일요일 저녁, 살림에 고단한지 빨랫감을 정리하던 아내가 하얀색 와이셔츠를 다려보라고 합니다. 남편의 월요일 출근을 앞둔 아내에게 와이셔츠 다리는 일은 제일 나중 일 일 테고 쉬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마쳐야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이제는 퇴직을 2년여 앞둔 때라 회사에서 와이셔츠 입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 주는 임금피크 직원이라 전처럼 정장 입을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입을 일도 없는데 뭘 다려!’라며 잠시 망설이다 다리미를 집어 들고 3~4벌의 와이셔츠를 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무기로 와이셔츠에 물을 뿌리며 다림질을 하니 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며 와이셔츠 주름이 빳빳하게 펴집니다. 서툰 다림질로 잘 펴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 열심히 다림질을 했습니다.‘이렇게 모든 것이 다시 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직장에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중반의 아내와 결혼 했으니 30년 넘게 함께했...
Jul 2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먹고 마시고 입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뭐 그러니 시장이 붐빌 수밖에 누구라도 다 먹어야 하니까 입어야 하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먹거리 시장이 북적대는 것은 사람한테 먹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겠지 어쩌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잘 먹기 위해서 그렇게 잘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건지도 몰라 물론 인간은 결코 배만 부르다고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오보영 시인의 <시장 풍경> 살기 위해 먹든, 먹기 위해 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무엇 때문이든, 어떻게든,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시장이 좋습니다. 악착같이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억척스레 사는 사람들의 흥정이 있는, 사람 냄새, 사는 냄새가 가득한 곳이니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23,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너무 힘들어하지 마 내가 네 곁에 있잖아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네 숨소리 듣고 있잖아 네가 한숨을 쉴 때 내가 네 곁에서 함께 한숨 쉬고 있다는 걸 부디 잊지 말아줘 포기는 나쁜 것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 돼 포기는 안 돼 너무 괴로워하지 마 내가 네 곁에 있잖아 흔들리며 어깨동무 우리가 함께 가고 있잖아 나태주 시인의 <흔들리며 어깨동무> 친구야, 축 늘어진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뭐든 다 말해봐. 내가 있잖아.’ 했던 거 기억나니? 그런 네가 있어 삐딱한 사춘기도, 방황하던 이십 대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어. 애써 웃으며 계절 탄다 그러지만 너 힘든 거 다 알아. 그러니까 바보처럼 혼자 아파하지 마. 여기, 내가 있잖아.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23,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2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는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걸 보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복지관도 다니고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낮에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저녁이면 혼자라 말할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 내게 옆집 형님이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다고..저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옆집 형님이 자식들이랑 여행을 가야하는데 강아지를 좀 봐주면 안 되겠냐고 했습니다. 나는 사실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사정을 보니 어쩔 수 없는 듯 해 그렇게 뭉치와 동거가 시작되었다. 집이 바뀌어서 눈치만 보고 있더니 곧 경계심을 풀고 마치 자기세상처럼 다닙니다. 괜히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에 먹을 걸 챙겨주고 예쁘다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흔들며 나를 따릅니다. 집 마당으로 뛰어가더니 좋다고 펄쩍펄쩍 뛰는데 얼마나 뛰어 다녔는지 하얀 털이...
Jul 20,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세상은 말하죠 사는 것이란 홀로 감내해 내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내가 소나무쯤은 되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뒤늦게 알았어요 나는 소나무도, 무엇도 아닌 담쟁이 넝쿨 속의 작은 한 잎이란 것을 비바람 속에서는 서로 기대어 담벼락을 더 꼭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하은혜 시인의 <담쟁이>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 해도 시련 앞에선 우린 늘 하나가 됩니다. 자신이 역시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꼭 잡고 있는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아요. 또 슬픔이 크고 깊을수록 더 똘똘 뭉치죠. 그러니 홀로 아파하지 말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린 혼자가 아니랍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Jul 20,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발 열이 오르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언니 집을 나왔습니다. 언니는 귀농 3년차 농부로 살건만 도시 생활만 하다가 귀농이라는 게 녹녹치 않았을 겁니다. 저와는 다르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으로 일을 잘한단 말은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은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아요. 언니는 결국 좋지 못한 건강상태로 시골로 내려와 어설픈 농사를 짓다가 그만 알게 되었죠. 위암 3기인 것을. 내가 막 화를 냈지요. 감출 걸 감추어야지. 그리고 귀농했다고 해서 다 농군 되는 건 아니니까... 그만 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언니는 양파도 심고 마늘도 심고 벼도 심고 하여간에 뭘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잘될 리가 없지요. 언제 그런 걸 해보았다고.. 열이 나면서 염증수치가 올라가는데도 참고 있었던 겁니다. 이무래도 불안해 찾아가니 언니가 방에 쓰러져 헛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응급실로 데리고 가 바로 입원을 하였고 시티...
Jul 1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한여름 밤에 몸이 더운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잠을 자겠죠. 달빛은 사람들 이마에 잠깐씩 스몄다 가고 또르르또르르 풀벌레 소리 사사삭사사삭 나뭇잎 소리 사람들 귓속으로 흘러들겠죠. 그러면 나는 알고 싶어요. 그때에 사람들은 무슨 꿈을 꿀까요? 그러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엄마 잃은 새끼 고양이의 가는 울음과 술 취한 아저씨가 불러 대는 한숨 섞인 노랫소리 들려오겠죠. 그러면 나는 또 알고 싶어요. 그때 사람들은 또 무슨 꿈을 꾸는지. 정유경 시인의 <여름밤 꿈> 활짝 열린 여름밤 창문 너머엔 늦은 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가 가득합니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갈수록 버거운 밥벌이에, 내일도 오늘처럼 힘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을 한숨과 뒤섞인 노래 한가락으로 쏟아내지요. 그 서글픔을 아는지 모처럼 먹구름이 걷힌 오늘, 오늘 밤엔 모두가 달빛, 별빛을 닮은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
Jul 1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요즘 꽃 사진 찍기에 빠져 있습니다. 꽃은 봄, 가을에만 피는 줄 알았는데 여름에도 피는 예쁜 꽃들이 있더라고요. 아침 출근길에 파란색, 핑크색, 보라색의 겹꽃으로 저에게 인사하는 수국은 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거 같아요. 제주도 사려니 숲길에서 처음 보고, 황홀한 파랑색에 너무 좋아했던 꽃이었는데, 둥그런 항아리 화분에 풍성히 심어 색상별로 클로즈업해 화면에 담으니, 꽃의 화사함이 마음을 가득 채워줍니다. 스마트 폰으로 보면, 파랑색, 핑크색이 가득 차있는 자연의 색상이, 빗물을 맞은 초록색 잎들과 함께 여름의 싱그러움과 향기를 더해줍니다. 그 다음 제가 만난 여름 꽃은 무궁화입니다. 무궁화는 핑크색과 흰색이 가득 무리를 지어 피고 있는데, 비가 오면 꽃들을 잔뜩 떨구었다가, 또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흰색과 핑크색 안에, 자주색을 품고 있고, 또 그 안에 암술, 수술을 품고 있는데 우리나라 꽃이라 더 반가운...
Jul 18,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빠가 거울을 보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지난 학기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였다. 손톱이 곱고 컸던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나는 내가 갉아 먹은 작은 손톱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수염도 길었다. 만지면 꺼끌꺼끌했다. 그래도 내가 만지는 걸 할아버지는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내 손톱을 잡고 만져 주기도 했다. 거울 앞에 섰는데 나의 얼굴에서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거울 속에는 엄마 아빠가 다투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동물원에 갔던 일도 병원에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 모습도 지나갔다. 거울 속 나의 얼굴에는 지금의 나와 옛날의 나 사이를 지나 할아버지와 아빠의 표정들이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문득 아빠가 되었다. 다시 할아버지가 되었다. 양영길 시인의 <거울 속에는> 거울 앞에 서는 게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낯선데다, 부...
Jul 18,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꽃길만 걸으라는 편지를 받았어요 비단길만 걸어요 꽃 글씨를 받았어요 어찌 나 혼자 꽃잎 살결과 비단 날개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겠어요 당신이 올 때까지 꽃길과 비단길은 피하며 걷겠다고 길바닥에 박힌 돌부리를 캐내고 있겠다고 편지를 써요 비단을 수놓던 바늘쌈으로 누군가의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파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답장을 썼다가 지워요 그러다 결국 당신 편지를 베껴 써요 당신도 꽃길만 걸어요 당신도 비단길만 걸어요 이정록 시인의 <꽃길만 걸어요>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엮으면 한쪽 벽을 꽉 채우고도 남을 거란 어른들의 말씀. 어릴 땐 그저 농인 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웃자고 하신 말씀이 아니었어요. 끝없는 오르막도 모자라 진창길에 푹푹 빠져 가며 돌길에, 가시밭길까지, 그 고된 길 실컷 걸었으니 이젠 정말 모두 비단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
Jul 17,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코맹맹이 소리를 하던 딸에게 코로나 검사를 해 보라고 했더니 "감기래” 하더니 심상치 않던지 검사를 해보니 코로나라고.. ‘어쩌지 엄마가 올라갈까’했더니 "엄마 지금 무슨 소리야. 약한 엄마한테 코로나 옮기면 어쩌려고 혼자 있을 테니 걱정 마. 다 걸리는 코로나인데 뭘.’전에 내가 코로나 걸렸을 때 딸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오겠다는 걸 내가 말렸거든요. 내가 딸에게 했던 말을 똑 같이합니다. 혼자서 먹을 거는 잘 먹어야 하는데 싶어 또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약 먹으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뭐 좀 보내주랴?” 했더니 ‘엄마 전화만 하면 문 앞에까지 배달이 다 되니 걱정 마.’ 합니다. 그래도 또 못 참고 딸이 걱정이 되어 "뭐는 먹었어? 몸은 좀 나아졌어?” 라고 묻는데 "엄마 나 목 아파. 약 먹고 쉬는데 엄마 때문에 못 쉬겠어. 전화 좀 그만해 주라.”합니다. ‘그래그래 쉬 거라.’ 그러나 나는 온...
Jul 1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금요일 볼일이 있어서 안양 쪽에서 산본을 가야했습니다. 집 앞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타자마자 목적지를 알려드리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저녁 스케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 내심 반가움 마음에 ‘저도 좋아하는 방송인데 택시 안에서 듣게 되니 너무 기분이 좋으네요.’라고 하니 기사님도 ‘아 그러세요?’ 하면서 하루 종일 CBS FM을 켜놓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뵙는 기사님이었지만 낯설지 않게 라디오 채널 하나로 동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에 감사했습니다. 또 아이디도 물어보시어 알려드리니 따님분의 성함도 같다고 하시며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음악얘기와 사는 얘기를 하면서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사님은 운행 중이라 사연을 못 보내지만 제가 기사님 만난 사연을 이렇게 올립니다. 곳곳에 좋은 분들과 친절한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기사님도 지금 방송 들으신다면 건강하게 안전운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See...
Jul 16, 2023•2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