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 속에 퍼부어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워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을 반으로 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동안 도닥도닥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냉국 냄새가 평상까지 올라왔다 안도현 시인의 <물외냉국> 종일 땀 뻘뻘 흘리고 들어와 오이냉국에 밥 한 그릇 뚝딱하고선, 평상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더위도 여름의 낭만으로 느껴지곤 했었죠. 지금은 ‘세상에 이렇게 더운데 낭만은 무슨~’하지만, 머잖아 ‘어머머~ 무슨 냉국이야~’ 하는 가을이 오겠지요. See omnystudio.com/li...
Aug 16,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파란 하늘에 대고 엄마 건강하게 해 주세요, 했습니다. 하늘빛이 너무 고와서 삼촌네 고구마 잘되게 해 주세요, 하고 또 빌었습니다. 그러고도 그냥 끝낼 수 없어 길갓집 강아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했고 바람에 팔이 꺾인 우리 동네 느티나무 잘 살게 해 주세요, 그렇게 빌었지요. 이젠 그만하자! 그러면서도 또 빌어 주고 싶은 게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니 왠지 누군가를 위해 자꾸 기도해 주고 싶습니다. 권영상 시인의 <누군가를 위해> 바다는 하늘빛을 닮아있고 하늘은 우리 마음 빛을 닮아있어요. 아무리 푸르러도 마음이 우울하면 하늘도 흐림. 비구름이 가득해도 마음이 쾌청하면 하늘도 맑음이 되지요. 보고픈 사람들의 얼굴이 두둥실 구름 되어 떠다니고 자꾸만 누군가의 행복을 빌고 싶어졌던 오늘, 오늘은 하늘보다 마음이 더 맑은 날이었나 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
Aug 14,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예전에 한국에서 활약하는 외국국적을 가진 가수가 자신의 부모님 집을 방문하여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습니다. 아들과 부모님의 행복한 만남도 보기 좋았지만, 제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부모님이 옛날 어린 시절의 아들의 방을 예전 그대로 두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들의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등에 그렸던 그림, 일기장, 편지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공부했던 책이 그대로 꽂혀있는 책상이 있었고, 아들이 잠잤던 침대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리곤 아버지가 그것을 하나하나 꺼내 아들에게 보여주며, 함께 웃으면서 추억을 소환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는 이곳저곳 이사를 꽤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세 간 살이 를 축소하고 다니느라 버리는 것이 일이었지요. 그러니까 아들의 옛 추억을 하나도 간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러면 안 되겠다!” ...
Aug 14,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1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앞으로 나란히.. 선생님 구령에 앞으로 손 내밀던 어릴 때의 추억이 새롭게 그려지는 어느 날이 있었습니다. 시골 작은 학교라 학생 수가 남 여 한반으로 55명 정도. 1학년부터 6학년 졸업할 때까지 한반 친구들.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려 쳐진 학교는 가을이면 노란 탱자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느티나무도 은행나무도 자기만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죠.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계절에는 매년 가을 운동회를 했습니다. 넓은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호루라기 소리에 힘껏 뛰어 일등하면 공책 한권 받던 그때의 기분은 나이를 먹어도 잊혀 지질 않습니다. 60년대 시골학교, 겨울 추위를 이기려면 앞산에서 솔방울도 주어 와야 했습니다. 난로 위 도시락에서 김이 나고, 마룻바닥 양초 칠하던 그 옛날. 친구라는 이름으로 재잘거리던 그 시간이 그립기만 합니다. 지금은 고향을 지키는 친구도 있지만, 삶을 위해 객지로 떠나면서 연락도 없어진 친구가 ...
Aug 1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강원도에 있는 둘째언니한테서 찰옥수수가 택배로 왔습니다. 한 번씩 전화하면 받자 말자 "왜?" 이렇게 무뚝뚝한 언니입니다. 언니는 2년 전 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수술했습니다. "언니 많이 속상하겠다. 힘내" 그러자 언니는 씩씩하게 말합니다. "그깟 가슴하나 없다고 뭐 어떠냐? 아직 한쪽이 남아있는데..‘ 그 무뚝뚝한 언니가 여름마다 이렇게 옥수수를 보내줍니다. "언니, 옥수수를 이렇게 많이 보냈어? 잘 먹을께!!" "응. 할 얘기 다했음 끊자." "언니!! 가슴은 괜찮아?’‘응, 괜찮아 낼 서울 간다. 일년에 한 번씩 검사 받으려 가." '형부가 태워 줘?" "뭣 허러, 복잡한 서울에선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택시타고 갈 거야." "왜? 태워달라고 해." "됐다. 내가 알아서 가. 끊자." 아이고 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언니!! 전화를 끊고 옥수수를 바라보는데 스치로폴 박스위에 낯익은 주소가 보입니다. 강원도 삼척...
Aug 1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가을의 길목이라는 입추가 지나니 어느새 공원엔 세차게 울어 대던 매미 소리는 잦아들고 귀뚜라미의 정겨운 울음소리가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올 여름 유난히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터라,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어찌나 반가운지.. 매일 새벽이면 운동을 하러 나서는 길, 차창 밖으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울음소리,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지내서인지 짧은 생애를 목청껏 뿜어내는 매미소리가 더욱 폭염을 연상 시켜서 싫었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풀 섶에 앉은 귀뚜라미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가을의 상징 코스모스와 가을 국화가 벌써 피어 있음을 보게 되며 어느새 우리 곁에 슬금슬금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던 날들이 지나가고, 얇은 이불이라도 덮게 되는 새벽의 한기가 숙면을 취하게 하네요. 오랜만에 푸르른 바다가 보고 싶어서 1시간여를 달려, 구봉 도에 도착을 해, 실려 오는 바닷물에 발...
Aug 1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빠 치킨하고 맥주 있어 빨리 들어와 중학교 3학년 시절 용돈이 생각날 때면 전화를 걸어 미끼를 던지곤 했지 아들아 치킨하고 맥주 사왔어 빨리 들어와 수능 시험을 일주일 앞둔 가을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면 좋겠다는 고딩 전화에 술상을 봐 놓곤 했지 그래, 인생은 역전과 반전의 시간차 공격이지 정덕재 시인의 <시간차 공격> 마냥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던 자식이 어느새 자라 병원 갈 때 보호자가 되어 주고, 평생 잘나갈 것 같던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고, 그렇게 풀리지 않던 일이 뜻하지 않은 도움으로 해결되기도 하듯, 인생은 정말이지 반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부딪쳐보는 거예요. 언제 어디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만날지 모르니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13,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결혼하고서도 내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 가져다 먹었지요. 요새 젊은 여자들 김치 담가 먹을 사람 몇이나 되겠나 싶어 의당 그러려니 하며, 오로지 입맛 당길 반찬이야 김치 하나인데다 분가해 살면서도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기분을 갖는 것 좋은 일이긴 했습니다. 전라도 고흥 여자 어머니의 김치맛이야 달리 말할 필요 없지만, 들어갈 양념 모자라 실력 발휘 못 하던 때 말고는 김치 하나로 입안 가득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세월의 켜가 쌓이는 만큼 머리는 밝아지지만 손끝은 무디어지는가요, 칠순 넘기고 어머니 얼마 전부턴가 손에 물 묻히기도 힘들어하시더니, 상에 오른 김치 먹다, 당신이 만들었어, 눈 흘기며 마누라 쳐다보는데, 어머니 입맛이 예전 같지 않아요, 대답에 나는 울컥 속으로 눈물 삼키고 말았지요. 고운기 시인의 <어머니 김치> 김치맛이 예전 같지 않더니, 점점 짜지는 엄마의 음식. 겉모습이 변하고, 여기저...
Aug 1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보고 싶지도 않은가 보다 생각나지도 않는가 보다 전화 없는 날 카톡조차 없는 날 나만 혼자 까치발 딛다가 먼 하늘 바라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이번에도 내가 졌다 전화기 든다 잠시 하늘이 파랗다. 나태주 시인의 <전화 없는 날> 비 예보가 있는데 우산은 들고 나갔는지, 이렇게 더운데 밥은 잘 챙겨 먹는지, 태풍 바람에 출퇴근길이 힘들진 않았는지, 온통 한 사람에게 마음이 쏠려있는데 하루 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에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미움보단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죠. 그럴 때는요, 발만 동동 구르며 마음 졸이지 말고 연락해봐요. 맑게 갠 서로의 마음에 예쁜 무지개가 떠오를 거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1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침에 아내에게 “근데 주말에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물어봐도 돼”아내가 눈을 크게 뜨고“내가 화를 냈다고?... 잘 모르겠는데 ...”아내는 뭐에 그리 화가 났는지 주말 내내 실눈을 뜨고 말도 하지 않고 찬바람이 돌았습니다. 평소 아내는 참 다정한데 아내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게 없고 그런데 괜히 말을 붙였다간 더 큰 화를 낼 거 같아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신혼 때부터 26년을 시부모 모시고 세 아이 키우며 회사에서는 나이 많은 선배로 어깨에 진 짐이 버겁지만 어디 하나 녹녹히 풀어 놓을 곳이 없었을 겁니다. 거기에 갱년기까지.....아내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화풀이 대상이 나라면 언제든 받아줘야겠지요.‘내가 당신이 되는 마음’ 우리 동네 도서관에 붙어 있는 글인데 역지사지라는 말을 참 예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내부부인데 아내에...
Aug 10,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띠리리리- 벨 소리에 밥 푸다 뛰어간 엄마 유명애 씨 찾는 전화 끊으며 한 마디, 바빠 죽겠는데 누가 아침부터 장난질이야? 엄마가 유명애잖아요? 참, 그렇지. 말 안 듣는 니들 때문에 정신이 깜박깜박하잖아! 엄마 이름까지 다 잊어도 절대로 잊지 않는 말 그럴 때 꼭 튀어나온다. 유미희 시인의 <그럴 때, 꼭> 깜빡깜빡하는 것도 우리 탓 배에 붙은 살도 우리 탓 흰 머리카락이 느는 것도 우리 탓 잊을만하면 나오는 엄마의 레퍼토리. ‘이게 다 니들 때문이야~~’ 그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했었는데,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엄마 인생의 전부라는 뜨거운 사랑 고백이었단 걸 말이죠.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10,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도 어제처럼 미숫가루를 들고 어르신 댁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입맛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이 많아 방앗간에 가서 미숫가루 120명분(120kg)을 만들었습니다. 설탕과 통까지 주니 안 먹을 수 없다며 덕분에 기운 차렸다는 인사를 받을 때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어떤 여성들은 살면서 두 번 엄마가 된다” 는 글을 읽고 격하게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식의 엄마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자신을 애지중지 길러준 부모님의 엄마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두 경우의 공통점은 “결심”이라고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보면 자식들의 돌봄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공적서비스 3~4시간만으로는 절대 부족함에도 자식들도 각자의 생업으로 마음만 있을 뿐 한 달에 한번 오는 것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뭉클한 경험을 ...
Aug 1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08,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08,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네가 있던 자리에는 너의 얼룩이 남는다 강아지 고양이 무당벌레 햇빛 몇 점 모든 존재는 있던 자리에 얼룩을 남긴다 환하게 어둡게 희게 검게 비릿하게 달콤하게 몇 번의 얼룩이 겹쳐지며 너와 나는 우리가 되었다 내가 너와 만난 것으로 우리가 되지 않는다 내가 남긴 얼룩이 너와 네가 남긴 얼룩이 나와 다시 만나 서로의 얼룩을 애틋해할 때 너와 나는 비로소 우리가 되기 시작한다 얼룩이 얼룩을 아껴주면서 얼룩들은 조금씩 몸을 일으킨다 서로를 안기 위해 안고 멀리 가면서 생을 완주할 힘이 되기 위해 김선우 시인의 <그러니까 사랑은, 꽃피는 얼룩이라고> 살아온 날들이 남긴 상흔을 인고의 꽃이라고 보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라며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 고마움에 나 역시 모든 흠결을 품어주게 되는 그런 사람. 그렇게 서로에게 고운 꽃물 들이며 우리가 되는 순간, 가시밭길 같던 인생에 환한 꽃...
Aug 0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두 아들의 가장입니다. 둘째가 늦둥이라서 아무리 적게 잡아도 대략 70세까지는 무탈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50에 접어들자 복부 비만이 뚜렷해졌습니다. 급기야 전에 입었던 바지들이 안 맞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저는 평소 과식이나 야식을 하는 타입이 아니고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오랫동안 고민하던 중에 교회의 한 장로님을 우연치 않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60대 초반의 왜소하지만 다부지고 건강한 체격이며 뱃살은 전혀 없는 듯 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장로님께 건강관리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비결은 너무 간단했습니다. 바로 약간 빠른‘걷기’였습니다. 장로님 하시는 말씀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은 1년을 걸어보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아내가 퇴근 할 때 전철 3정거장 정도를 먼저 내려서 걸어오라고 하네요.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는 개봉 역에서 하차하는데...
Aug 0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숫자를 세는 것은 내 오래된 버릇 술잔을 세고 계단을 세고 날짜를 센다 숫자를 세는 것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분을 내리고 나를 내리는 또다른 방법이다 이것이 숫자를 세는 나의 변증법이다 숫자를 세다 보면 술잔을 내려놓듯 계단을 내려가듯 마음도 따라 내려간다 내가 대학생이던 60년대 아버지는 내게 60년대식으로 말씀하셨다 화가 날 땐 하나에서 열까지 세고 더 화날 땐 백까지 세어봐라 그러면 불같은 화도 내릴 것이니 참는 것이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는 그때 불과 얼음을 생각했다 그때부터 생긴 숫자를 세는 버릇 세상을 참는 방법이 되었다 오늘도 숫자를 세면서 생각한다 아버지의 방법에 비하면 내 버릇은 얼마나 사소한가 천양희 시인의 <숫자를 세다> 화가 날 땐 숫자를 세어 보세요. 물론 숫자를 센다고 화가 사라지진 않아요. 하지만 끝없이 숫자를 세다 보면, 단단하게 굳은 마음의 문이 스르륵 열리고 험상궂은 얼...
Aug 06,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0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50대 후반의 가장입니다. 얼마 전부터 오전시간에 택배분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오전7시부터 11시에서 12시정도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었던 저도 이 날씨에 야외에서 대형선풍기의 더운 바람을 맞으면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다보니 덥다는 소리가 입에서 끊이질 않습니다. 아내는 가뜩이나 살이 없는 제가 요즘에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까지 떨어져, 먹는 것도 잘 못 먹고 하니 걱정이 되는지 "자기야 오전에 아르바이트 그만둬. 내가 일자리를 알아볼게. 자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서 보기가 좀 그래.."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무능력해서 아내가 경제적으로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늘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제가 아무리 힘이 들지만 이 상황을 잘 버텨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땀에 흠뻑 젖은 작업복을 입고 퇴근해 샤워를 하고 나서 아내가 차려두고 나간 점심, 입맛은 없지만...
Aug 0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내의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질 않습니다. 내가 지방에 근무하면서 주말마다 집에왔다 주초에 출근할라치면 먼저 일어나 간단한 아침과 입을 옷가지 등 준비해주던 사람이었는데...지난주 이른 새벽. 오랜만에 온 집에서 이것저것 정리하다 서재에서 잠이 들었는데 긴박한 발자국 소리와 그 소리 끝에 조용히 노크하는 소리 그리고 “자요.. 엄마가 위급하신 모양인데...”나는 세수하고 옷가지를 챙겨 나섰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형제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장모님의 병상에 둘러섰습니다. 이제 죽음과 삶의 순간이 교차하는 순간. 이제 애들 생일 때 피자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장모님 집에서 열리는 식구들과의 고기파티도 없을 것이고 집에 남아 있던 딸 넷이 쓰던 그 방도 사라질 것입니다. 3일장을 치르는 내내 아내는 평상심을 잃지 않고 손님을 맞았습니다. 친구, 직장동료, 그리고 수많은 교인들. 나는 혹시 저 사람이 어...
Aug 0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힘을 풀라고 했다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무거워져 가라앉는다 찬물에 삶은 면을 풀어내듯 두 팔을 저어보라고 마음이 물결이 되는 느낌으로 수심은 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지 물도 사람도 냅다 누워버리면 그만 깊이는 알려 하지 말고 잉크를 떨구듯 가끔은 핏방울처럼 조금은 파도처럼 어떤 발버둥은 어떤 파장이 될 수 있다 깊어지려 하지 말자 깊이 없는 다짐이 나를 살리고 뭍으로 인도한다 유수연 시인의 <생각 믿기> 힘을 빼야 물 위에 뜰 수 있듯 생각도 마음도 힘을 빼야 가벼워집니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힘을 빼봐요. 누가 아무리 큰 돌멩이를 마음에 던진다 해도 아주 잠시 옅은 물이랑만 일다 지나가도록. 가볍게, 가볍게, 생각을 비워보는 거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06,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몇 년 만의 해외여행인지, 여권을 들춰보니 7년만입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앞으로 내 사전에 해외여행은 절대 없을 거라 했는데... 지인들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현지의 맛난 간식과 예쁜 물건들을 선물로 주니 나도 마음이 동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든이 넘으신 엄마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마카오라 동생이랑 큰맘 먹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해외에서 당황하지 않게 일일이 검색하며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비행기 탑승, 기내식 메뉴, 여행지에서 다니는 방법, 현지에서 꼭 구매해야 할 쇼핑리스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사 까지 지금 그 때의 일정표를 봐도 참, 그 시절의 ‘나’는 유별나게 꼼꼼했습니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7년이라는 세월의 시간에 나도 생각의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비행기 표 구매하는 것부터 호텔 예약 하는 것 까지 “이렇게 하면 되나, 엄마 모시고 잘 갔다 올 수 있겠지. 별 탈이...
Aug 0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에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며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저의 식습관을 보니 대부분이 탄수화물이었습니다. 밀가루. 라면, 피자, 햄버거, 칼국수 등, 일단 아침 식사부터 바꿨습니다. 보통 빵을 먹거나 편의점 삼각 김밥 등으로 대충 먹었는데 전날 밤 미리 삶아놓은 달걀과 사과, 견과류를 먹고 출근했더니 든든했습니다. 퇴근 후 저녁엔 신선한 두부 요리와 바나나 같은 담백하고 포만감 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확실히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문제는 점심 식사와 회식이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먹는 점심은 가공육이 듬뿍 들어간 부대찌개나, 중국 음식 등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점심시간이란 단순히 식사한다는 개념 외에 동료들과 친목도 다지는 의미가 있기에 망설여졌지만 용기를 내봤습니다.“죄송한데 저는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 올게요. 건강이 안 좋아져서요.”그러자 무슨 병이...
Aug 0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는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아버지는 담배 피우기를 좋아한다고 어머니는 불을 지피면서도 잔소리를 빠뜨리지 않으시지만 나뭇가지는 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염소는 입 하나로 우리의 손일보다 재빠르고 내 친구 은미는 줄넘기를 잘하고 병인이는 늘 숙제가 밀리고 그래도 이 세상 끄떡없다. 다 다른 마음으로 살아도 이 세상 끄떡없다. 임길택 시인의 <이 세상 끄떡없다> 생긴 것도 기질도 제각각이니 생각이 같기는 하늘의 별 따기. 모두 제멋대로, 마음 가는 대로지만 톱니바퀴 맞물리듯 아무 일 없이 세상이 척척 돌아가는 건, 각자 할 일을 잘하고 있다는 거겠지요. 부족한 건 도움 받고, 넘치는 건 나누고, 기다려주고, 끌어주며 그렇게 더불어 살아요. 그럼 그 어떤 일에도 끄떡없을 거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03,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안도현 시인의 <열심히 산다는 것> 조금이라도 아껴서 가족들에게 맛있는 거 하나 더 먹이고 싶은 마음, 알아요. 매일 같이 아등바등,...
Aug 02,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다용도실 정리를 하다가 전자레인지 뒤쪽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도 이렇게 먼지가 많이 쌓이는구나.. 열심히 닦다가 레인지를 좀 밀어내는데 허리가 삐끗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운동 부족 이란 생각을 하며 하던 일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려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누워있는데 불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의 귀가가 시작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먹던 저녁시간이 부산하기 짝이 없어졌습니다. 아들과 남편은 번갈아 물어봅니다. 밥은 이렇게 돌리나요? 냉장고에 어디 있는 거 꺼낼까요? 등등 난 생각했습니다. 내가 평소에 별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그 별 일 아닌 일들을 저 두 사람이 저리 허둥지둥 하는걸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작은 일들이 하루라는 시간의 톱니바퀴를 잘 돌아가게 하는 ...
Aug 02,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남은 보리밥과 누룩이 자박자박 눌러진 독이 부뚜막에 올려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밥풀이 녹아내려 식은밥단술이 되었다 하릴없이 얼굴 그을리다 몰려온 아이들은 식은밥단술에 사카린을 탔다 한모금만 마셔도 밍밍한 여름방학이 달큼해져왔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뒷마당 장독대에는 분홍 주홍 빨강 봉숭아꽃들이 시끌벅적하니 피어올랐다 박성우 시인의 <식은밥단술> 말간 식혜와 달리 되직한 식은밥 단술. 시큼 텁텁한 그 맛이 인생의 맛이란 걸 어릴 땐 알지 못했습니다. 한 꼬집의 사카린만 넣으면 식은밥 단술 한 그릇으로도 세상 행복했으니까. 그리고 그 달콤한 추억 한 조각이 쓰디쓴 삶의 작은 위안이 되어줄 거란 걸 그땐 눈치조차 채지 못했지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Aug 02,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가 학기 초에 자그마한 화분을 갖고 할미 집에 왔습니다. 선생님이 봉숭아 씨앗 5개를 주셨는데 1개만 싹이 나왔다며 할머니가 잘 길러달라고 합니다. 화분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작은 메모지가 있는데 웃음이 터진다. <이름:숭아 4랑해> 어떻게든 손녀에게 봉숭아꽃이 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혹시 잘못될 것을 대비해서 시골꽃밭에서 봉숭아모종 2포기를 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꺾일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양지바른 거실에 놓고 손녀에게 사랑을 주듯 정성을 드렸습니다. 야리야리하던 손녀의 봉숭아가 통통해져가고 잎사귀도 제법 넓혀가고 시골에서 달려온 봉숭아도 싱그러움을 줍니다. 할미는 봉숭아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메일로 보내면 손녀는“숭아를 잘 키워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메모지를 사진 찍어서 보냅니다. 어느 날, 손녀의 화분이 작아 보여서 큰 화분에 옮기는데“어머나,” 뿌리가 ...
Aug 02,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 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 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콱 물어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윽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 날이 무명빛으로 잘 들어 내 귀는 밝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냥 더 둬보자는 것이다 문태준 시인의 <여름밭> 계절이 바뀌면서 마음먹은 일들이 7월이 다 가도록 제자리걸음입니다. 손댈 수 없을 만큼 자라난 생각만 무성할 뿐, 시작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일투성이지만, 그냥 조금 더 그대로 둬보면 어떨까요. 아직 여름이 한창이니까. 결실의 계절인 ...
Jul 31, 2023•3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