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세상에 오기 전 하나의 씨앗이었다가 세상 속으로 떠밀려 나왔을 때 나는 꽃으로 불리었다 언덕 비틀며 아지랑이가 넘어올 땐 햇볕 잘드는 담장 아래서는 올망졸망 키작은 봄까치꽃으로 진종일 봄 햇살에 비벼댔었지 타는 듯한 목마름에 말라가던 여름날 지나던 소나기로 샤워하고 간혹 폭풍우와 천둥이 몰아쳐도 가지 끝에 매달려 안간힘으로 버텼어 건들바람 서늘하게 불어오는 들녘에 여린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가냘프게 보이는 건 설정일 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뚝심을 배웠지 계절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나는 어여쁜 꽃송이 처럼 찬 서리에도 시들지 않는 꽃으로 살아갈 테야. 김유진 시인의 <지지 않는 꽃> 우린, 하루는 슬픔 가득한 하얀 찔레꽃이었다가 비바람에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맞서는 꽃잔디였다가 상처받기 싫은 날엔 가시 많은 장미도 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스스로 길을 찾는 민들레가 되지요. 그러니 순간의 좌절 앞에...
May 16,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1987년. 그러니까 저희언니가 여섯 살, 제가 다섯 살이던 그 해 여름, 할머니까지 저희 다섯 식구는 수원 우만동 514-1번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큰 집이었던 저희 집은 명절 때도 북적거렸지만, 평소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습니다. 친척들이 하숙집마냥 거쳐 가기도 했고, 여름이면 시원하게, 겨울이면 뜨끈한 차 한 잔으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가는 나그네들도 많았습니다. 작은 마당에 있던 세 그루의 나무에는 둥지를 트고 새끼를 기르던 새들도 있었습니다. 체구는 작았지만 강하셨던 할머니와 공직생활로 늘 바쁘셨던 아버지, 현모양처 우리 엄마, 그리고 저와 한살 터울의 언니까지.. 결혼 전까지, 이 집에서 자란 저는 우리 집이 참 좋았습니다. 월요일이면 가요무대를 즐겨보시던 할머니 덕에 이제 고작 마흔인 제가 월요일이면 지루함 없이 가요무대를 보는데 그렇게 부모님은 저희에게 자연스레 '효'를 가르쳐주신 게 아닌가...
May 16,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가 요즘 단소에 푹 빠져있습니다. 저도 딱 이 나이 때 단소며 리코더며 부는 것에 그렇게 빠졌었는데 저희 아이도 그러네요. 그런데 저희 아이는 저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단소를 들고 나가 등하교 때면 행단보도에 서서도 불고 화장실에서도 불고 아주 단소와 한 몸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봤자 연주할 수 있는 연주는 떴다 떴다 비행기 또는 나비야 뿐인데 그 것만 주구장창 불고 있으니 듣는 사람은 고역이지만 그렇게 좋아하니 실컷 불으라고 하고 싶죠. 그런데 문제는 저희 아랫집에 고3이 살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잖아요. 고3이 윗집 아랫집에 있으면 그 해에는 숨소리까지 조심해야 하는 거? 그래서 저는 고민 끝에 이번 달부터 아이들에게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집에서는 절대 단소, 리코더, 아코디언 연주 금지!!!발소리 금지! 티비 음량 4단계 이상 금지! 그런데 제가 고 3들이랑 이렇게 인연...
May 15,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스치는 바람에도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인데, 하물며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온갖 어려움이 시종일관 밀려오는데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흔들림을 두려워 말아요. 흔들리는 게 당연한 거예요. 강함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유연함. 흔들릴수록 마음의 뿌리는 더 깊고 단단해질 겁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15,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풍성해지는 나무들을 창문으로만 바라보다가 오랜만에 공원을 산책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너무 한 탓인지 한동안 발이 너무 아파서 걷는 걸 자제해야 했었거든요. 아직도 무리 하지 말아야 하기에 넓은 공원을 다 걷지는 못하고 일부만 걷다가 풍경을 보며 앉아서 쉬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공원산책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건강한 아이가 뛰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 지요. 반면에 힘겹게 걷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바라보니 평소에 못 느꼈던 안쓰러움도 생겼습니다. 이제 50이 넘으니 몸 관리에 조심해야 할 나이인데 제대로 경고를 받은 느낌입니다. 가고 싶은 곳을 아무런 제약 없이 걸어서 간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할 일인지... 옛날에 어른들이 덕담하실 때 '올해는 건강하고 무탈해라' 이런 얘기를 들으면 왜 저런 얘기만 하실까 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그 말이 참 깊게 다가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벚꽃 찾아 여행도 떠나고 했을 텐...
May 15,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친정 엄마가 살고 계시던 답십리의 아파트 앞에는 작은 개울이 있습니다. 그저 한 뼘 길이의 도랑인데.. 여름이 되면 개구리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이 소리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 관리실에서 틀어 주는 음향일거야. 수풀이 우거진 것도 아니고 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찌 개구리가 살겠어?" "그렇지?" 아픈 엄마가 시골로 가시고 그 집에는 딸 아이 네가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첫 여름을 맞이하는데 사위가 말합니다. "장모님, 창밖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려요." 딸과 손 주도 정말 그렇다고 입을 모읍니다. 나는 또 자신 있게 말했죠. "아니야, 관리 사무실에서 여름이면 이 소리를 틀어주는 거야." 100 프로 확신을 가진 나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이 소리가 무슨 소리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개구리 소리가 맞을 거라고 합니다. 관리실에서는 그런 장치를 한 적 이 없다고 말이죠. 사위와 딸이 웃으면서...
May 15,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하루쯤은 묵묵히 담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침묵하며 전진할 것 하루쯤은 큰 감동과 기적보다 잔잔한 울림에 감사할 것 하루쯤은 꾸역꾸역 눌렀던 서러움을 맘껏 내뱉으며 울 것 하루쯤은 전시회도 찾고 연극도 보고 꽃도 사서 자신을 위로할 것 하루쯤은 똑같은 하루보다 작은 변화가 있는 하루를 만들 것 하루쯤은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마음을 가질 것 조미하 작가의 <하루쯤은> 가끔은 폰을 꺼두고 고요함과 벗해도 좋고 무작정 노을을 따라 걸어도 보고 눈치 보지 말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미소 짓기보단 감정에 솔직해지고 가만히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 두세요. 그렇게 하루쯤은 나만 생각하기로 해요.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나니까.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15,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번듯한 집 한 채 없고 값싼 물건을 찾아 발품 팔아가며 살아가는 삶이 안쓰러워 보이나 봅니다 고단한 몸 뉘일 수 있고 소박한 밥상을 차려놓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기에 괜찮은데 말입니다 별일 아닌 일에 웃음 주고 별거 아닌 일에 다투어도 등 돌릴 수 없는 사람이 곁에 있기에 살아갈 만합니다 내 작은 품에 둥지를 틀고 포근히 잠드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여정길 거친 바람이 몰아 쳐도 버틸 만 하기에 마주 보는 얼굴에 웃음꽃 피우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임숙희 시인의 <행복이 뭐 별건가요> 그러게, 행복이 뭐 별건가요.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두지 않으면 돼요. 누가 뭘 하든, 어디에 살든, 뭘 먹든, 입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 시선을 나에게 두면 행복은 넘쳐나요. 다른 건 몰라도 행복은 그런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 See omnystudio.com/listener...
May 15,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머니가 일을 하게 됐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엄마 힘들 텐데..?’ ‘아니다. 엄마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엄마가 움직이고, 걸을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니니? 엄마는 좋아. 돈 모아서 우리 딸 보내줄게. ’무슨 딸에게 돈을 보내주시다 그래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입술에 난 혹을 보고 걱정되신 엄마는 몇날 며칠 잠을 못 주무셨을 겁니다. 얼른 병원 가서 고치면 되는데 빠듯한 살림에 수술비를 뺄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 좋아지겠지 하면서 그냥 지냈는데.. 연말이라고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 화근이었죠. 엄마는 매의 눈으로 마스크 위로 비죽이 튀어나온 제 입술의 혹을 용케도 보신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그냥 냅두누 참말로 ..니도 지독하다. 엄마가 돈 보내줄게 쬐매만 기다려라‘ 하면서 일을 찾으셨고 아는 분이 운영하는 귤 택배 포장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신 겁니다. 우리 엄마를 어떡해야 기쁘게 ...
May 15,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15,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립다 보고 싶다 말하면 그대 많이 아파할 까 봐 그립다 보고 싶단 말 못 하여요 그냥 나 혼자 그대가 남겨 준 사진 속 미소 보며 그리운 맘 보고픈 맘 달래 볼래요 그래도 그래도 그리는 맘 보고픈 맘 커지면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볼래요 그대 보고파 눈가에 고인 눈물이 볼에 흘러내리지 못하게 박광현 시인의 <그대 아파할 까 봐>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날, 힘들었다고 하면 혹여나 걱정할까 봐 애써 미소 지으며 감정을 숨길 때가 있어요. 저 멀리 떠난 그 사람이 숨 막히게 그리워도 다 잊은 듯 태연한 척 할 때도 있구요. 뭘 굳이 그렇게 까지... 싶지만, 그 사람이 아픈 게 더 싫어서 그래요.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나으니까.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11,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작년 봄에 경동시장에서 쑥을 사서 삶아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것을 방앗간에가 인절미를 만들어 콩고물에 묻혀 아침에 먹으니 식사대용도 되고 고소한 맛에 즐겨먹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옛 추억 하나를 떠 올렸습니다. 아마 4,5살쯤이 아닌가싶습니다. 전 남원의 주택가에서 살았습니다. 할머니와 우리는 한 울타리 안에 다른 건물에서 살았는데 본채의 할머니 방에서 부엌으로 들어가는 쪽문위에는 선반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대나무 그릇이 있었는데 그것은 할머니와 어머니 외에는 손을 대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 안에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간식거리가 가득 차 있어 할머니는 우리가 심부름을 잘 했거나 착한 일을 했을 때, 할머니를 즐겁게 해 드렸을 때면 대나무그릇에서 무언가를 꺼내 우리의 눈과 입을 행복하게 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동네친구와 소꿉장난을 하다가 작은 싸움이 있었습니다. 친구랑 나랑은 서로 억울하...
May 11,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완두콩 한 자루 퍼내 놓고 두 손은 완두콩과 씨름을 한다 어느 것은 여덟식구 대가족 어느 것은 두 식구 핵가족 큰집은 큰집대로 작은 집은 작은 집대로 모두가 화목한 가정이다 핵가족은 알콩달콩 대가족은 시끌벅끌 모두가 행복하다 한 포대기의 완두콩 껍데기는 껍데기대로 알콩은 알콩대로 모으고 완두콩 까기는 끝이 났지만 완두콩 가족이 보여주는 사랑과 평화 모든 가정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류동열 시인의 <완두콩 가족>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바람 잘 날 없는 가족. 그래도 내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와 곁에 있어 주죠. 그러니 더러 섭섭한 일이 있어도 밉다, 밉다 말고 완두콩처럼 동글동글하게 마음을 맞대고 살자구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10,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침을 준비하며 반찬을 보니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된장국 하고, 좀 오래되어서 맛도 별로인 열무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김하고 밑반찬 몇 가지. 밑반찬도 매일 먹다시피 하니 별맛이고 어쩌나 하며 냉동실을 뒤져보니 고맙게도 조기가 있습니다. 3마리 해동시켜 밀가루 뭍 혀 노릇노릇 구워놓고 보니 그래도 뭔가 서운해 냉장실을 열어보니 그럼 그렇지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계란이 있었습니다. 우리 주부들이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계란말이. 계란 5개에 양파 당근 고추 호박 쪽파들을 잘게 썰어 넣고 계란말이를 두 줄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은 뒤 한 김 빼고 뚜껑을 얌전하게 덮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식사 후 설거지를 허면서 ‘저건 뭐지?’ 하고 뚜껑을 열어보는데 세상에 계란말이를 해놓고 얌전히 뚜껑만 덮어놓았던 겁니다. ‘으이구’ 정말 셀프로 한 대 쥐어박고 싶었습니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금방 말씀 해놓...
May 1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가끔은 혼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눈물을 닦기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휴대폰 사진 말고 앨범속의 사진들을 꺼내 볼 때입니다. 오늘은 노랗게 색이 변한 육아수첩과 육아일기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펼쳐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소아과를 방문했던 기록입니다. 연년생 두 남자아이는 하나가 감기에 걸리면 어김없이 둘째가 걸리고 감기를 앓고 나면 귀앓이를 하고..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가게 되었죠. 이런 일들이 유치원을 들어갈 때쯤에야 한숨을 돌렸던 것 같습니다. 연년생인 둘은 친구가 따로 없이 잘 지내기도 했지만 반 이상은 토닥거리며 내 눈에는 그저 싸우면서 노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그저 좋은 것 있으면 나누고 싶어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제법 어른스러워졌다고 흐뭇해한 것도 잠깐, 이제 내일 모레면 결혼을 한다고 해, 참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애들이 아기 때는 ...
May 0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제는 그만 울고 이제는 그만 울래 하늘아 구름아 마른 눈물 자국 씻고 한 기억이 멀리 수평선에 아롱집니다 스스로 벌어야 하는 학비 때문에 벌을 써가며 수업 시간 쫓겨나고 흐르던 수돗가에 달려가 물로 배를 채운 슬픈 흔적 가슴아 미안해 내 가슴아 미안해 쓸쓸함이 일렁이는 파도야 너는 알고 있지 세상 이러했다는 것을 마른 눈물 자국 씻고 한 날이 멀리 수평선에 아롱집니다 이제는 그만 울려다오 이제는 그만 울고 싶어 하늘아 구름아 김영주 시인의 <이제는 그만 울래> 눈물이 마른 지는 오래지만 숱한 눈물에 패여 여전히 아리기만 한 마음의 상처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배고프던 어린 시절일랑 잊고, 세상 탓하던 젊은 날, 서러움 모두 잊고 이젠 그만 울기를. 생의 남은 날들은 부디 웃음이 가득하기를.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여든 넷 되신 어머님이 잘 드실만한 뷔페에 예약을 해 갔습니다. 차로 십 분 거리에 있는 뷔페식당에 도착하니 어머님을 모시고 동서네 가족들이 미리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로 2년 만에 갖는 모임이라 너무 행복했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어머님이 드실 것을 이야기하시는데 식성이 많이 변하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 샐러드를 좋아하셨는데 고기만 찾으셔서 소고기를 접시에 담고 음료수도 수정 가를 드리니 맛있다며 두 접시를 비우십니다. 와플도 잘 구워서 꿀이랑 사과잼 생크림까지 얹어서 가져다 드리니 신기하다며 좋아 하십니다. 식사하는 내내 어머님 손톱을 보는데 빨간색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교회 장로님 댁에 갔는데 그 집 손녀가 발라주었다며 ‘맨손으로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다 보니 이렇게 벗겨졌지 뭐냐? 락스로 지워볼까?’ 하시길 레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지우는 걸 사드리려 ...
May 08,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입대를 앞둔 둘째 아들이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드라마를 보다 간식인지 저녁인지 간단히 먹을거리를 챙겨 식탁에 앉길 레, 아들 앞에 나도 앉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전에 아빠랑 셋이 식사한 날, 카페에서 너 먼저 일어나고 둘이 앉아 거리를 한참 구경했지. 어떤 아기가-아마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는 길 같았어. 오른쪽으로 지나갔는데 잠시 후에 왼쪽으로 지나가고 다시 오른쪽으로 가고.. 할머니가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어. 내가 그랬지. “아기가 할머니 이끌고 다닐 거야.” 했더니. 아빠는 의아해하더라고. 그 뒤로도 한참을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길을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오고, 가게 계단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하더라. 할머니가 힘드신지 먼저 멀리 가 보는데 아기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탐색하기 바쁘니 할머니는 다시 돌아오고. 그 후에 다른 아기들도 유심히 관찰했지. 엄마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아기, ...
May 07,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남편과 볼 일을 보고 가는데 집에 소금이 떨어진 것이 생각났습니다. 동네 마트 앞에서 잠시 주차를 했습니다. 남편에게 기다리라고 한 다음, 서둘러 마트 안으로 들어가 소금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상품진열 위치가 바뀌어서인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마침 직원분이 지나 가 길래 “저 소금이 어디에 있어요?” 했더니 그냥 지나칩니다. 바쁜가 보다 생각을 하고 여기 저기 찾아보는데 도무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서는 “차를 빨리 빼야 하는데 언제 오냐” 며 전화가 걸려왔고 다시 물건을 찾아 헤매는 도중에 아까 그 여직원 분이 진열할 물건을 들고 또 앞을 지나갔습니다. 다시 물었지만 이번에도 그냥 지나갑니다. 나는 직원 바로 옆에 가서 “소금이 어디에 있어요?”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돌아 온 그 여직원의 행동은, 나의 가슴을 철컥 내려앉게 했습니다. 손을 귀에 댄 다음 손을 내젓는 것입니다. 그제야 그 ...
May 0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동네 미용실에 가서 10년 만에 뽀글이 파마를 했습니다. 긴생 머리를 고수했던 저인데..마치 오래된 만화캐릭터 "캔디" 같습니다. 미용실에서는 "넘 예쁘네요. 파마 잘나왔어요. 생머리보다 더 낫네요." 하면서 예쁘다고들 하셔서 기분 좋게 집으로 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엄마야? 어디 갔다 오는 거야?." 하면서 아들이 얼굴을 쏙 내밀더니 제 헤어스타일을 보고는 박장대소를 합니다. "엄마.. 머리가 왜 그래?.. 왜 그런 뽀글이 파마를 했어?" 하면서 웃고 난리입니다. "왜?,..미용실에서는 다들 예쁘다고 그랬는데.. 엄마도 하고나니깐 생머리보다 나은 것 같은데...많이 이상하니?" 했더니 "에이..나이가 더 들어 보이잖아. 그리고 엄마 머리숱이 많아 그런지 완전 폭탄 맞은 것 같아. 아빠가 봐도 이상하다고 할 걸?." 아들의 반응에 슬슬...후회가 밀려옵니다. 비싼 돈과 시간을 ...
May 0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 마음의 역은 왼쪽 가슴에 있다 기적소리 들리지 않아도 개찰하는 집게 보이지 않아도 역내 전시된 사진처럼 정겹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노을에 물든 마음 흔들리고 흔들릴 때 마음역은 머리역에게 전한다 빠른 것은 외로움 느린 것이 그리움이라고 서두르지 말라고 곳곳 간이역을 지나 가슴에 오래 정차하는 것이 삶을 매끄럽게 한다며 오른쪽 가슴 향해 번지는 마음역 신병호 시인의 <마음역> 인생은 앞으로, 앞으로. 무조건 앞으로만 달리는 한 방향 기차. 갈래 길을 만나도, 복잡한 노선에도 무조건 앞으로. 큼직한 시련역에 오래 머무르기도 하고, 작은 행복역에서 쉬어도 가지만 그래도 앞으로. 하지만 다행히도 마음역이 있어 속도 조절은 가능합니다. 따스한 정이 시간마저도 느긋하게 흐르게 하는 마음역. 점점 빨라지는 인생의 속도에 지쳐버린 날엔 마음역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겠지요. See omnystudio.co...
May 07,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를 뺏기지 않으려면 나를 지켜야 해요 내가 나에게 호소할 때 내가 나에게 흐느껴 울 때 당신 외면하지 말고 귀 기울여요 당신이 마음 아파할 때 아픈 마음 위로하며 손 내밀어 잡아줘요 내가 나를 찾아가는 삶의 여행 아름다운 우리들의 삶에 물들어 우리 함께 다 같이 행복해요 정말 괜찮니? 괜찮아? 괜찮아 지금까지 잘했어! 잘하고 있어요 박진표 시인의 <보듬어 안아줘요> 비가 내리면 마음이 센티 해져요. 평소에 들리지 않던 마음의 소리가 들리거든요. 잘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땐 왜 그랬을까? 정말 사랑했을까? 점점 커지는 물음표에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감. 그럴 때는요, 무조건 칭찬부터 해야 해요. 세상에 나를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 나를 먼저 사랑하기로 해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7,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4,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바람이 분다 바람결 따라 가슴이 뛴다 가슴이 뛰는 만큼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 두려움 밀어내고 싶지만 어느 결엔가 그 안에 깊이 잠겨 있다 오랜 기다림이었을까 무척 그리웠다 바람 부는 날이 오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가슴에 묻어왔다 이제 서서히 바람 부는 언덕으로 가자 가슴 깊이 쌓여 있던 이야기 바람 속에 쏟아 놓고 바람이 가는 방향으로 가자 그곳이 어디든 바람 부는 곳이니까 류향진 시인의 <바람 부는 언덕> 마음이 쾌청할 땐 기분을 더 산뜻하게 하고 마음이 우울할 땐 근심을 덜어가는 바람. 그래서 우린 바람을 맞으며 내일을 생각하나봐요. 바람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마음 처방전. 오늘도 스치는 바람 한 줄기에 눈을 감고 폴 발레리의 시구를 되뇌어 봅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하고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4,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4월, 꽃이 한창 만개했을 때 구례 화엄사 홍매화를 보러 갔습니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보러 올라가는 길에 중년의 남성분께서 마주 오는 친구에게 "야, 홍매화 봤어? 기가 막혀!" 라고 하시는데, 웃음이 났습니다. 봄꽃은 중년 남성의 가슴도 설레는구나 싶어서요. 그렇게 화엄사를 둘러보고 구례 오일장에 갔습니다. 시골 오일장치고 규모가 꽤 큰데도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식당을 들러 백반을 주문을 하였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다행히 누구도 보채지 않고 시골의 더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청년이라기엔 좀 나이가 있는 남자분이 큰 쟁반에 상을 봐와서 서빙을 하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분은 바쁘게 상을 나르면서도 연신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70이 넘으신 듯한 아저씨가 추가 반찬과 맥주 등을 가지고 오시는데봄 나...
May 0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열 개의 근심이 지나간다 백 개의 마이너스 통장이 지나간다 천 개의 떡볶이가 지나간다 만 개의 로또복권이 지나간다 누구나 화려한 아이쇼핑으로 하루를 장식하고 싶지만 오늘 조그만 행복 앞에 줄 서 기다린다 늘 아이쇼핑은 뜨겁다 김군길 시인의 <아이쇼핑> 꽃무늬 원피스를 하나 사볼까 하다가도, 더위 타는 우리 그이 이 티셔츠 하나 사줘야겠네. 저 가구 하나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겠지 하다, 아, 맞다. 우리 애가 요건 꼭 사오라고 했지. 결국 장바구니엔 가족들의 물건과 저녁 찬거리가 가득합니다. 오늘도 마음과 눈만 요란했던 윈도우 쇼핑. 하지만 어쩌겠어요. 소박한 밥상 앞에서 엄지척을 날리는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가 훨씬 더 좋은걸.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3,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근로자의 날인 어제. 일찌감치 취 준 생 아들 참치김밥 싸주고 목살양념구이 구워주니 오전이 후딱 지나갑니다. 음악을 들으며 베란다 식물, 수건 적셔 잎 새마다 먼지를 닦아주며 꼼꼼히 쓰담쓰담 해 줍니다. "엄마 뭐하세요?" "응~ 깎지 벌레도 잡고 먼지도 닦아주는 거지." "허리 아픈데 그냥 약 뿌리시죠." "베란다에 어찌 약을 뿌리노. 실내나 마찬가지인데 안 되지." 그렇게 두 어 시간을 하고나니 정말 허리가 뻐근히 아파옵니다. 대충 씻고 청바지에 썬 글래스 끼고 버스로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화사한 컬러 메니큐 하나 고르고 스포티한 롱 원피스를 입어보니 딱 내 옷 같아 사고, 남편이 갖고 싶다던 메이커 화장품 한 세트 큰 맘 먹고 구입, 대형서점 신간도서에 들러 책장들을 넘기다 친한 언니 회갑선물로 시집 한권과 에세이 한권을 샀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영양제 한 알 챙겨본 적 없는데 이제는 우...
May 02,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하루가 피를 흘리는 붉은 병 속으로 들어가요 어쩌면 오늘도 수고했다고 주는 와인병인지도 모르겠네요 다각형의 모서리마다 가시가 자라 물렁한 생각들을 찔러대는 저녁엔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화살의 끝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형체만 남아요 어둡기 전 기억 속으로 돌아가려 해요 이미 기억행 열차는 운행 마감이라는 걸 당신만은 모르고 있죠 이종곤 시인의 <석양 증후군> 붉게 물든 노을 끝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 오면 모든 것이 흐릿해집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혼돈과 방황만 있을 뿐. 그럼에도 가슴에 콕 박혀 지워지지 않는 아픔 하나. 곧 사라질 기억을 끝내 놓지 못해 노을 속에서 종종 마음의 길을 잃곤 합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2,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풍광 좋은 유화 한 점 거실에 들여놓자 긴 잠에서 깨어난 물오름 오르는 소리 오랜 새 날아간 둥지 부신 햇살 내리어 물그림자 드리운 꿈결에 든 나무와 야생화 다투어 핀 화사한 봄 풍경 한 걸음 물러나 보면 비경 한껏 살아나는 붓 하나로 그림 한 폭 오롯이 담아낸 내 삶도 풋풋한 봄날이면 좋겠다 꽃 시절 돌아가고픈 머물고픈 화양연화 이희숙 시인의 <봄날이면 좋겠다> 화사한 봄 풍경 속에서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지는 청춘들을 보면 참 좋을 때다, 내게도 저런 날이 있었지 싶지요. 그럴 땐 그림을 보듯 몇 걸음 물러나 보세요. 여전히 아름다운 그대의 모습이 보일 거예요. 오늘은 언제나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 화양연화는 바로 지금이니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01,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랜만에 언니 오빠들을 만나는 날. 이틀 전부터 언니 오빠들이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시원한 열무김치와 먹기 좋게 깍뚝 썰기 한 오이김치. 마늘쫑 넣은 새우볶음과 지난해 담궈 놓았던 매실장아찌도 참기름 넣어 맛나게 무치고 내가 만든 동그랑땡이 최고라는 말을 기억하며 더 맛있게 부쳐내고 보니 그야말로 한보따리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출근 전에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고는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용돈도 챙겨줍니다. 언니 오빠들한테 늘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맛있는 밥 한 끼 사드리고 오라는 당부도 합니다. 평소 조용히 있었는데 가족들을 만나니 목소리도 커지고 웃음도 많아져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헤어지는 시간, 각자의 몫을 전해주는 내 맘은 참 즐거운데, 친정식구들 만나며 살림 거덜 내면 남편한테 쫒겨 난다는 언니의 말에 모두 웃었습니다. 담엔 그냥 오라고 헤어졌는데 집에 돌아오니 큰언니가 전화를 했습니다...
May 01, 2023•4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