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6 <514-1번지> - podcast episode cover

2023/05/16 <514-1번지>

May 16, 20234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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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descriptio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1987년. 그러니까 저희언니가 여섯 살, 제가 다섯 살이던 그 해 여름, 할머니까지 저희 다섯 식구는 수원 우만동 514-1번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큰 집이었던 저희 집은 명절 때도 북적거렸지만, 평소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습니다. 친척들이 하숙집마냥 거쳐 가기도 했고, 여름이면 시원하게, 겨울이면 뜨끈한 차 한 잔으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가는 나그네들도 많았습니다. 작은 마당에 있던 세 그루의 나무에는 둥지를 트고 새끼를 기르던 새들도 있었습니다. 체구는 작았지만 강하셨던 할머니와 공직생활로 늘 바쁘셨던 아버지, 현모양처 우리 엄마, 그리고 저와 한살 터울의 언니까지.. 결혼 전까지, 이 집에서 자란 저는 우리 집이 참 좋았습니다. 월요일이면 가요무대를 즐겨보시던 할머니 덕에 이제 고작 마흔인 제가 월요일이면 지루함 없이 가요무대를 보는데 그렇게 부모님은 저희에게 자연스레 '효'를 가르쳐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나무집을 만들어주는 아버지를 보며 '사랑'을 배웠구요. 팍팍한 살림과 강한 시어머니 사이에서도 늘 평온하셨던 엄마에게선 '인내'를..수많은 사랑방 손님들에게 차 한 잔부터 내주시던 부모님에겐 '나눔'을 배웠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언니도 시집가고 부모님과 옥상 툇마루에 둘러앉아 먹던 저녁밥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에 비빔밥 한 그릇 크게 비벼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눠 먹던, 그때의 그 저녁 맛이 말이죠. 2023년, 부모님은 514-1번지가 보이는 근처 아파트로 이사하시고, 언니는 양평, 저는 광명으로 둘 다 출가외인이 되었지만.. 30년 가까이 여름이면 초록색 담쟁이 넝쿨이 가득해 귀뚜라미 소리마저 아름다웠던.. 그 집이 유난히 그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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