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 podcast cover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art19.com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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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s

2023/03/25 <옷>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옷이 나를 입고 외출을 한다 옷은 길거리에 사람들을 스캔하며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볼 겨를도 없이 쇼핑몰에 들어가 새로운 옷을 사들인다 옷은 타인에게 비칠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며 안심시켜 줄 그 순간을 찾는다 어떤 사람에게 옷은 육체의 피난처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욕망의 승화이다 그들에게 옷은 신분의 상징물이며 자기 존재의 증명서이다 옷은 날마다 자신의 옷차림을 바꾸며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준다 밤 깊어 옷이 나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도 옷장 속엔 버리지 못할 옷 하나 남아있다 이젠 드라이클리닝도 먹지 않는 가죽 재킷 접어 입던 소매엔 깎을 수 없는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있다 이재봉 시인의 &lt;옷&gt;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외모나 꾸민 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현실을 보면 사람이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는다는 표현이 씁쓸하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

Mar 26, 20233 min

2023/03/25 <나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후 네 시 삼십 분. 동네 산책로를 걷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짚 앞 어귀에 우뚝 서 있는 나무 앞에서 쉼을 가집니다. 나무는 수령 250년이 넘는 오래된 향나무입니다. 울타리는 사철나무로 둘러싸여 향나무와 더불어 사시사철 푸름을 주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평화롭게 합니다. 향나무 앞에는 편히 쉴 수 있는 정자와 벤치. 그리고 운동기구 몇 가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허리와 다리가 부실해 그곳에서 주로 허리 돌리기와 유산소 운동을 합니다. 그러다 벤치에 앉아 나무를 한참 올려다보며 나무에게 묻습니다. "나무야, 너는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니?" 나무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다 아니, "너는?" 이라고 오히려 본인에게 물음표를 던집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하늘을 나는 지친 새가 둥지를 틀 수 있는 넉넉한 나무로 태어나고 싶어." 라고 속으로 되뇝니다. 자연의 순환 앞에 품위를 더해가는 건, 긴 세...

Mar 26, 20234 min

2023/03/23 <살며 생각하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울은 동등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게를 감지하는 추를 달아야 하고 사람은 마주 보는 눈길이 높이가 같아야 서로 공감하며 어울릴 수 있다 배움은 끝이 없듯 나이만큼 무거운 입술을 만들고 살아온 세월만큼 생각하는 그릇을 만들어서 벗의 말은 마음 깊이 담아놓고 배우고 또 배우며 살아야겠다 안성란 시인의 &lt;살며 생각하며&gt; 세월이 저절로 좋은 사람을 만들어주진 않지요. 고집은 버리고 마음은 비우고 목소리는 조금 더 낮추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단 생각으로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해요. 또 진심을 담은 다정한 말을 건넨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23, 20232 min

2023/03/23 <내 몸의 뉴 노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부터 왼쪽 어깨 쪽이 가려웠습니다. 건조해서 그러나 하고 보디 크림을 발랐지요. 그런데 왼쪽 겨드랑이 쪽이 누군가 포크로 5분 간격으로 찌르는 것 같이 아팠습니다. 약국에 가서 근육 이완 제를 사다 먹어도 통증이 잡히질 않고 긁었던 자리가 빨갛게 부어오릅니다. 다음 날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 한 다음 약을 먹으니 통증이 좀 사라졌는데 약 기운이 떨어지는 새벽녘에는 아파서 잠을 깨곤 했습니다. 다음날 피부과에 갔습니다. 의사는 내 어깻죽지를 보자마자 “대상 포진입니다” 합니다. 치료 받고 주사도 맞고 가세요. 복용하고 계신 약 있으세요?” “담이 걸려서 정형외과에서 약을 받아 왔어요.” 하니 “대상 포진 걸리신 분들이 대부분 정형외과에 갔다가 피부과에 오세요. 담 걸린 데랑 가려운 데랑 거의 같은 위치죠?” “네 맞아요.” “무리하지 마시고 일상생활하세요” 아니, 내가 대상 포진이라니.. 신랑과 언니한테 카톡...

Mar 23, 20234 min

2023/03/22 <누구보다 열정적인 어르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활동하시는 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자식으로서 마음 같아선 정년퇴직 후 조금 쉬시면 좋겠다 싶지만 현실은 노후 자금을 위해 재취업으로 마음 졸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아버지, 저희들 이제 부모님 돌볼 여유 있으니까 편하게 지내셔도 됩니다." 하면 "아직까진 너희들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다." 하십니다. 저희 회사 야간 경비를 하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출근시간이면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오세요." 인사하십니다. 그러면 "밤샘 근무하느라 피곤하시죠? 주스 하나 드세요." "아이고 감사해라. 몸이야 피곤하지만 이 나이에 돈 벌 수 있는 게 어디인가요?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손주들 앞에서 어깨도 펼 수 있지요." 오후가 되자 택배기사 분이 무거운 짐을 들고 사무실마다 배송을 하는데 백발의 어르신입니다. 때마침 찾아갈 물건이 있었기에 먼저 달...

Mar 22, 20234 min

2023/03/22 <허리 굽은 소나무>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모진 풍파 허리 굽은 인생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수채화 호수에 잎들 잔잔한 가슴에 담습니다 확 트인 둘레길 바람이 불어와 뿌리는 깊게 내리고 산고의 아픔은 세상을 보는 혜안(慧眼)이 되었습니다 광교산 어깨를 기대고 허리를 절룩이며 푸르름을 간직한 채 걸어온 세월 맑은 하늘 능선 위 손잡은 뭉게구름 춤을 추고 물 위에 드리운 추억 화려하게 산수화를 그립니다 조동선 시인의 &lt;허리 굽은 소나무&gt; 여태 조금씩 움츠러드는 등과 허리가 세월의 흔적이라고만 여겼는데, 누군가의 굽은 등을 토닥이고 낮은 곳에 시선을 두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그리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마음 그대로 어우렁더우렁 웃으며 살아가기를, 살아온 날들, 그리고 살아갈 모든 날의 풍경들이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로 기억되길 바라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22, 20233 min

2023/03/21 <괜찮다>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 사랑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단어는 괜찮다는 단어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어난 충격에 괜찮다는 말을 부여한다 한심한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의 혁명이 일어나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오염된 껍질을 벗기지 못한 무능함에도 괜찮다는 말을 붙인다 사랑의 신비로움은 괜찮다는 말만 들어도 정화된 새 사랑이 수립된다. “괜찮다” 정외숙 시인의 &lt;괜찮다&gt; 좋았던 것을 떠올릴 때도 괜찮다. 싫다고 말하기 어려울 때도 괜찮다. 위로가 필요할 때도 괜찮다. 오늘 나의 괜찮음은 무엇이었을까... 부디 슬픔을 감추기 위함은 아니었길. 괜찮다, 괜찮다,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21, 20232 min

2023/03/21 <건강검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회사 후배가 복강경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제 30대인데 췌장에 2cm 가량의 혹이 있어서 그걸 제거하는데 전신마취를 했다고 합니다. 췌장에서 암을 발견하면 이미 늦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혹시 암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더 지나면 암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네요. 저는 그동안 건강검진을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매년 형식적으로 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그 친구 건강검진으로 혹을 발견했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니 저도 추가 금액을 내고서라도 더 검사할 수 있는 건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50대에 접어들었는데 그동안 건강에 너무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모임이 많아서 술자리도 많고 운동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허리는 점점 늘어나 전형적인 중년 아재의 모습이 되었고요. 나이가 점점 들면서 지인들 중에서 암이 걸렸다는 소식도 듣고 크게 아픈 후에야 술 담배를 끊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

Mar 21, 20233 min

2023/03/20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5년 전 71세 되던 해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하면서 더 이상 해외여행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권을 찾아보니 아직 기간이 꽤 남아 있습니다. 딸아이의 권유에 동갑내기 우리내외 필리핀 세부로 가기로 했습니다. 출국일 까지 100 여 일 동안 우리는 근력 기르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한데 출발 며칠을 앞두고 평소 무릎관절이 좋지 않던 아내가 넘어져 물리치료에 주사로 병원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팡이에 의지해 비행기에 올랐고 도착한 필리핀은 한 여름이었습니다. 우리는 딸아이가 예약해 둔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건물 밖으로 나섰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점점이 하얀 뭉게구름 그 아래로 펼쳐진 에머럴드 빛 바다. 희디흰 모래톱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나는 두 팔을 벌려 등을 뒤로 젖히고, 가슴 하늘로 향했습니다. 더운 공기지만 달고 상큼했습니다.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야외 풀장이 있는 곳으로...

Mar 20, 20233 min

2023/03/20 <3월에>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이해인 시인의 &lt;3월에&gt; 하루는 향기로운 꽃바람이 되었다가, 하루는 흙내음 머금은 풀잎이 되었다가, 또 하루는 팔랑팔랑 봄소식을 전하는 나비가 되어 봅니다. 작은 소망의 씨앗이 연둣빛 싹을 틔우는 봄. 그래서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도 좋은 봄. 귀밑머리 소녀처럼 마냥 설레는 봄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20, 20232 min

2023/03/18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공항이 예전처럼 붐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며 저도 가슴이 설레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고 보니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심하여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마음먹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해외여행을 다녀와서는 또 마음을 다잡고 직장을 계속했습니다. 사실 해외여행은 학창 시절부터 나의 꿈이었습니다. TV를 보더라도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였고 여행에 대비 어학공부나 자료수집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누구는 해외연수를 누구는 방학에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도 나는 갈 형편이 안 되었고 여행을 갔다 온 친구들이 모여 여행 후기를 이야기할 때는 나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고 우울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돈을 벌어 꼭 가족들과 함께 번듯하게 해외여행을 하리라 ...

Mar 19, 20234 min

2023/03/17 <시래기를 삶으며>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내는 김장을 하면서 남은 채소들을 모아 엮어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았다. 시래기 타래들이 20층 허공에 있는 것이 신기해선지 겨울 햇살도 씨익 웃다 가고 바람도 장난꾸러기처럼 그 몸체를 마구 뒤흔들었다. 오늘은 고요히 눈이 내리고 왠지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 주던 시래깃국 생각이 간절하여 배추잎, 무청들을 푹 삶아서 푸르게 살아난 잎새들의 겉껍질을 벗긴다. 겨울 해는 내 인생처럼 짧기만 한데 나이 들수록 돌아가고픈 옛날이 있다. 강우식 시인의 &lt;시래기를 삶으며&gt;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졌다는 건 그리움 나무에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는 것. 그래서 밥을 먹다 어머니가 생각나 울컥하고 사진 앨범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이 많아지고 꿈에선 자꾸만 어린 날들이 스칩니다. 저 많은 그리움을 어찌할까 고민인데 속도 모르고 그리움 열매는 하나씩 하나씩 늘어만 갑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

Mar 19, 20232 min

2023/03/17 <이렇게 힘들 줄이야>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빠가 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갑니다. 매일같이 우리 아기 목욕 시키고 젓 먹이고 토닥토닥 재우는 데 "원래 육아가 이렇게 힘든가? 다른 아빠들도 나 같은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전... 우리 아가가 태어났습니다. 거꾸로 있는 바람에 제왕절개로 태어났지요. 그런데 TV에서나 보던 아가를 생각했던 저는 태어나자마자 보게 된 우리 아가는 참 못 생겼다 였습니다. 장모님은 ’어쩜 이렇게 이목구비 또렷하고 동글동글하니 예쁘냐.‘ 면서 좋아하시는데, 저는 빈말은 못하는지라 "어머니...근데 좀 못 생긴 거 같아요." 했더니 제 팔을 톡 치시면서 "사위! 이정도면 예쁜 거지. 막 태어나면 원래 이래!! 씻기고 나면 예뻐 보일거야" 하십니다. 아가들은 뼈가 야물지 않아서 나중에 모양 잡아주는 베개에 눕혀 놓으면 머리모양도 예쁘게 바뀐다 하십니다. 그렇게 일주일 입원하고 조리 원으로 올라갈 때 우리 아가를 잠깐 안아...

Mar 19, 20234 min

2023/03/19 <시험감독관 가던 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회사 신규공채 필기시험이 있다고 시험 감독관을 모집한다고 하여 지원했습니다. 시험 당일, 배정받은 학교는 강남 양재역 근처에 있는 학교라 이른 새벽 집을 나섰습니다. 일요일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지하철에는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시험 교실에는 두 명이 배치되는데 정 감독관은 해당 학교 선생님, 부 감독관은 회사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교실을 배정받고 정 감독관으로 한분과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감독관 경험이 많으시다 고 이것저것 알려주셨습니다. 시험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수험생의 모습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데 순간 20여 년 전 내가 지금처럼 교실에 앉아 입사시험을 보았다는 것이 새삼 기억이 났습니다. 나이 서른에 직업군인으로 전역하고 이곳저곳 입사원서를 넣고 기다리던 중 운 좋게 지금의 회사에 합격하였지요. 지금 돌아보아도 참 많이 떨리던 순간이었는데.....

Mar 19, 20233 min

2023/03/18 <애기동백>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사랑이 생의 가지에 피는 꽃이라면 내 마지막 사랑은 애기동백이었으면 좋겠네 아무도 찾지 않는 겨울 바닷가 맵찬 눈보라 속에 홀로 피어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고 온몸으로 외치는 애기동백이었으면 좋겠네 절정에서 제 목을 긋고 쿨하게 져 버리는 그냥 동백이 아니라 행여 향기 사라질까 마지막 한 잎까지 가만히 내려놓는 애기동백이었으면 좋겠네 백승훈 시인의 &lt;애기동백&gt; 가을에 펴 늦동백이라고 부르는 애기동백꽃은 떠날 때도 꽃잎을 흩뿌리며 서서히 진다고 해요. 그렇듯 진흙 속에서도, 바람 부는 언덕 위에도 꽃은 핍니다. 모두 자기만의 때가 있을 뿐이죠. 이젠 우리가 피어날 차례. 오래 기다렸던 만큼 부디 쉽게 지지 않기를. 기나긴 여운을 남기는 애기동백처럼 말이지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19, 20232 min

2023/03/16 <나를 사랑하는 일>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해님이 방긋 웃어도 나를 위해 웃는가 싶기도 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도 나를 위해 부는가 싶기도 하지 때로는 고단한 삶이기도 했고 살기 위해 나를 희생하기도 했지 그런 일이 있었기에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생각을 하게 되더라 한 때의 고생이 있었기에 이제는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겠다는 그런 마음도 먹게 되는데 이제 남은 일은 나를 사랑하는 것 남은 생은 그렇게 살아가리라 나에게 남은 열정을 다해서 도지현 시인의 &lt;나를 사랑하는 일&gt; 나를 사랑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말고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고 바라지 말아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나를 예쁘게 보아줄 사람, 그리 많지 않아요. 버킷리스트 첫 번째 줄에 뭐라고 적어뒀나요? 그게 무엇이든 지우고 이렇게 적어 두자구요. 무조건 나를 사랑하기. 그래야 삶을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어요...

Mar 16, 20232 min

2023/03/16 <엄마와 추억의 앨범을 넘기면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병원에 계시는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다음에 올 때 니들 어려서 찍은 앨범 좀 가지고 와라." 일이 바빠 "알겠어요. 금방 다시 전화할게요." 하고는 엄마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채 수일이 흘렀고 간병인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님이 자꾸 앨범 이야기를 하시네요. 요즘 식사도 잘 안하시고...." “아, 네 앨범 가지고 갈게요." 다음날 부랴부랴 친정에 들려 먼지가 뽀얀 앨범 몇 권을 찾아 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일 만에 만난 엄마는 저보다 제 손에 들린 앨범을 더 반기시며 "얼마나 바빴길 레 이거 하나 가지고 올 시간도 없었니? 내가 꼭 보고 싶은 사진이 있어서 몇날 며칠 잠도 못 잤다. " 그리고는 앨범을 넘기면서 좀 전과는 달리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제 앞으로 앨범을 내미십니다. "너, 이 사진 기억나니? 운동회 날에 너 달리기 꼴찌해가지고 입이 열 발은 나와서 점심도 안 먹고 집에...

Mar 16, 20234 min

2023/03/15 <엄마의 냉장고>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지난 주말에 엄마한테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 아빠가 국내산 이면수를 살 수가 없다고 지나는 말씀을 하셨는데 주말에 장을 보다가 깔끔하게 손질된 이면수가 있길 레 샀습니다. 그리고 엄마 냉장고를 열면 남은 음식을 여기저기서 나온 플라스틱 일회 용기 뚜껑으로 대충 덮어 두시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쓰시던 유리로 된 그릇 들이 여러 개 있는데 가뜩이나 손힘도, 부실해진 두 분이 까딱해서 그릇을 놓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항상 불안했던 터라 이번 기회에 그릇을 바꿔 드리고 싶었습니다. 주말에 마트에 가서 사이즈별로 몇 개 정도 필요할지 따져보고, 무엇보다 밀폐용기가 각양각색이라 하나하나 열고 닫아보면서 너무 빡빡하지 않은지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좋은지 따져보고 제일 좋은 것들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닳아서 가운데가 불룩해진 뒤집게, 망이 다 헤져버린 채반도 사이즈별로 사고.. 집에 와서 세척기로 싹 돌...

Mar 15, 20234 min

2023/03/15 <그렇게>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꽃은 여러 송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도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모습 한결같이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 한결같이 향기와 푸름과 영원함은 그렇게 꽃은 여러 송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김명수 시인의 &lt;그렇게&gt; 세상 혼자 인 것 같은 날, 괜찮은지 물어주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족이 있어 고맙습니다. 그래서 우린 때마다 안부를 먼저 묻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지요. 너무 멀지 않은,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거리,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응원하기를. 마음의 끈을 꼭 붙들고, 그렇게, 한결같이.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15, 20232 min

2023/03/14 <손자와 헌 운동화>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에게는 초등 5학년 손자와 4살 손녀가 있는데 첫 손주는 벌써 162cm 할머니의 키를 바싹 따라오고 있고 신발도 벌써 245mm나 됩니다. 하지만 키만 컸지 사내아이가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정도 많아 맘이 많이 여린 편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이것 저것 배우러 다니고 또 좋아하는 축구, 농구도 해야 하니 많이 바쁘더라구요. 지난 봄 방학 때 바쁜 손주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방학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추억을 만들어 줄까 해서요. 밖에서 만났는데 신고 온 운동화가 해져서 발가락이 보일 지경입니다. 너무 놀라서 ‘아니! 요즘 이런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애들이 있냐?’ 의아해 물으니 운동화 산 지 3달 밖에 안 되었는데 너무 편하고 좋아서 이 운동화만 신었더니 정이 들어서 계속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해지고 떨어진 신발을 신고 다니 냐? 며 운동화부터 사자고 해서 신발 가게로...

Mar 14, 20234 min

2023/03/14 <연리지>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무가 꽃을 피우는 법과 버리는 법 소중한 것을 지키는 법과 버려야만 하는 이유 추위와 외로움을 견디는 법과 아름답게 죽음에 이르는 길까지 다 가르쳐 주었지만 둘이서 하나가 되는 법 뼈와 살을 섞고 마음과 영혼까지 하나가 되는 비밀은 아직 일러주지 않으셨다 그렇건만 서로를 칭칭 동여매는 고통을 두고 사랑하라 다만 사랑하라 한다 헛된 꿈을 두고 모진 인연을 두고 그래도 사랑하라 더 사랑하라 한다. 김별 시인의 &lt;연리지&gt; 하나로 보자니 둘이고 또 둘이라기엔 이미 하나가 돼버린 사이. 누가 그러란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데 우린 그렇게 늘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서로의 체온으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따스한 온기를 품은 채 살아가기로 해요. 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어깨동무 하고서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14, 20232 min

2023/03/13 <기대된다 너>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기대된다 너에 활약이 가슴에 꼭 품고 애지중지 피워낼 작은 봄의 싹을 기대된다 파란하늘을 조금씩 가려나갈 너에 작은 잎들이 기대된다 그 길 산벚꽃 피워낼 그 시간 꽃눈을 맞고 있을 내가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기대되는 그 시간을 상상하며 그 길을 황선심 시인의 &lt;기대된다 너&gt; 봄 벚꽃보다 기대되는 그대의 봄. 인생의 화사한 봄날을 맞은 그대는 어떤 꽃을 피울지, 꽃길을 걸으며 얼마나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잠깐 이는 차가운 바람에 물러서지 말아요. 부푼 기대를 안고선 그대의 봄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거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13, 20232 min

2023/03/13 <아버지처럼 나도>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임신 7개월로 접어든 딸아이가 조산 끼가 있다고 누워만 있으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자리보전하고 누워 있은 지 두어 달 되어갑니다. 꼼짝 못하는 딸이 가엽고 안타까워 ‘뭐 사줄까? 뭐가 먹고 싶니?’ 물어보면 또박또박 먹고 싶은 품목을 나열해 놓습니다. 어느 날은 과일, 어떤 때는 고기.. 어느 날에는 듣도 보도 못한 무슨 무슨 샐러드를 사오라며 레시피를 던져 놓습니다. ''아니 지 신랑보고 사오라 하지. 왜 허리도 시원찮은 지 애비를 시켜'' 라고 볼 멘 소릴 하는 아내에게 ''그러게나 말여.'' 그러나 저는 속으로 신나게 그 심부름을 수행하며 콧노랠 부릅니다. 역곡 시장에 빈대떡을 전으로 유명한 꼭 그 집에서 사오라는 디테일한 당부와 함께 잡채 잰 양념 소불고기도 사다 달라는 딸아이의 톡을 기억하며 아침 일찍 시장을 갔는데 전과 잡채는 오후에 나온다는 말에 다시 집으로 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 가기로 하였지요. 기...

Mar 13, 20234 min

2023/03/12 <우리 정서방>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사십 중반에 재혼을 한, 딸 넷 아들 하나를 둔 둘째사위입니다 동갑내기 지금의 아내와 한 번씩의 상처를 딛고 가정을 꾸린지도 벌써 이십여 년. 지금이야 많이 변했지만 이혼과 재혼을 흠결로 보던 때라 첫인사를 드리러 간 제가 문전박대를 당할 만큼 저희의 재혼에 대한 처가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를 처음 보셨을 때부터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손을 내밀어 주신 유일한 분이 장모님이셨습니다. 저는 장모님을 ‘장모님’도 ‘어머님’도 아닌 ‘어머니’라 불렀습니다. 친어머니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저에게 장모님은 친어머니 같았습니다. 그동안 매년 청주 처가를 찾아뵙고 허리가 불편하신 어머니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맛난 것도 함께 먹으러 가고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며 밤늦도록 이야기꽃도 피우며 어머니와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아내와 제가 대문을 들어 설 때면 어머니 시선은 딸은 안중에도 없고 "우리 정서방 왔어...

Mar 12, 20234 min

2023/03/11 <어르신의 호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외출하고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시는 90이 가까운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날씨가 추운데 ‘어디 다녀오세요?’ 하고 여쭈니 ‘요즘 왜 이리 몸이 아픈지 약국에 파스 사러갔는데 문이 닫혀서 허탕치고 오는 길이여’ 하십니다. 엘리베이터까지 양쪽 지지대를 잡고 느릿느릿 걷는데 많이 불편하게 보였습니다.‘ 아들이나 며느님한테 시키시지. 환절기인데 이렇게 입고 나와서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요?’ 하니, ‘아들, 며느리가 가게에 나가 한 시간 후에나 들어온다.’ 고 하십니다. 마침 집에 여분의 파스가 있어 같이 올라와 꺼내 드리며 "어르신,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겨울 동안 집안에 갇혀 운동을 거의 못하는 어르신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환절기가 되면 적응에 적잖이 피로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이틀이 지난 아침에 신문을 가지러 현관문을 열었더니 박스와 메모지가 있습니다....

Mar 12, 20234 min

2023/03/10 <사랑의 햇볕>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불투명한 깊은 사색의 굴레에서 벗어나 양지 바른 아늑한 곳에 앉았다 따뜻한 햇볕을 쬐는 동안엔 행복한 생각들로 가슴을 꽉 채워져서 흐려있던 마음도 훈훈해지고 아픈 상처도 아물어간다 그 사람의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사랑의 햇볕을 듬뿍 쬐는 느낌이다 한금희 시인의 &lt;사랑의 햇볕&gt; 그늘을 드리우며 슬픔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람처럼 마음을 뒤흔들며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가 하면 나무처럼 늘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바다 같은 사람도 있지요. 누가 내게 누군가에게 무엇이고 싶냐고 물으면 햇살이 되고 싶다고 답할래요. 마음 곳곳 스미는 온기에 절로 미소 지어 지는 그런 따뜻한 햇살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12, 20233 min

2023/03/10 <내 삶의 길목에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모부 병문안 갈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한참 달린 후...한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 타 교통카드를 찍었습니다. 기사님이 카드를 잘 못 찍었다고 다시 찍으라고 하자...아저씨는 화를 버럭 내며 자신은 잘못 없다며 막말을 하십니다. 정의감 넘친 승객들이 나서서 설명을 하고 나서야...아저씨는 굳은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십니다. 전에는 지하철에서 서로 부딪혔다고, 싸우는 사람을 보고..아주머니 한분이 "가방으로 먼저 쳤으니깐, 사과하고~! 상대방은 험한 말을 했으니깐, 사과하고~! 가방을 앞으로 감싸면서 들어야지 주변 사람이 안 다쳐~" 라고 현명하게 재판 내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회사 누나는 무더운 여름날 발가락에 핫 핑크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아이보리 색에 리본 달린 슬리퍼를 신고 출근길 버스를 탔습니다. '매끈하고 상큼한 내발가락 봐~ 패션의 러블리는 밑바닥...이 슬리퍼에서 오는 거 같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

Mar 12, 20234 min

2023/03/11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제는 애써 지우려 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이제는 애써 잊으려 하지 않기로 한다 생각나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제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하지 않기로 한다 눈물 나면 그냥 눈물 나는 대로 포기되지 않는 두 가지 슬픔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한다는 것과 내가 여전히 널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 정우경 시인의 &lt;그리우면 그리운 대로&gt; 원래 잊어야지 하면 더 생각나고, 눈물을 참아야지 하면 더 눈물이 쏟아져요. 그래서 충분히 슬퍼하고, 우는 게 마음을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죠. 내 손을 떠난 일들, 내 품을 떠난 사람들 모두,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사랑하면 사랑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유예기간을 충분히 줬으면 해요. 하나하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r 12, 20232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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