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연금을 계산하고 노후를 설계하고 새로 나온 보험을 좇아다니다가 봄날이 다 지나갔다 아파트 한채를 장만하고 차 한대를 갖고 여행상품을 검색하는 동안 명품을 간파하는 눈이 생겼는데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고 배신 타령을 한다 와인맛 커피맛을 하는 혀 좋은 브랜드 옷의 감촉은 좋아하면서도 정작 네 살갗에는 무덤덤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주말이면 쇼핑과 외식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다 여행을 가도 남는 건 사진밖에 없더라 법석을 떨면서 폭식하듯 사진을 찍는다 뼈 빠지게 사노라 살지 못했는가 죽는 것은 습관이 아닌데 사는 것은 습관이 되어서 행복이여, 어쩌다 나는 행복에 대한 저항시를 쓴다 행복을 위해서도 저항시를 위해서도 이건 참 서글픈 일이다 손택수 시인의 <행복에 대한 저항시> 이번에 차 바꾼대, 투자 대박이래, 또 여행을 간다네. 누군가의 행복 퍼레이드를 보고 있으면, 나는 과연 행복을 위해 뭘 하고 있나...
May 31,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집 쫑쫑 이. 유기 견 보호소에 갔다가 데려오게 되었는데 며칠 동안은 너무 많이 물려서 파양도 생각해보았지만 어디 간들 이 아이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 우리 집에 온 이상 최선을 다해보자 한 것이 4년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혼자 집에 두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한번은 가족이 외식을 가기위해서 카메라로 촬영을 해두고 나갔다 돌아와서 본 영상은 정말 안쓰럽기 그지없었습니다. 2시간동안 점프를 했다가 하울링을 했다가 문을 발로 긁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혼자두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학교가고 남편은 직장에 가고..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지 않는 한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때로는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주말에도 집에 머무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대신에 독서가 늘었고 라디오를 듣거나 집안이 깨끗해지는 등 좋아진 점들도 많아지긴 했습니다. 요리도 자주하고 집에서 러닝머신을 하...
May 31,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잊은 듯이 한참 있다가 뚜껑을 열면 솥바닥에 자리잡은 절망의 크기만큼 온전한 한덩이의 누룽지가 안간힘으로 솟아올라 있다 구수한 누룽지 한조각 만드는 것이 요즘 나의 즐거움이다 누룽지를 들어내고 환한 솥바닥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요즘 나의 발견이다 나희덕 시인의 <요즘의 발견> 적당히 잘 눌은 누룽지는 솥 바닥에서 깨끗하게 똑 떨어집니다. 누룽지를 떼어내고 말끔해진 솥을 보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지요. 마음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속이 타들어 갈 일도 없고 잠 못 드는 일도 없을 텐데. 마음 저 밑바닥에 눌어붙은 어두운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몽땅 긁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애꿎은 빈 솥만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30,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주말을 지나던 궂은비에 우울히 집안을 서성이다 오래전에 쓴 듯한 이렇게 비 내리던 날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점심 식사에 흰 머위 대 볶음이 콩가루에 묻혀 나왔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우리 일행은 기린이라는 유쾌한 면소인 현리 차부 뒷골목의 허름한 집에서 산나물과 된장국으로 늦은 점심 허기를 때울 때우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덜컹대는 유리 창 너머로 억수 같은 장대비가 내리고. 그때 문이 열리며 낯선 할머니가 비에 흠씬 젖어 광주리를 이고 들어섰다. 그녀가 광주리를 이고 어쩔 줄 몰라 할 때 주인아주머니가 한 소리 했다. ‘할매 오늘은 늦었고 만요. 벌써 시장에서 사다 반찬 만들었다요. 담에 다시 와요.’ 난감한 할머니는 나가지도 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있었다. 그때 맘 약한 나와 눈이 마주 쳤다. ‘뭐예요?’ 할머니 대신 식당 아줌마가 ‘우리 집에 야채 갖다 주는 할 멘데. 요즘은 머위 대를 삶아 껍질을 ...
May 30,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남해안 갯벌체험의 설천마을. 경남 통영의 사량도. 경주의 감포 바닷가.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헤매기를 며칠.. 결국 최종 낙찰 지는 회장의 의견대로 감포 바닷가. 느지막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자관에 도착하니 4시 10분경. 먼저 도착한 회원들과 웃음 가득한 여유로움 속에서 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대구를 출발했습니다. 북 대구 IC를 지나서 경주로 향하는 경부 고속도로. 평사에 들러 과일로 약간의 허기를 달래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줄달음칩니다. 목적지 도착 시간이 6시 20분경. 짐을 정리 하고 평상에 앉아서 파도소리를 느껴봅니다. 준비한 자연산 회에 바다의 비릿한 내음을 양념으로 버물림의 맛이란. 순식간 술 열 댓 병이 사라지고 그래도 전부 멀쩡. 역시 분위기가 사람 잡나 봅니다. 시계가 새벽1시를 지나고 모두가 지쳤는지 하나 둘씩 사라집니다. 새벽 4시경 에 소나기소리. 평상에 회장 부부가 자는데... 그...
May 2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애는 자연분만을 했는데, 둘째는 자연분만을 하다가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결국 뇌병변이라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큰애가 그 때 5살. 똑똑하고 건강한 모습만 보다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돌보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편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괴로워 하다가 공황장애 증상를 보이더니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었습니다.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너무 융통성이 없는 성격이라 장사를 하면서 부딪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장사는 망하고 남편은 실업자가 되어 우리는 월세 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 큰애가 중3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번듯한 직장이 없고 동생이 장애를 앓고 있으니 늘 큰 애한테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이해해주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큰애가 이런 말을 합니다. “아빠도 좋은 대학 나왔지만 ...
May 2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베네딕도 수녀원 울 따라 걷노라면 아슬한 나뭇가지 타고 오른 줄장미 눈맞춤 그것만으로 마음결 환하여라 오월이 가기 전에 하고픈 말 있는지 무심한 행인들 가만 불러 세운다 힘들 때 하늘도 가끔 바라보며 살라는지 이희숙 시인의 <오월이 가기 전에> 하늘 좋은 날엔 하늘멍, 구름멍. 담장을 수놓은 장미를 보며 장미멍.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선 바람멍. 소낙비가 내리면 비멍.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오월이 옷깃을 잡아끄는 바람에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래, ‘이젠 안녕’ 인사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실컷 들어 주자, 싶어 가던 길 멈추고 오도카니 앉아 오월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29,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지방의 한 시외버스 정류장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아주 오래전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여고생이던 저와 단짝 친구와 소소한 일로 마음 상해서 한 동안 서먹서먹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여름방학을 맞았죠. 이대로 공백기를 가지면 안 되겠다 싶어 시골에 가 있는 친구를 만나러 2시간 거리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지갑과 친구의 주소가 있던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친구 집은 이제 주소를 모르니 갈 수 없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비가 없었습니다. 생각 끝에 상점에 들어가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빌려야겠다 싶었습니다. 한 상점으로 들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 사장님은 큰 소리로 “불쌍한 얼굴로 와서 내일 꼭 돌려주겠다며 간 사람이 어디 한 둘 인줄 아나! 다시 와서 돌려주고 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네. 딴...
May 2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맏며느리지만 맏이 역할을 못하고 지냈습니다. 시어머님 살아계실 때, 맏이인 우리 집보다 동서네 집에서 사셨습니다. 효자 남편은 늘 그게 마땅찮아 했는데 어머님과 꼭 사이가 좋지 않아서보다는 동서가 직장에 다니니 어쩔 수 없이 동서네 아이들을 봐 주다가 그냥 동서네 집에서 아예 살게 되신 겁니다. 아무래도 같이 안 살다보니 나는 시어머님과는 늘 서먹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동서 네서 지내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와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가끔 남편이 "이제 어머님 우리 집에서 모셔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하면 "오시라고 하세요. 내가 뭐 어머님을 못 오시게 했나요?‘ 라고 볼 멘 소리 만 했을 뿐 막상 어머님을 모시고 오는데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머님이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에 가 계시는 동안 저는 그 동안 못해드린 미안한 마음이 커서 남편과 자주 갔었습니다. 어머님은 나를 알아본 적은 없었는데 효자...
May 2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29,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예쁜 다리 오금팽이 살짝 숨어 눈을 뜨고 있는 흉터 유치원 때 교통사고로 만들어진 흉터 볼 때마다 우리 아빠 마음 아프다 그래요 볼 때마다 우리 엄마 보조개 같아 귀엽다 그래요 그래그래 그 마음이 사랑이란다 이다음에도 네 흉터 예쁘다 귀엽다 안쓰럽다 보아주는 사람 만나서 살아라 네 마음의 흉터와 얼룩까지 감싸주고 아껴줄 줄 아는 사람이 정말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나태주 시인의 <흉터> 입보다 큰 쌈을 먹는 모습이 복스럽다며 좋단 사람 덜렁대고 깜빡이는 모습도 귀엽게 보아주는 사람 꾸민 모습도 예쁜데 민낯은 더 사랑스럽다는 사람 날 선 뾰족한 마음도 괜찮다며 보듬어주는 사람 그렇게 있는 그대로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을 만나요. 알면서도 모른 척, 부족함도 품는 게 진짜 사랑이니까.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29,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 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 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김용택 시인의 <산> 산은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뿐. 또 원망하는 법도 없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세상을...
May 29,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절한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간절한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벗어나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숨어 있던 그대만을 위해 쓰여질 그 어떤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대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고백을 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난, 오늘도 여전히 그대에게 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다른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 밖에는, 그 어떤 그리움의 말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언제나 그대에게 쓰는 편지의 시작은 사랑하는 보고싶은 하지만 그 마음 너무나도 따뜻한 그대이기에 그대를 위해 쓰여진 내 평범한 언어들은 그대 마음 속에서는 별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가 됩니다. 유미성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어릴 땐 하고픈 말은 많은데 무슨 말부터 적어야 할지 몰라 편지지와 눈씨름을 하곤 했었죠. 너무 진부...
May 25,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남편과 하루 종일 멀뚱하게 할 말도 별로 없이 지낸지도 8개월. 책도 읽었다가 베란다 화초를 키우기도 하고 5일장에 가서 여러 종류의 묘 종도 사서 심어 놓기도 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사연 보낸 분들의 이야기에 젖어들다가 동네 산책길도 걷다가 저녁에 드라마 보는 게 나의 반복되는 일과였습니다. 남편은 다니던 직장의 경영난으로 집에 있게 되면서 무료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힘든지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눈치를 주지도 않았는데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한 모양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정을 위해 열심히 고생한 남편을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쯤~~~그래, 이제 내가 나가서 일을 해 볼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60이 넘은 이 나이에 일할 곳이 있을까?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조심스레 주민 센터에 가보았습니다. 혹시 제가 할 만할 일이 있을까요?? 하며 말끝을 흐리니~직원분이 여러 곳의 ...
May 25,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작년에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사회 복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땐 열심히 해야지 결심을 했었는데 일 년이 지나가니 과연 내가 좋은 복지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실습을 한 달 나갈 기회가 생겨 주간 노인 돌봄 시설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치매를 앓고 계시거나 거동이 힘드신 분들이셨는데 거동도 불편해 보이지 않으신 데다 곱게 차려 입고 오신 한 어르신이 계셔서 저 어르신은 어디가 불편하신가 궁금했습니다. 얼마 후 돌봄 센터 어르신들이 모두 야외 나들이를 갈 때였는데 그 어르신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떨고 계셔서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여쭈니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하시면서 갑작스런 손 떨림에 어쩔 줄 몰라 하셨습니다. 예전에 방송에서 파킨슨병 앓고 있는 분이 떨림 증상이 있을 때 마사지를 해주면 효과가 있다는 걸 본 기억이 나서 ‘...
May 25,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나 굴러야 할까 얼마나 부딪히고 상처 받아야 우리 서로 상처 주지 않을까 부딪히고 아파하고 소리 내어 울다 보면 세상에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나진 않아도 아름답지 않을까 모남 없이 둥글게 살다 보면 서로 부둥켜 안아도 아프지 않을 거야 행복할거야 김연식 시인의 <조약돌> 정작 모난 건 내 마음인지도 모르고 조그마한 상처에도 밤잠을 설칠 때가 있었지요. 그런데 세상 풍파에 뾰족한 마음이 깎인 지금은 오히려 살만하단 생각이 듭니다. 시련에 마음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누군가의 마음과 부딪혀 부서지고. 그렇게 둥글둥글한 조약돌처럼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25,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슬픔이 강물처럼 흐를 때 차라리 나는 깊은 강이 되리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차라리 나는 넓은 바다가 되리 슬픔이 절벽처럼 찔러 올 때 차라리 나는 높은 산이 되리 그러면 끄떡없지 그러면 아무 일 없지 슬픔이 아무리 큰들 내 생보다야 더 크겠나 입술 지그시 깨물고 꿀꺽 목 넘겨 그 슬픔 삼키리 그러면 끄떡없지 그러면 아무 일 없지 양광모 시인의 <슬픔이 강물처럼 흐를 때> 슬픔은 앓아야 낫는 마음의 병. 화가 나면 소리라도 질러요. 울고 싶으면 그냥 울면 됩니다. 이겨내려 하지 말고 그냥 아파하는 거예요. 그런다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니까. 목에 걸린 슬픔은 눈물로 꿀꺽 삼키고 지난 일은 그만 훌훌 털어버리기로 해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23,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지난 주말에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강화도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졸업한지 오십년이 넘었지만 일 년에 한 두 번 씩 만나 서로의 소식도 전하고 좋은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이번엔 고향에 사는 친구들이 버스를 빌려 올라오고 서울에 사는 친구들도 각각 만남의 장소로 모여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주름진 얼굴이지만 어릴 적 모습이 다 남아있어 친근한 사투리가 나오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처음 나온 친구가 있었는데 바로 합덕초등학교 1학년4반 우리 담임선생님의 아들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선생님의 안부를 묻는데 올해 90세가 되셨다고 합니다. 앞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대뜸 전화기를 연결해주어 받았는데 선생님이셨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저를 알아보시려 나 하고 인사를 드렸더니 선생님은 ‘내가 먼저 말할게.’ 하시고는 우강 면 창 리 우리 집 주소와 ‘아버지는 피난 나오시고 찐빵가게 하셨지? 너는 ...
May 23,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효도다운 효도를 했습니다. 저희 친정은 부모님생신, 어버이 날 같은 가족행사가 있으면 외식을 하기보단 집에서 잔치를 합니다. 1남 3녀인 저희 집은 어른만10명, 아이들은 8명. 스무 명 가까이 되는 대가족이 모이면 일단 식당을 예약하기도 어렵고 또 음식취향도 제각각이라 메뉴하나 고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눈치안보고 우리식구끼리 화기애애하게 즐기려면 집 밥이 최고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거죠. 그런데 막둥이인 저는 위로 줄줄이 언니 오빠들이 준비한 가족행사를 매번 참석하기만 했는데 그게 미안하기도하고, 뭣보다, 우리부모님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제 손으로 차린 집 밥 꼭 대접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가족들 모두에게 공지를 띄웠습니다. ‘5월 가족행사는 막내 집으로 모이세요.’ 그러자 식구들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제일먼저 큰언니 ‘막내야, 네가 뭘...
May 22,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울림 같은 시 같은 감사의 순간을 만나면 꼭 껴안게 된다 산다는 것 결국 제 생김생김을 껴안는 일임을 가장 따뜻한 순리임을 차츰 빛나지 않는 제 일상도 한번쯤 껴안게 되고 가난한 행복도 껴안아 주게 된다 늘 애타게 시를 만나는 일처럼 답답한 제 주위를 껴안고 번민으로 얼룩진 제 시간 껴안으면서 누군가 생의 악보는 완성된다는 사실을 사람이 하늘을 꼭 껴안다 보면 하늘도 사람을 껴안아 준다 김군길 시인의 <껴안다> 내게 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삶은 버거워집니다. 왜 내게, 왜 나만, 왜...라는 물음표에 갇히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산다는 건 그래서 생을 통째로 껴안는 일일지도 몰라요. 누군가의 허물도, 참 못났다 싶은 내 모습도,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모든 게 내 것이려니 하고 품어 안으면 언젠가는 세상이 그런 나를 품어줄 날도 오겠지요. See omnystud...
May 22,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21,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친구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업했습니다. 몇 년 전에 힐링 미용실을 개업했던 그 친구가 건강상의 이유로, 미용실을 접어서 저희의 아지트가 사라지는 바람에 많이 아쉬워했는데...그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작년 가을에 합격한 것입니다. 시험에 모든 걸 쏟아 부은 친구는 식사도 잘 못할 정도로 수척하고, 기력이 소진해 있었는데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제는 건강도 많이 회복했다 하고, 부동산 사무실을 조금씩 수리해 인테리어 하더니, 가구들도 구입해, 저희들의 사랑방을 다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개업식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인 저희 5명은 기쁘게 축하해 주러 갔습니다. 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명함도 받고, 3색 예쁜 볼펜에 개업 기념 수건도 받고, 저는 정성껏 써두었던 개업축하 편지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예쁜 돈 봉투도 건넸습니다. 이번 부동산 이름은 몇 년 전 하늘나라로 간 친구의 남편분이 ...
May 21,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얇은 종이에 손가락을 베었다 뜨거운 찻잔에 닿은 그 부분이 은은하게 아프다 그 남자의 몸을 파묻은 문장의 힘에 내 몸을 둥글게 구부려 무릎을 끌어당긴 채 검은빛의 글자에서 작동하고 있을 결핍의 심장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시선의 안쪽으로 스며 올린 젖는 마음들의 그 속을 생각했다 단어의 표면은 고독하지만 속은 그래도 사람의 핏줄 모양 흐름이 있어 가슴속에 풀어져 스며든다 그렇게 내 가슴으로 오는 길이 한 문장이 된다 그렇게 그 남자의 한 문장은 내 안에 갇혀 울 자리를 정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은은하게 아프다 가만히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은은한 아픔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지 싶어 페이지의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둔다. 정설연 시인의 <은은하게 아프다는 것> 큰 문제 앞에선 과감해지지만 오히려 자잘한 걱정들에 생각이 많아져요. 또 큰 상처는 그냥 덮어두고 마는데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인한 상처들은 은은...
May 21,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처마 끝 그림자가 댓돌 너머 저만치 마당으로 물러나면 초여름 대청마루는 분주해진다. 엄마는 밭에서 캐온 감자를 골라 껍질을 깎고 강판에 감자를 간다 강판에 흐르는 감자즙을 바라보는 아이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며 요동을 친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마솥 떡 시루에 까맣게 윤기가 흐르는 감자떡이 팥고물로 곱게 단장하고 얼굴을 내밀면 엄마는 대나무 잣대를 떡시루에 올려놓고 시퍼렇게 날이 선 부엌칼로 잣대를 따라 후후 김을 불어내며 떡을 자른다 보릿고개 넘는 배고픈 아이들의 허기진 배 채워주는 감자떡 아이들은 엄마의 땀을 먹고 눈물을 먹고 온 가족 둘러앉아 행복을 먹는다. 김정윤 시인의 <행복을 먹는 아이들> 예전엔 팍팍한 살림에 아이들을 먹이려면 엄마는 늘 요술쟁이가 되어야 했습니다. 비록 푸성귀로 만든 전이며 떡일 뿐이었지만 엄마는 사랑이란 조미료를 아끼지 않고 넣어 행복이란 이름의 특식을 만들어...
May 21,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먹을 게 귀했던 어린 시절, 엄마는 우리 세 남매를 햇볕이 잘 드는 골목길에 앉혀놓고 달고 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휘휘 젓다가 소다를 넣으면 황갈색 맛난 과자가 되었지요. 끝 맛이 묘했지만 어릴 때 우리에게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부푼 달고 나처럼 어릴 적 우리들의 꿈도 부풀기만 했는데 엄마는 집에 계신 아버지 대신 날마다 식당 설거지를 하러 다녔죠. 하루 종일 퉁퉁 불은 손으로 아버지 밥을 챙기고 허리가 아픈지 반찬을 만들다 말고 어깨를 치기도하고 허리를 주무르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엄마의 고생이 눈에 보이자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달고 나를 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내가 직접 달고 나를 해 볼 생각으로 엄마가 하던 것처럼 국자위에 설탕과 소다를 넣고 휘휘 저었는데 어째 다 타 버렸습니다. 엄마는 태운 국자를 닦으면서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을 하지.’ 라고 ...
May 21,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강까지 나오려 해도 한참을 걸어 내려와야 되는 거 무골. 양쪽 산자락을 가로 걸치면 거미줄을 칠 수 있다고 하여 생긴 이름. 그런 곳이니 생전의 아버지 표현대로 바구미벌레 이마빡만한 땅을 부치며 겨우겨우 농사나 지어오셨습니다. 개 주둥이에 묻은 등겨라도 털어서 끼니 때울 모진 세월 겪어내시며...그토록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게 그것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마을에서 가장 부지런하셨습니다. "뭘 하든 사람이 손을 놀리면 안 돼. 봐라. 허수애비도 저렇게 제 구실은 하질 않니?" 우리가 남의 돈 안 빌리고 살게 된 것은, 그런 아버지의 일 욕심 덕분이었습니다. 다른 집과 달리 우린 안 살림이건, 바깥일이건, 거의가 아버지 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쌀 한줌 장에 내는 것도, 양말 한 켤레 사들이는 것도 다 아버지 소관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아버진 동전 한 닢 허투로 쓰지 않으셨지요...
May 21,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 인생길에 꽃길은 없는 듯 고갯길, 비탈길을 오르고 첩첩산중의 오솔길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불안감 나는 늘 그렇게 그 길을 걸었다 봄날도 여름날도 없는 듯 그 길을, 내게 주어진 각본 대로 때론 울고 웃으며 무대 위의 주인공 되어 최선을 다했다 가을의 풍요로움도 없이 살얼음판 같은 겨울을 맞이하고 겨울처럼 웅크리고 앉아 꽃이 피는지 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의 사계절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그 골깊은 테두리 안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고갯길에서 만난 할미꽃도 봄날이면 붉은 꽃송이로 다시 피어나는데 나는 지천으로 피고 지는 꽃다지라도 되어 봄처럼 피고 싶다 봄은 나의 봄을 비껴가는 듯 겨울 끝자락에서 머물고 있다 다시 피어날 봄도 잊은 채. 심경숙 시인의 <봄은 올까> 누구는 고속도로를 넘어 하늘을 나는데,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내 인생. 인생의 봄이 있기는 한 걸까, 내게도 그런 날이 있을까 싶...
May 18, 2023•3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갈색 나무 대문을 여니 삐걱 오래된 나무 대문은 기이한 소리를 냅니다. 낡은 기와지붕은 검은 차광막에 둘러싸여 내려앉은 지 오래.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습니다. 수도 옆 장독대 위엔 빈 용기 몇 개가 나뒹굴고 마당 한쪽 작은 화단엔 덩굴 식물이 그물망 사이 봄 햇살에 깜빡 졸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친정집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의 유품 정리. 마당에서 두어 칸 아래 한낮에도 어두운 부엌. 오후의 햇살이 잠깐 머물다 가버리는 툇마루. 추운 겨울, 동장군의 기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환기구 역할까지 도맡아 했던 방문은 문살만 앙상하게 남긴 채 쓸쓸하기만 합니다. 쩍쩍 금이 간 황토벽 안방과 작은방은 켜켜이 쌓인 먼지에 거미줄로 엉켜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일단 어머니가 사용했던 생활 집기들을 하나하나 들어내고 안방 서랍장 위 카세트를 들어내자 종이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옵...
May 18, 2023•4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리움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워하다 꿈에서 한 번 만나 보는 일이다 산다는 건 그리움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다 기억이 희미해지듯 잊혀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 새로운 그리움을 만드는 일이다 서금순 시인의 <산다는 건> 어떤 일은 어제 일인 듯 선명하지만, 어떤 일은 아무리 사진을 들여다봐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렇게 시간은 기억을 흐릿하게 지워가는데 영문 모를 그리움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산다는 건 어쩌면 잊혀진 기억의 자리를 그리움으로 채워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먼지처럼 다시 또 하루치의 그리움이 내려앉습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ay 17, 2023•2 mi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남편이 기타를 십년 배웠는데도 우리의 신청곡은 받아주지 않고 혼자서만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가족들은 ‘이제 또 시작하는구나..’ 하면서 그냥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니깐 여보 신청곡을 받아주라니까? 관객이나 청중의 요구를 들어줘야 가수로 성공할 수 있다고요. 마이페이스로 가요만 부르니까...우리가 좋아하는 가요하고 애들이 좋아하는 가요가 같은 줄 알아요? 하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팝송은 가족모두가 하나 되는 비상구도 되어준다고... 그러니까 국내 최초 가족용 주크박스를 하자고요. 남편의 노래 실력을 알지만 즐겁고 유쾌하게 노래를 듣자는 취지로 주크박스를 어설프게 만들어놓긴 했지만 막상 얼마를 넣지? 싶은 마음에 망설이는 제게 ‘3000원이 모아지면 치킨족발 먹자.’ 가수가 흔쾌히 금액을 말하면서 우리가족을 위해 제가 맨 먼저 신청을 했습니다. 노래 제목은 ‘문리버’ 그러자 남편은 정말 가슴 ...
May 17, 2023•3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