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로 보러 와! 미래를 준비하는 코딩 교육 전문가. 안녕하십니까. 2월 9일 일요일 여성시대 양희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일중입니다. 푸른 가슴 따사로운 숨결로 달려가는 여성시대 당당이님들 날도 추운데 오늘 어떻게 지내십니까? 언제나처럼 일하시나요? 아니면 집에 있지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나요? 혼자 뒹굴뒹굴 느긋하고 여유가 좀 있으신가요? 네, 엄마들이 사실 제일 힘들지 않겠어요? 아빠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혹은 아빠들도 이건 내 일이야 하며 집안일을 한다고 해도 꼭 뒤따라가며 치워야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특히 요즘은 방학 기간이 학교마다 지역마다 또 달라서 부모님들이 고생이 많으셔요. 방학인 집은 뭐 돌았으면 밥, 돌았으면 밥. 그래서 돌밥, 돌밥 하잖아요. 돌았으면 밥 해주고. 또 돌아서면 밥해주고 설거지도 해야 되겠네 네
정말 겨울방학이 제각각입니다. 당당이님들 말씀을 들어봐도 어느 학교는 1월 중순에 방학을 해서 3월 초에 계약이고요. 또 어느 학교는 12월에 겨울방학하고 2월 초에 계약했다가 다음 주 중에 다시 봄방학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학생일 때 누님은 어떠셨어요? 이런 겨울방학 봄방학 있으셨죠? 있었죠. 2월이 봄방학 시절이죠. 보통 그랬던 것 같아요. 12월 내내 겨울방학을 즐겼던 것 같고 2월에 잠깐 갔다가 한 일주일 봄방학. 그리고 이제 새학년 준비를 하는 거죠. 맞아요. 저도 비슷하게 그렇게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다양하게 학교마다 방학을 좀 다르게 두는 것 같은데요.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계약했다가 봄방학에 또 들어가는 것보다는 겨울방학을 차라리 넉넉하게 한 뒤에 새학년 개학이 바로 이어지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방학이라고 해서 닫거나 혹은 방학에 문을 열어도 2월에 열지 않는 학교도 많은 만큼 돌봄교실만은 1년 내내 열어주기를 또 그런 지원정책은 더 넓혀가기를 교육 당국에 요구를 해봅니다 춥지만 우리 아이들과 우리 부모님들 그리고 우리까지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요 삶의 무기 앞에 당당한 사람들 여기는 여성시대입니다 월급을 탄다고 생각을 해보면 2월처럼 28일까지가 한 달일 때 우리는 13번 월급을 탈 수 있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오르죠. 벌써 3분의 1이 지나갔으니까요. 또 28일까지니까 금방 끝이 나겠죠. 그렇죠. 3분의 1이 간 거예요. 우리는 일당이잖아요. 월급 개념이 아니라. 그렇죠. 계약직이죠. 계약서도 쓴 적 없지만 그냥 계약직으로 돼 있습니다. 그건 안목적인 합의입니다. 이 자리를 지켜주셔야 되는 거예요. 안목적인 합의? 그렇구나.
당당히 분들하고 생각하면 지켜야죠. 그러니까요. 그렇게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죠. 첫 사연은 손편지로 적어주셨는데 저는 이분 진짜 글씨가 기도한 차 기도한 차 와 저 이렇게 글씨 쓰고 싶어요 아니 그리고 볼펜을 0.5로 쓰신 것 같아 진짜 가느다란 볼펜으로 깨끗하게. 정말. 경북 포항시의 김명예님의 사연. 지난 가을. 경기도에 사는 딸이 서울의 한 병원으로 취직을 하면서 그간 고등학교 친구와 동거하던 집을 정리하고 서울의 어느 오피스텔로 이사한다 하는 소식을 들었어요. 집도 구경하며 오랜만에 딸 얼굴도 볼 겸 저는 남편과 함께 2박 3일로 서울 여행을 갔지요. 첫째 날 금요일에는 딸이 모처럼 엄마 아빠가 왔다고 한껏 들떠서는 한강공원에 가서 유람선을 태워주더라고요.
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국회의사당도 구경시켜주고 저녁에는 서울 숲을 거닐다가 맛있는 저녁을 얻어 먹었습니다 신경을 많이 쓴 눈치였어요 둘째 날 토요일에는 딸이 병원에 출근해야 해서 저희 부부끼리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딸아이는? 엄마, 음식하는 거 좋아하잖아. 여기 근처에 복령사가 있는데 거기서 사찰 음식 행사를 한대. 아빠랑 한번 가봐. 내가 가는 방법도 깨톡으로 다 보내놨어. 알겠지? 그러면서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몇 번이나 복령사로 가는 길을 일러주는 겁니다. 날씨도 청명하고 가을 햇살 받으며 산길을 걸어가니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복룡사에서는 여러 전시도 열려 있었고 먹거리도 다양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여 있었어요. 저곳저곳 둘러보고 싶다길래 저희 부부는 잠시 찢어지기로 하고 저는 한 스님께서 진행하시는 차명상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다도를 배워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따뜻하게 내어진 차를 마시기 전 눈을 감고 차를 준비하고 우려내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허공에다 손짓을 하는데 꼭 실제로 차를 내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후에 차를 한 잔 들이키니 참 좋았습니다. 명상 마지막에 스님께서는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집중해 보면서 두 팔로 스스로를 껴안고 나를 사랑한다 이렇게 말해보라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쭉 흘렀어요. 스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딱 두 분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먼저 한 아주머니를 지목해 마이크를 건네시더라고요. 그분은 60대쯤으로 보이셨는데 암 수술을 받았는데도 재발이 되어서 곧 재수술을 앞두고 있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참 명상하고 나니 병마와 싸워서 이겨낼 수 있다 하는 희망이 생긴다며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아주머니의 말씀을 다 듣고 스님께서는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 달라시더군요. 아무도 나서지 않고 쭈벼떼길래 제가 번쩍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차근차근 말했죠 안녕하세요 우선 이런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포항에서 왔습니다 딸아이가 이사를 하게 되어 겸사겸사 놀러 왔어요. 저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리는 기도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가족들 기도로 나이, 이름, 얼굴 하나하나 떠올리며 남편, 아들, 며느리, 딸 손주 모두의 건강을 빌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그것들이 다 잘 풀리기를 또 몸과 마음이 평안하기를 기도한답니다. 두 번째로는 가족들이 타고 다니는 차 번호를 외워요. 남편 차는 37 노 땡땡땡땡 아들 차는 45 마 땡땡땡땡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이 안전운전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또 피해를 받지도 않고 좋은 일이 생기는 곳으로 많이 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세 번째로는 제가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지 벌써 26년 차가 되는지라 새벽에 눈 뜨자마자 출근하면서 마지막으로 급식실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세 번 오늘 하루도 여기서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들이 안전하게 조리되고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기를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급식실에서 만든 음식들이 간이 잘 맞고 또 맛이 좋아서 그 음식 먹는 모든 이들이 오늘 하루도 몸과 마음이 평안하길 빌어요.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죠. 가끔 절 같은 곳을 가면 앞서 말한 것을 빌기도 하지만 제 옆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모든 분들의 소원도 이루어지길 같이 기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님이 차명상 도중에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해보라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동안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마음을 바치느라 정작 나를 위해서는 마음을 내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가 끝나자
스님께서는 참 좋은 일이라고 앞으로는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잘 사랑해 주라고 말씀하셨어요. 행사를 마치고 구석의자에 앉아 사람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는데 쭉 나가시는 행렬 중에 한 70대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갑자기 제 손을 덥석 잡으시면서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나는 늘 우리 가족 나만을 위해 기도했는데 오늘 말씀을 듣고 너무 많은 걸 느꼈어요. 고마워요.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많은 기도를 올립니다. 구급차가 소리 내어 지나가면 저 안에 타고 있을 환자분이 많이 아프시지 않길 기도하고 병원 앞을 지나갈 때는 병원에 계신 환자분들이 빨리 쾌유하길 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하죠. 누구 차를 얻어 탈 때면 운전자가 안전운전하길 기도하고 큰 트럭을 마주할 때면 기사님들의 하루가 너무 고되지 않길 기도합니다.
저의 기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간과 장소를 안 가리고 이루어져요. 그래서 오늘도 이 방송 들으시는 모든 당당히님들이 몸과 마음이 평안해서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야. 워낙에 평상시에도 늘 나 아닌 우리 가족들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늘 기도를 해주시는 분이셨는데 맞아요 나를 사랑한다 이 말 한 말씀에 울컥하신 거지 그런데 이렇게 남을 위해 베푸시고 또 기도해 주시는 분이시기에 아마 옆에 계신 남편도 또 우리 아이들도 우리 엄마를 위해서도 또 기도 많이 해 줄 거예요. 참 진짜 넓은 마음을 가지셨지만 출발은 나로부터다 하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정말 뜻깊은 진짜 그 누군가를 향한 기도의 힘.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는 거죠. 이번엔 경북 안동시에서 유연숙님이신데요. 두어 달 전에 막을 내린 주말엔 밥이 되는 시, 주밥시에 대한 사연을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여고 시절 갱지를 엮어서 만든 공책에 가슴을 울리는 시, 명언이나 잠언 등을 필사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 공책은 풋풋하던 여고 시절에 비밀스럽게 펼쳐보던 저만의 설레는 학창시절엔 그렇게 책 읽기와 시를 좋아했지만 결음과 동시에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여성시대의 보석같은 코너 주밥시가 생기면서 제 마음속에 오랫도록 잠들어 있던 작은 불시에 부채질을 했던 겁니다. 주말마다 주밥시에서 시를 소개하니 한 송이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잠들어 있는 공책의 여백을 천혜의 얼굴, 시로 다시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주밥 시를 듣고 한 편의 시도 빠뜨리지 말고 필사해보자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죠 쇳불도 단김에 빼랬다고 부랴부랴 친정에 두고 온 묵은 갱지를 묶어서 만든 43년 된 공책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방송을 들으며 한자 한자 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이 들어간 시를 소개했던 주밥시는 2022년 10월 1일 토요일 양희은 씨가 추천한 백석의 국수라는 개인시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여성시대의 본방송으로 시를 한번 듣고 난 후 인터넷을 검색해서 한번 더 음미하고 저만의 공책에 시를 필사했습니다. 필사하는 동안 시의 주인공이 된 듯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도 했습니다. 2년 47일 만에 막을 내린 주밥실을 들으며 감자도 만났고 비빔밥도 만났고 빙어와 고추장 깻잎 마늘도 만났습니다. 단무지, 오이소박이, 메밀국수, 자두, 호두, 떡국, 막걸리, 팥빙수, 계란후라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음식을 귀로 즐기고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시에 소개된 음식은 모두 맛있고 달달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음식에선 목이 메었고 어떤 음식에선 눈물이 났고 어떤 음식은 가슴 뭉클함이 있었고 어떤 음식은 침이 고였습니다.
어떤 음식에선 가슴 찡한 어머니의 냄새가 났고 어떤 음식에선 아랫목같이 마음이 따뜻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맛있게 즐겁게 먹으면 되는 줄 알았던 갖가지 음식이 예기치 못하게 가슴을 흔들어 놓는 바람에 어떤 날은 오래도록 먹먹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기쁜 마음으로 매주 필사를 했습니다. 우리는 글씨 쓸 일이 많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손으로 종이에 정성껏 쓰던 편지 대신 핸드폰의 키패드를 이용해 문자나 톡을 보냅니다 또한 모든 일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서 손쉽게 처리하니 손글씨 써본 일이 언젠가 곰곰이 생각해도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성시대 덕분에 손글씨로 일주일에 두 편 또는 한 편씩 매주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시를 필사했습니다. 사각사각 작은 호흡으로 뱉어내는 울림이 좋아 처음엔 연필로 할 생각이었는데 종이가 갱지다 보니 연필은 글씨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펜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필은 연필만의 사각거림이 있다면 펜은 펜대로 속삭임이 있더군요. 펭글씨도 들릴 듯 말 듯 들려오는 호흡이 있어서 필사하는 동안 근래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마음이 담기고 정서가 담긴 우리네 삶의 한자락인 시를 한편 한편 필사할 때마다 가슴은 벅찼습니다. 또 제가 추천한 시가 방송될 때의 기쁨은 덤으로 얻은 큰 행복이었습니다. 또한 오래 묵혀둔 빛바랜 공책이 작은 시집으로 완성되어가는 기쁨은 그 어떤 곳에도 견줄 바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이병률 시인의 사람귤 이란 시를 끝으로 주밥시는 아쉽게도 막을 내렸습니다. 2022년 32편, 2023년 57편, 2024년 32편 총 121편의 주옥같은 시가 여성시대를 통해 제게 건너온 것입니다. 물론 서점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는 시집도 좋겠지만 정성이 들어간 손때 묻은 이 작은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담긴 시집이 됐습니다.
여고 시절의 오래된 추억과 함께 주밥씨의 매운맛, 짠맛, 달고 쓴맛, 신맛이 골고루 배어있는 이 시집이야말로 세상의 단 한건뿐인 시집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책꼬지에 꽂혀있는 시집을 볼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저와의 약속을 잘 지켜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합니다. 저로 하여금 시집을 완성할 수 있게 여성시대가 동기부여를 해주었고 이렇듯 귀한 시집 한 권이 탄생되었으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성시대와 동행하면 마음의 곡관도 풍요로워지고 위로받고 겸손해지니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제게 귀한 시집을 선물해 주신 여성시대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필사를 하시는 분이 또 계시네. 그러게요. 특히 주밥 씨는 정말 식재료 음식. 과일, 채소 이런 것들과 관련된 시였는데 일일이 필사해서 모아두시면 이건 정말 재산인데요. 아주 탐나는 기록이네요 정말 연필의 사각거림도 좋지만 팽글씨로 쓸 때 그 은밀하게
연필이 사각사각하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어린 날로 휙 돌아가는 것 같아요. 네네. 맞아. 특히나 국민학교. 당시 국민학교 다닐 때. 국민학교죠. 연필로 쓰라고 그래가지고. 맞아요. 돌리면서 깎는 연필 깎는 기계. 자 오늘 1부에 사연 소개되신 김명애 님께는 러브하우스 꾸러미 유연숙 님께는 홈스토랑 꾸러미로 종합 선물 세트가 갑니다. 이어서 일요일엔 사랑사랑사랑으로 갑니다. 여기는 여성시대입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랑하고 있는 사랑을 했던 분들과 함께합니다. 일요일엔 사랑 사랑 사랑 첫사랑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는 처음이라 많이 서툴러서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라고요. 확실히 상대방이랑 오랫동안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서로의 밑바닥을 다 보고 나면 아무래도 헤어질 때 미련은 좀 덜하겠죠. 그런데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아쉽고 짠했던 나의 첫사랑 이야기 일요일엔 사랑사랑사랑 게시판에 사연 남겨주세요. 기다릴게요. 그리고 소개되시는 분들께는 데이트 지원금도 보내드립니다.
짧은 사연 신청곡은 문자나 미니로도 받습니다. 문자번호 샵 8001 짧은 문자에 50원 긴 문자 100원에 정보 이용료가 들고요. 미니는 무료입니다. 오늘의 사랑 사연은요. 대학 시절 처음 만난 남자친구와의 연애 얘기를 보내주신 당당이님의 사연입니다. 지독한 순회복 남들은 대학교 가면 과선배 짝사랑도 해보고 동기랑 씨씨도 해보고 후배한테 고백도 받아본다는데 저는 여중여고를 나와서 그런지 대학생 때도 남자한테는 영 관심이 없었어요. 야 넌 남자친구 만들 생각 없어? 우리 이제 3학년이다 이러다간 그냥 졸업하게 생겼다구 남자친구? 글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남자를 많이 만나본 애들이 결혼도 잘하더래. 너 맨날 미팅 가서 뭐하냐? 밥 먹고 호프집 가고 술 마시고. 딱 집에 와 버리잖아. 미팅은 그런 용도가 아니라니까. 솔직히 괜찮은 애가 있어야 연애를 하지. 남자애들 딱 여자한테 정신 팔려가지고 그냥 헬렐레 아유 됐네요 나는 날라리는 딱 질색이야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는 거 많고 우직하고 섬세한 문학소년이 제 이상형이었거든요. 근데 대학에 들어와 보니 남자애들은 죄다 술술술 아니면 여자친구 만드는데 혈안이 돼서는 아유 제 취향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면 내가 소개시켜 줄까? 나랑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했던 애인데 얘가 얼마 전에 군대 갔다 와서 이제 복학한다고 동창밴드에 글을 올려놨더라. 그래? 뭐 하는 앤데? 완전! 내 스타일이야. 말수도 별로 없고 공부도 잘하고 지금도 명문대 다녀. 한번 만나볼래? 친구 말을 들어보니 갑자기 구미가 확 당기더라고요. 그래서 얼떨결에 친구와 저 그리고 민규라는 남자에 이렇게 셋이서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죠. 어머 당당아 잘 일 좀 해봐 네 언니 봐라야 타이밍 놓치면 결혼은 물 건너가는 거야 눈 깜빡하면 서른이다 너 엄마 명문대 다니는 애가 날 왜 만나겠어 그냥
밥 얻어먹는다 생각하고 가는 거니까 언니랑 아빠한테는 얘기하지 마. 알았지? 나 간다. 저보다도 한껏 들떠서 잘하고 오라며 배웅해주는 엄마를 뒤로 한 채 날씨 좋은 그 어느 가을날 저는 그렇게 인생 첫 소개팅을 나가게 되었어요. 단체 미팅은 몇 번 가봤어도 친구 주선으로 하는 소개팅은 처음이라 많이 어색할까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 지영이가 알아서 분위기를 다 풀어주더라고요. 나랑 대학교에서 제일 친한 애다 안녕 갑자기 이렇게 만나게 돼서 좀 민망하네 반가워 응 안녕 지영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민규는 쌍꺼풀 없는 큰 눈에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이었어요. 왠지 모를 그윽한 향기와 기품이 느껴졌는데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가 제 이상형에 가깝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죠. 민규야, 너 내 성격 알지? 난 확실한 거 좋아하잖니. 너 오늘 완전 복 받은 거야. 당당이를 봐봐. 이렇게 착하고 귀여운 애를 네가 어디 가서 만나니?
친구가 너무 대놓고 제 칭찬을 해서 조금 민망하긴 했는데 딱히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콩닥거렸고 당당아 너도 말이야 내 동창한테 딱지 같은 거 놓으면 안 돼. 민규는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일 거거든. 너네들 나 생각해서 세 번은 그냥 만나보는 거다. 오케이? 나 먼저 갈 테니까 둘이 호프집 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슬쩍 빠져주는 지영이를 보며 내가 친구 하나는 진짜 잘 됐구나 생각했죠. 민규야 그러면 여기 바로 맞은편에 치킨집 있던데 거기 갈래? 그래 일어나자 너 가방 무겁지 않아? 이리 줘 그렇게 저희는 2차로 치킨집으로 이동했고 평생의 인연을 만난 듯 대화는 막힘없이 술술 이어졌습니다 지영이 친구라서 그런지 꼭 동창생 만나는 기분이다 너는 어느 초등학교 나왔어? 나는 은성초등학교라고 대전에 있는 학교인데 아마 처음 들어볼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럼 당당히 네가 그 학교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이었겠네. 뭐?
야 농담도 잘해 그 정도 아니야 대학교 와서 좀 꾸미면서 나아진 거지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눈에 너 정말 예뻐 지금까지 남친이 없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야. 민규도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부었고 그가 뱉은 마지막 말에 저는 결국 KO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대학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군대에 다녀온 게 후회될 때도 있었거든. 근데 널 만나니까 이젠 하나도 억울하지 않아. 빨리 군복무 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을 끝으로 저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바로 다음 데이트 날짜를 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만남을 이어갔죠. 민규는 정말 머리도 좋고 잘생기고 친절하기까지 한 100점짜리 남자친구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민규는 나를 왜 좋아하는 걸까?
좋은 대학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민규처럼 아는 게 많지도 않은데 아 공부를 좀만 더 열심히 할걸 아니다 학점 관리라도 좀 해놓을걸 날이 갈수록 저와는 다른 종족처럼 느껴지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스스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고 어느 날은 이렇게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 나도 멋진 여자친구가 되기 위해서 오늘부터 책도 틈틈이 읽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요 당당아 뭐해? 야 지금 책 읽는 거야? 지영아 너 오만과 편견 읽어봤어? 나 지금 30페이지까지 읽었거든 바빠 너랑 놀 시간 없어. 야 무슨 일 있어? 설마 민규가 너 공부 못 한다고 헤어지지? 무식해서 싫대? 그런 거 아니야. 나 자랑스러운 여자친구가 되려고 내가 취직도 못하고 머리에 든 것도 없으면 걔가 나랑 결혼해 주겠어? 이것도 다 우리의 관계를 위한 노력이다 이거야 넌 진짜 아직 민규를 모르는구나. 걔는 그런 걸로 사람 싫어할 애가 아니야. 얼마나 순수한데.
내가 싫어서 그래 민규 옆에 있으면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이라고 제발 그럴 시간에 데이트를 한 번 더 해 됐고 지금 바로 민규한테 전화해 오늘 3시 한강 가서 맥주나 마시자 응 얼른 얼른. 그렇게 저와 지영이 그리고 민규는 오랜만에 한강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아련한 추억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민규가 초등학교 때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지영이는 담임쌤한테 얼마나 어이없는 일로 혼이 났었는지 근데... 진짜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민규가 완전 순해 보라니까 야 너 5학년 때 그 5학년 때부터 좋아했던 구현지 말이야 기억나냐. 순간 분위기가 조용해지더니 민규는 들고 있던 새우과자를 그대로 떨어뜨렸고 그 나이에 몇 년씩 짝사랑하는 게 어디 쉽냐고 애들이 나 현실을 엄청 부러워했어 야 너 중학교 올라가서도 쭉 좋아했었잖아 뭐? 진짜? 민규야, 진짜 그랬어? 얘는 몇 년 전 얘기를 하고 그래? 아니야, 다 어릴 때 얘기야. 지금은 기억도 안 나, 진짜야. 응, 맞나 보네. 현지? 구현지?
뭔데 누구길래 그렇게 좋아했는데 많이 예뻤구나 그치 야 이지영 당당히 앉혀놓고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떡해 당당히가 오해하잖아 아이 그만해 너 취했어 하지만 이미 들어버린 이야기 뭐 어쩌겠어요 어느새 정신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지영이를 데려다 주고 오는 길 민규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저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 했죠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으면 지영이가 그런 말을 해 진짜 첫사랑이야? 아니야 철없을 때 얘기야 신경 쓰지 마 난 너뿐인 거 알잖아 정말이지? 현지라는 애 더 이상 생각하면 안 돼 솔직히 기분 나쁘지만 뭐 어릴 때 얘기니까 용서해 주는 거야 난 네가 첫사랑이란 말이야 내가 더 잘할게 정말 질투할 필요 없어. 안심해도 돼. 사실 이런 일로 삐치는 게 어이없을 법도 한데 성심성의껏 돌봐주는 글을 보면서 금방 마음이 풀렸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지 생각하면서 넘어갔었죠.
그렇게 저희는 서로 믿음을 가지고 사랑을 쌓아 나가면서 어엿한 장기 연애 커플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 대학 졸업 후 시각 디자인 공부를 하러 1년 동안 일본 유학도 다녀왔고 민규는 졸업 때에 맞춰 회계사 자격증을 따는데 성공했어요. 서로 기쁜 일을 축하해주면서 직장생활에 적응이 되면 결혼 준비를 하자고 약속도 했었죠. 그런데 제가 디자인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되었을 즈음 어느 날부터 민규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 거예요. 부산 출장에 대전 출장까지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연락이 뜸하긴 했는데 느낌이 쎄하더라고요. 결국 서로 연락을 못한 지 거의 2주가 다 되어서 제가 그의 사무실 앞으로 찾아갔고 그는 저와 마주치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어디 아팠어? 우리 얘기 좀 하자 그러면서 민규는 평소 자주 가던 와인바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나 이런 말 정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나 좀 놔주면 안 될까? 그게 무슨 말이야?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거야? 놔달라니? 내가 언제 너를 올가매기라도 했어? 나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어. 너 만나서 연애하고 공부해서 자격증 따고 지금은 고객 상대하고 그냥 한 번도 내 자신을 돌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누굴 잊지 못하는지도 말이야. 뭐? 말을 똑바로 해. 누굴 잊지 못한다는 거야? 얼마 전에 회사 근처에서 현지를... 우연히 만났어 근데 옛날 그 마음이 다시 생각나더라고 나도 그럴 줄 몰랐어 미안해 나 진짜 나쁜 사람인 것 같아 나 같은 거 잊어줘 현지 그 몇 년 전 한강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그 현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울고불고 소리지르면서 화라도 냈어야 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내야 했죠.
그날 오랜만에 지영이를 불러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데 지영이가 그러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현지가 운동선수였는데 민규가 그 아이를 참 좋아했대요. 그 애가 팔을 다쳐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민규가 제일 가슴 아파했다고. 현지는 지금도 집안이 어려워 대학도 가지 않고 어느 회사에 격리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게 민규한테는 짠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요 그렇게 제 첫사랑이었던 그는 허무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는 바본 것 같아요. 그가 저와 다른 종족의 사람인 것 같다고 느꼈으면서도 왜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 했던 걸까요? 그는 지금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요? 아련한 옛 기억을 회상해 봅니다 주의 노래였어요 남자 때문에 와 이 당당히님의 첫사랑이 자기 첫사랑한테도 돌아가고 싶다 하고 떠나버렸어요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그분을 다시 만나면서 그때 감정이 그냥 와
다시 살아나면서 난 사실 그런 거 잘 살피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나를 알았어 뭐 하는 거잖아요. 그런 얘기잖아요. 어쩌겠습니까. 가려면 가라 그래. 받아들이는 우리 사연 주신 우리 당당이 분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셨겠죠. 그럼요. 젊은 날에 이 세월이 어딘데. 그러게 그 사랑이 첫사랑이 얼마나 쓰니 쓰고. 참고로 사연에 나온 이름들은 모두 가명입니다만 물론이죠 저희가 그 이름을 그대로 쓸 리는 없고요 다 가명을 썼습니다. 근데 아유 이렇게 갑자기 날 좀 놔줘 그러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렇죠. 쓰라리지 쓰라려 가슴이 쓰라리지. 그때 잠깐 나왔던 그 초등학교 때 첫사랑 이름.
그녀 때문에 또 돌아간다고? 날 좀 놔주면 안 될까? 이 말은 좀 틀린 어법 같아. 왠지 이렇게 날 좀 놔주면 안 될까는 마치 그 한 영화의 그 둘이 주인공이고 내가 악역을 맡은 기분이 들잖아요 내가 괜히 잡고 있어서 둘의 사랑을 방해한 사람처럼 돼버리니까 하지만 잘 놔주셨어요 그렇게 또 또 진정한 사랑은 우리 당당히 분을 위해서 다른 분이 있을 테니까 그럼요 사연 보내주신 이 당당히님께는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 보낼 때 쓰시라고 백화점 상품권 10만 원권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설레고 뭉클하고 때론 가슴도 따뜻해지고 여성이야기 여성시대 홈페이지 일요일엔 444 게시판에 남겨주세요 여기는 여성시대입니다 일요일 아침 여성시대 오늘 첫사랑 얘기는 좀 짠하고 슬펐어요. 화도 나기도 좀 하고. 그래서 기분 전환용 노래를 한 곡 준비했습니다. 쿨이 부릅니다. 좋은 세상 만들기. 저희는 10시 5분에 다시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