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1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 podcast episode cover

2023/06/11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Jun 11, 20234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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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요즘 제 아내는 중고거래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하루는 퇴근길에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외출한다는 아내, "이제 우리는 우유병 소독기는 필요 없잖아? 출산한 분이 필요하다고 해서." "날도 어둡고 내가 다녀올게. 얼마 받으면 돼?" "6만 5천원. 절반 넘게 깎아 준 거니까 절대 네고 해 주지 말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미혼모라 새 것 살 형편은 안 되어서요." 혼자서 아기를 키운다는 얘기에 "아 네..그냥 5만원만 주세요." "어머 감사합니다. 저 진짜 아기 잘 키울게요." 그러고 귀가를 했고, 아내에겐 살짝 잔소리를 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그런 몇 시간 후, 아내가 불편한 표정으로 제게 폰 화면을 보여줍니다. "참..어이가 없어서..이거 우리가 방금 판 우유병 소독기 맞지?" "이게 왜..중고거래에 다시 올라 왔지?" "아까 그 사람..미혼모라 하더니 아닌가 봐. 지금은 자기가 대학생인데 자기 언니가 쓰던 우유병 소독기를 대신 판다고 올려놨네. 더 황당한 건 5만원에 사 놓고는 여기엔 8만원에 올렸네"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불쾌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한동안 중고거래를 하지 않다가 한번은 보행기를 팔게 되었는데 근처에 사는 분이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나와 계신데 양 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계셨습니다. "우리 큰아들이 결혼하고 6년 만에 낳은 손주거든요. 그런데 장난감 가격도 무시 못 하겠더라구요. 그러다 이렇게 좋은 보행기를 거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아 그러세요. 다리가 불편해 보이시는데 가까우니 제가 옮겨 드릴게요." "아이고 안 그러셔도 되는데..아 그리고 이거 받아 주세요. 시골에서 틈틈이 산나물이랑 버섯이랑 해서 말린 건데 집에서 해 드세요." "아이구, 이 귀한 걸..그러면 그냥 받을 순 없으니 보행기 가격을 좀 더 적게 받을게요." "아닙니다. 뭘 바라고 그런 게 아닌데요 뭘. 이런 게 이웃 간에 정 아닌가요?" 중고거래를 하며 때로는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쁨과 사람 냄새나는 정을 느끼기도 하네요. 이렇게 물건 뿐 만 아니라 마음까지 기분 좋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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