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8 <산은 중매쟁이> - podcast episode cover

2023/01/08 <산은 중매쟁이>

Jan 08, 20234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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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산행을 한지 22년이나 됩니다. 산악회를 정기적으로 주 1회씩 다니고 개인적으로는 주 2회씩 갑니다. 나와의 약속이기에 눈비가 오든 한파가 오든 반드시 갑니다. 며칠 전에 계곡을 지나는데, 갑자기 허전하고 서운한 감이 들었습니다. 항시 이곳을 지날 때면 스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산에서의 이웃이죠. 그러나 항시 그곳에서 그 시간대에 꼭 만나는 사람이 보이지를 않아 마치 오래된 인연처럼 두리번거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산엘 가면서도 그 사람에 대하여 괜시리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혹 집안에 일이라도 생겼을까 아니면 몸이라도 아프지 않은지 등등...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에 그곳을 그 시간에 지나치는데 바로 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왜 산에 안 오셨어요?’ 그분이 빙그레 웃으며 ‘내가 산에 오지 않았음을 어떻게 아시지요?’ 합니다. 나는 웃으며 ‘선생님이 이 시간 이 장소에서 꼭 나타나야 되는데 그날은 나타나질 않아서요.’ 했더니 자기도 언젠가는 내가 이 시간에 나타나질 않았다고 하여 한참을 서로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제 서야 잠시 앉아 음료수라도 나눠 먹자고 서로 가져 온 것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먹을 것을 나누기도 하고 ‘힘드시지요?“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왜 산행을 하면서는 이런 너그러운 맘이 생길까 잠시 생각해 보니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자연과 함께 위로를 받아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산은 매정한 인간을 말없이 불러 이렇게 감동을 선물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요. 산이 맺어 준 그분을 이제 부터는 지나가는 벗이 아니라 형제처럼 반가이 맞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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