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1 <내 삶의 길목에서> - podcast episode cover

2022/12/31 <내 삶의 길목에서>

Jan 01, 20234 min
--:--
--:--
Download Metacast podcast app
Listen to this episode in Metacast mobile app
Don't just listen to podcasts. Learn from them with transcripts, summaries, and chapters for every episode. Skim, search, and bookmark insights. Learn more

Episode descriptio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몹시도 추운 날이었습니다. 딸아이가 회사에서 받았다는데, 제 생각이 나서 아껴둔 맛난 음식을 준다기에 모처럼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렇게 역전에서 딸아이와 만나 무거워 보이는 짐을 나눠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어구 어구! 저 아저씨 또 나오셨네.." 검정색 얇은 점퍼를 입고서 겨울 찬바람에 온통 웅크린 상태에서 앞에 수북이 쌓인 모과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퇴근길에 몇 번이나 봐온 그 아저씬 항상 같은 자세로 그저 모과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가격고지를 한다거나.. 판매 멘트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지나치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사달라는 모습뿐이었습니다. 처음엔 황금빛으로 예뻤던 모과가 점점 노랑 빛도 덜해가고 게다가 어떤 것은 얼은 것 같기도 하고...퇴근길엔 항상 장을 봐서 오느라 제 두 손이 비는 날이 없었는데, 그날은 한손이 비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사자~" "엄마! 모과상태도 안 좋고, 그걸로 뭐 하시게요. 우리 안 먹잖아요." "그래도 이 추위에 아무것도 못 드셨으면 어떡해..." "엄마! 안돼요. 그런 식으로 집에 필요도 없는 것 많이 사다가 두셨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상처 난 모과를 사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앞서서 걷는 딸아이를 보내고 조심스레 모과 앞에 웅크려 있는 아저씨께 갔습니다. "저...이 모과 5000원 어치만 주세요." "정..말.. 사실려구요?" 아저씬 놀란 듯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요...꼭, 필요해서 사는 거예요. 5000원어치도 팔죠?" "그..그럼요... 이건 덤이에요" 아저씬 덤을 더 많이 챙겨 주셨습니다. "오늘은 추운데, 일찍 들어가세요." 아저씬 그제 서야 소리 내어 웃으셨습니다. "하하~정말 고맙습니다." 낑낑거리며 딸아이와 모과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습니다. 굳이 필요치 않았음에도 모과를 사온 것은 그때 제 마음이 시켜서 였습니다. 항상 보면서도 그냥 지나치고 후회 했던 일들이 많았거든요. 그 아저씨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 일 텐데...그렇게 전 저에게 주어지는 날들에 아름답게 익어가는 삶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온 집안에 상큼한 모과향이 기득합니다. 다음엔 아저씰 위해 여유분의 핫 팩이라도 챙겨서 가야겠습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For the best experience, listen in Metacast app for iOS or Andr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