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목화솜 이불> - podcast episode cover

2022/12/27 <목화솜 이불>

Dec 27, 20223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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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description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장롱정리를 해 야지 해 야지 미루다 주말에 했습니다. 시집올 때 엄마가 해주신 목화솜이불. 장롱 맨 아래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그 위로 담요며 방석 등 자잘한 게 가득입니다. 이사할 때마다 버려야지 하면서도 엄마가 얼마나 힘겹게 만들어주신걸 알기에 선뜻 못 버리고 가지고 다녔습니다. 내 유년시절 우리 집 앞에 밭이 있었는데 그리 넓지는 않지만 엄만 골고루 심으셨습니다. 고구마도 감자도 들깨도, 참깨도 심으셨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김을 매고 부지런히 남에 일까지도 하며 사셨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심으신 게 목화였습니다. 가을이면 수확을 하는데 목화송이를 따와서 장독대에 광주리에 깨끗하게 말려 밤이면 목화씨를 발라내 다시 말려 다락방에 두곤 하셨습니다. 제 기억으로 10여 년 동안 조금씩 모으신 거 같습니다. 그러다 제가 결혼하겠다고 하니 선뜻 이불을 해 주셨습니다. 내 이불 한 채, 시부모님 이불 한 채를 동네 어르신들 모셔와 저녁 늦게까지 만드는 걸 보았습니다. 그렇게 시집와서 처음으로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엄마생각이 나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신랑이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묻는데 아무 말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만 자식에게 모든 걸 주시는데 난 엄마에게 해드린 게 너무 없어 죄송하기만 합니다. 엄마가 해주신 솜이불 버리지는 못하고 이불 집에서 뭉개 솜과 섞어 가볍게 두 채를 만들었습니다. 시집간 딸에게 한 채는 주려고요. 엄마가 해주신 이불. 이제는 제가 딸에게 해주는 나이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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